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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살생부가 작성되었나?

수박 다섯 조각은 도려 내야 마땅하다.

by Francis Lee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자들을 대상으로 수박 솎아내기에 나선 모양이다. 그러나 30~40명으로 예상되는 수박 가운데 커밍아웃한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현재 김종민, 설훈, 이상민, 이원욱 그리고 배후에서 조종한 것으로 모두가 의심하는 이낙연 정도만이 수박이 아니라 아예 새빨간 자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는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조직이라는 것이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위계질서가 분명히 잡히는 법이니 말이다.


이들은 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반이재명 전선의 첨병 역할을 자처해 왔다. 그런 자들을 용서한다는 것은 정의가 아니다. 현재 민주당 의원 수가 168명이니 이들을 척결해도 164명이다. 이낙연은 아예 그 귀한 종로구를 필요 없다고 내던진 자다. 이들이 다 떠나도 다수당으로서 의회 활동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리고 이들의 지역구에 공천할 후보는 지금 줄로 늘어서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쫓아내는 것이 민주당의 쇄신에 도움이 된다. 민주당의 정청래 수석 최고위원의 말대로 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한 다음과 같은 말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다. “외상값은 계산해야 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세상을 살다 보면 악마들이 사람의 탈을 쓰고 자기들이 저지른 악행에 응징의 대가를 치르라고 하면 자비와 연민을 바란다. 예수가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고, 부처가 자비행을 하라고 가르쳤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면 악마들은 본성을 드러내고 자기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을 물어뜯는다. 어설픈 자비를 베풀면 악마성을 더 키우게 될 뿐이다.


사실 수박과 이낙연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구속영장이 반드시 청구되어 민주당이 혼란에 빠지게 되어 비상대책위 체제로 갈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어차피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황이 전개되면 늘 상황을 ‘엄중히 지켜만 보는’ 민주당의 ‘자칭 원로’ 이낙연이 미는 자가 비대위 위원장으로 추대될 것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러나 언감생심이 아닐 수 없다. 더 이상 민주당 내에 이낙연이 설 자리는 없다. 그것을 이낙연도 누구보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그저 그의 작열하는 ‘뒤끝’이다. 한동훈과 똑같이 졌어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그릇된 엘리트주의에 물든 머리에서 나온 계략일 뿐이다. 굴러 들어온 돌인 이재명 후보에게 대패한 상처가 너무나 쓰라린 것이다. 그래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정으로 계속 물고 늘어지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수준이 한동훈과 맞먹는다. 이런 자들과 민주당을 함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마음 같아서는 30~40명 되는 수박들 전원을 색출해서 처단하고 그 배후에서 음모를 꾸몄을 것이 분명한 ‘대왕 수박’ 이낙연을 한데 묶어서 낙동강 오리알들을 만들어 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무의미하고 비실용적이다. 수박이 왜 수박인가? 수박은 기회주의자들이다. 그래서 상황이 바뀌면 각자도생의 길을 도모할 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자기가 수박이라고 커밍아웃한 자들만 본보기로 처단하면 나머지 ‘가짜 수박’들은 알아서 길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기회주의자들이니 이재명 대표 체제가 확립되면 바로 마음을 바꾸어 딸랑거릴 자들이다. 그러니 그들을 애써 적으로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 권력 장악에 그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이런 기회주의자에게는 자비를 베풀어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중용>에 나오는 ‘시중’(時中)의 방법인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 살생부에 마땅히 이름을 올려 처단해야 할 이른바 ‘구속 5적’의 면면을 하나씩 살펴보자.


먼저 김종민을 보자.


1964년 충남 논산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공부하여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내일신문>과 <시사저널> 기자로 일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대통령께서 당선되시고 나서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에서 대변인 역할을 맡아서 몸값을 최대한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12년 총선에서 연고지인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선거구에 출마하였으나 백전노장인 이인제에게 패했다. 그러나 2016년 총선에서는 이인제에게 복수하며 당선되었다. 이후 2020년 총선에서도 당선되어 어엿한 3선 의원이 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반이재명 파벌에 속하면서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자처하게 되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안희정 계파에 속했다가 주군인 안희정이 성폭행죄로 몰락하자 친문 계파로 줄을 갈아탔다. 그도 다른 줄타기 선수처럼 친노-친안희정-친문으로 줄타기의 신공을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말기에 민주당이 수세에 몰리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난하고 나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그리고 조국의 딸 조민의 문제가 정치적 폭풍을 몰고 올 때도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가 이낙연 줄을 잡았다가 실패하고 이 모양이 된 것이다. 이제 끈 떨어진 연이 되겠으니 또 다른 줄을 잡으러 가겠지. 그래도 수박은 수박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말대로 사람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 법이다. 줄을 잘못 잡은 대가는 본인이 치러야 마땅하다.


다음으로 설훈이다.


1953년 경남 창녕에서도 깡촌에서 태어나 마산고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고대를 나왔다. 일찍부터 반독재 운동에 몸을 담아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투옥되기도 한 ‘전사’ 계열이다. 1995년 총선에서 도봉구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후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2002년 이회창이 대선 후보 시절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10년 동안 피선거권 박탈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그 후 노무현 대통령께서 2007년에 사면·복권해 주신 바람에 2012년 총선에서 부천시 원미구을 지역구에서 당선되어 다시 여의도에 들어간 이후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5선의 중진이 되었다. 나이도 만 70세이니 은퇴할 나이도 되었다. 그런데 지난 대선에서 썩은 줄인 줄도 모르고 이낙연 캠프에 들어간 이후 계속 삐딱선을 타면서 지금까지 비틀대고 있다. 김대중의 동교동계에서 시작하여 이낙연계로 정치 인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아마 굴러들어 온 이재명 대표가 이낙연을 이기고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미 과거 음주 운전이라는 범죄 경력도 있고 위에서 말한 가짜 뉴스 선포로 형벌까지 받은 사람인 데다 가장 강력한 반이재명 노선에 서 있는 자라서 어차피 다음 총선에서 공천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부천시는 이제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고 고향인 경남 창녕은 이미 국민의힘의 아성이니 언감생심일 터이니 말이다. 그저 조용히 물러나서 이낙연 같은 뒤끝 작렬로 노망을 부리지 않는 것이 그동안의 경력에 X칠하지 않는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으로 이원욱이 있다.


1962년 충남 보령 출신이지만 일찍 서울로 올라와 그 당시 서울에서도 무척 가난한 동네인 길음동에서도 무척 빈한한 가정에서 자랐다. 고대부고를 나와 고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시를 포기하고 학생 운동에 몰두하여 운동권 전사가 되었다. 1985년 민정당 중앙정치연수원 점거 농성 사건으로 징역 3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1987년 사면 되었다. 그 후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1998년 새천년민주당에 입사하여 당직자로 일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특이한 경력을 지녔다. 17대 총선부터 여의도 입성을 시도했으나 계속 좌절하다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화성시을 지역구에서 당선되고 20, 21대에서도 재선 하여 3선 의원이 되었다. 그러나 이원욱도 반이재명 계파라는 줄을 잡은 바람에 차기 총선 공천이 물 건너간 상태다. 지역구인 화성시을은 이미 이재명 계파에 속하는 전용기 의원이 출마 준비를 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나가는 것밖에는 남은 길이 없다. 그러나 탈당보다는 출당이 세간에서 보기에는 동정표를 얻을 확률이 높으니 버틸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다음으로 천하의 이상민이 있다.


지난번 글에서 상세히 설명했기에 추가할 내용이 사실 별로 없다. 1958년생으로 아직 나이도 그렇게 많다고 볼 수 없고 자기 지역구인 대전시 유성구을에서 터줏대감이나 다름없어 자신만만할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나대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이미 당적을 수 없이 바꾸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때도 많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바이니, 출당이냐 탈당이냐를 저울질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선택이 될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을 터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민주당의 공천은 분명히 물 건너갔다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이낙연이 있다.


1952년 전만 영광의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서울대 법대를 나왔으니, 동네에서 잔치가 벌어졌을 법한 인물이다. 그 뒤에 꽃길만 골라서 걷는 신공을 발휘하여 문재인 정부에서 ‘신사’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으나 지난 대선에서 최악의 뒤끝을 작렬시키면서 이제는 모든 여론조사에서 잡룡도 안 되는 자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데 상황 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지 여전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 그럴수록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모양이다. 종로구를 내 던진 상황이니 민주당으로서도 공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 손쉽게 버릴 수 있는 카드가 되었다. 여론조사에서 늘 바닥을 기고 있어서 버려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다.


흔히 배신자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당 동료인 자기들을 버리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론이 일찍 발달한 서양에서는 정의와 관련하여 라틴어로 ‘suum cuique’라는 표현을 쓴다. 직역하면 각자가 받아 마땅한 것을 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표현의 연원은 플라톤의 <공화국>(Πολιτεία)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τὸ τὰ αὑτοῦ πράττειν καὶ μὴ πολυπραγμονεῖν δικαιοσύνη ἐστί. 직역해 보면 정의란 “모든 사람이 제 일에 전념하며 (다른 사람의) 여러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이다. 이 문장 뒤에 이어서 플라톤은 모든 사람은 각자의 것을 받고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70%가 넘는 지지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으면 같은 당의 당원으로서 마땅히 이재명 대표를 도와야 했다. 그러나 위에 언급된 구속 5적을 포함한 약 30명의 ‘수박’들은 여전히 뒤끝 작렬의 신공을 보여주고 있다. 조·중·동은 이들을 포용하라거나 분당하라거나 하는 식으로 수작을 부리며 민주당 분열을 위해 야단법석을 부리는 중이다. 그러나 지난 글에서도 말한 대로 수박들은 분당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서 계속 소란을 부리는 것 말고는 별 뾰족한 수단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져 총선에서 적전분열 양상을 벌이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구속 5적’을 엄격히 처벌하여 일벌백계의 효과를 거두고 대오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6개월은 총선에 대비하기에 긴 시간이 아니다. 물론 한 방 크게 먹은 한동훈이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이낙연 못지않은 뒤끝 작렬의 신공을 보이며 계속 이재명 대표를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러나 추석 민심을 파악해 보면 비록 이재명 대표를 반대하던 이들이 지지로 돌아선 분위기는 없지만 적어도 중도층에서 이재명 동정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적어도 내년 총선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말이다. 치고 나가도 좋을 것이다. 마음이 답답하여 주역 단사점을 보았다. 澤地萃 괘가 나왔다. 괘사는 萃亨王假有廟利見大人亨利貞用大牲吉利有攸往다. 풀이하자면 “췌괘는 형통하다. 군왕이 신령을 감동시켜 종묘의 제사를 지내는데 대인을 만나는 것이 이롭고 형통하며 정도를 지켜야 이롭다.” 이재명 대표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정도만 가면 형통한다는 말이다. 대인이 누구인지는 이재명 대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를 만나 도움을 청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형세는 火山旅였다. 괘사는 旅小亨旅貞吉다. 풀이하자면 “나그네로 조금 형통하나 바르게 해야 길하다.”이다. 괘사점을 요약해 보면 지금까지 이재명 대표가 석양의 나그네처럼 고독하고 지쳤다면 앞으로는 대인을 만나 형통할 것이라는 말이다. 길하다. 그러니 ‘구속 5적’을 내쳐도 만사형통할 것이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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