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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이승만을 잘 안다고?

역사를 모르면 제발 먼저 제대로 배우기 바란다.

by Francis Lee

이른바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에 오천만 원을 기부한 이영애가 소셜미디어에서 욕을 먹다가 참지 못해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 건립 모금 참여에 대한 입장문’이라는 것을 발표했단다. 이 입장문에서 이영애는 다음과 같이 말했단다.


“(이승만의) 과오를 감싸자는 것이 아니라, 과오는 과오대로 역사에 남기되 공(功)을 살펴보며 화합을 하자는 의미였다. ... 그분(이승만)의 과오를 감싸는 것도 아니고 분수 넘게 대한민국 건국 일에 소신을 밝히고자 함도 아니다. ... 근본적 취지는 역대 대통령을 지낸 분들의 과오는 과오대로 역사에 남기되, 공을 살펴보며 서로 미워하지 말고 화합을 하면 좀 더 평안한 나라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두 아이 엄마의 간절한 바람이다. ...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굳건히 다져주신 분'이라고 한 것은, 우리나라를 북한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지켜내 북한과 같은 나라가 되지 않도록 해 줘서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 우리나라가 북한 정권의 야욕대로 그들이 원하는 개인 일가의 독재 공산국가가 되었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이영애는 독문학을 전공했다. 그래서인가? 한국 근현대사, 특히 이승만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이승만 덕분에 북한과 같은 나라가 되지 않았다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히려 반대로 이승만 때문에 북한 같은 나라가 될 뻔했는데 미국의 도움으로 간신히 죽다 살아난 것이 그 당시 대한민국이다. 그 과정에서 이승만이 한 것이라고는 꽁지 빠지게 가장 먼저 달아나고 바로 한강 다리를 폭파하게 시켜 무고한 국민을 죽게 만든 것뿐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서북청년단을 동원하여 문자 그대로 무고한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한 주범이다. 그리고 그렇게 살육을 한 이유는 오직 하나 자신의 권력을 영구화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자기와 자기 패거리의 권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자기를 반대하는 국민은 물론 무고한 국민까지 모조리 ‘빨갱이’ 딱지를 붙여 살육한 것이 이승만이다. 그런 이승만의 만행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군사독재자 박정희와 전두환이다. 이승만의 권력을 위해 희생된 국민에는 어린아이와 임신한 여자도 있었다. 그런 인간 덕분에 대한민국이 북한과 같은 나라가 안 되어 고맙다고? 이영애는 독일어만 공부하지 말고 한국 근현대사 책 좀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 어느 책에 이승만 덕분에 한국전쟁에서 북한의 공격을 막았다는 구절이 나오는지? 오히려 이승만은 휴전을 결사반대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이 인제 그만 전쟁을 끝내자고 하자,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다 죽을 때까지 싸우자고 덤빈 것이 바로 이승만이다. 그래서 정전협정도 대한민국은 빠져있다. 정전협정의 정식 명칭은 다음과 같다.


영어: Agreement between the Commander-in-Chief, United Nations Command, on the one hand, and the Supreme Commander of the Korean People’s Army and the Commander of 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 on the other hand, concerning a military armistice in Korea


한글: 국제련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중국어: 聯合國軍總司令一方與朝鮮人民軍最高司令官及中國人民志願軍司令員另一方關於韓國軍事停戰的協定


정전협정서.jpg 정전협정서 서명 부분


사람이 자꾸 죽어나가는 전쟁을 그만하고 이제 평화롭게 살자는 협정을 맺는 것을 한사코 반대한 이승만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는 이 협정에 서명하지도 못했다. 정전협정서에 서명한 사람은 유엔군 사령관 클라크, 김일성, 중국인민군 사령관 팽덕회, 조선인민군 대장 남일, 그리고 유엔군 대표 해리슨이었다. 이 협정서에 이승만이 마땅히 서명하고 대한민국의 권리를 주장해야 했음에도 자기 말을 안 들어주었다고 삐져서 의무를 저버렸다. 그 당시 한국군은 지금의 우크라이나군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승만은 북진통일만 내세우는 고집불통의 꼰대였다. 그럴 능력이 전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주제에 말이다. 게다가 이승만은 전쟁이 한창 중인 난리통에 1952년 개헌까지 하여 대통령에 재선 되었다. 그러더니 아예 1954년에는 대통령 3선 제한을 철폐하여 영구 집권을 하기 위해 그 유명한 4사 5입 개헌을 무리하게 시도했다. 박정희가 유신을 통해 영구 집권을 시도하는 것의 전례가 되게 이승만이 그런 짓을 저지른 것이다. 1954년이면 한국전쟁의 후유증으로 국민이 문자 그대로 거지처럼 살던 때다. 그런데 국민의 아픔을 달랠 생각은 조금도 안 하고 자기가 마치 왕이나 된 듯이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 하였다. 그렇게 노망이 나서 죽어라 놓지 않으려던 권력을 결국 4·19 혁명으로 내려놓고는 제2의 고향인 미국, 그것도 하와이로 도망가서 거기서 죽었다. 이런 자가 우리나라, 우리나라 국민을 살려주었다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이승만은 한국전쟁이 진행될 때는 물론 그전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오로지 자기 권력의 유지에만 몰두한 자다. 누가 애국자인가? 애국자는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추구하고 촉진하는 자다. 그런데 이승만은 권력을 잡은 13년 동안 나라의 경제를 조금도 발전시키지 못했다. 그저 미국의 군사력과 원조로 버텨냈을 뿐이다. 이승만 정권 내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했다. 단 한 번도 국민이 배불리 밥 먹을 수 있도록 해준 적이 없는 인간이 바로 이승만이었다. 그가 권력을 죽을 때까지 잡았다면 대한민국은 더 오랫동안 빈국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영애도 물론 자기만의 정치관을 가질 수 있고 정치적인 기부금을 낼 수도 있다. 자기만이 아니라 남편도 어마어마한 돈이 있어 자랑하고 싶을 정도라니 말이다. 그러나 뭘 좀 알고 말하기 바란다. 이승만이 도대체 한국전쟁에서 국민을 북한의 무력 침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한 일이 단 하나라도 있다면 내게 알려주기를 바란다. 내가 무식해서 몰랐다면 구체적으로 가르쳐주기 바란다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가고 유엔군과 국군이 피를 흘려 가며 서울을 수복했더니 슬그머니 기어 올라왔다가 북한이 다시 서울을 점령하기도 전에 다시 꽁지 빠지게 내뺀 인간이 바로 이승만이다. 도대체 어디를 보고 이승만이 북한의 무력 침공을 막아냈다는 것인가? 이승만이 한국전쟁에서 군사적인 전술 전략에 단 한 가지라도 이바지한 바가 있나? 단 한 가지도 없다. 그저 다 늙어서도 권력욕에 빠져 추태만 부리다가 나라를 극도의 혼란에 빠지게 했을 뿐이다. 이승만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선행을 한 것이 있다면 당장 알려주기를 바란다. 정말로 알고 싶다. 진실을. 당연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영애도 진실을 모른다면 인제 그만 그 입을 닥치기를 바란다. 알지도 못하면서 떠들어 대는 것이 바로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확신시키는 것이고 그런 가짜 뉴스를 그 누구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최고 존엄이 극도로 싫어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승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기 전에 공부를 먼저 하기 바란다. 이른바 ‘산소 같은’ 여자의 이미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다가 ‘질소 같은’ 여자가 되지 말고. 마침 유인촌이 자우림 김윤아에 대해 한 말이 생각나서 인용하니 참고 바란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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