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집안에는 어른이 없는 법이다.
정의당이 몰락하고 있다. 집안에서 애는 천방지축으로 나돌아 다니고 꼰대는 집안에서 구시렁댄다. 그러면서 애· 어른이 서로 싸운다. 돌아가는 꼴이 꼭 콩가루 집안이다. 강서구 보선에서 지지율이 1%대를 기록하면서 위기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공감하면서 애와 어른이 서로에게 탓을 돌린다.
사실 정의당은 진보 정당 가운데 가장 연륜이 있는 정당이다. 영원히 기억될 노회찬이 정당의 지명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진보 사상을 빨갱이로 여기는 척박한 땅에서 정의당이 설 자리가 별로 없다. 강력한 양당 체제에서 소수당이 그것도 진보 정당이 살기는 힘든 법이다. 미국식의 강력한 대통령제와 양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는 사회가 양분될 수밖에 없고 그런 정치판에서 노동자와 서민을 따로 떼어 대변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이미 민주당이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그 정체성이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상정이 총대 메고 민주당과의 차별성 전략을 추구해 왔지만 실패하고 오히려 국민의힘 2중대라는 타이틀만 얻고 물러나고 있다.
그런데 정체성 확보 실패도 모자라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의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019050033331)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8일 ‘당원 중엔 류호정에 ‘ㄹ’(리을)만 나와도 싫어하는 사람 많다’며 같은 당 소속 류 의원을 실명으로 비판했다. 전날 류 의원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ㆍ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이유로 이정미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강 의원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반박했다. 내년 22대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의당 내부 갈등이 전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6명에 불과한 정의당 의원단이 ‘이정미 체제유지파’(강은미ㆍ배진교ㆍ심상정ㆍ이은주)와 ‘제3지대 신당파’(류호정ㆍ장혜영)로 갈라져 노선 투쟁을 벌이면서다. 박원석·김종대 등 전직 정의당 의원들도 ‘대안 신당 당원모임’을 만들어 논쟁에 가세했다.”
21대 총선에서 지역구는 심상정 1명만 당선되고 비례대표로 5명을 확보하여 당원이 겨우 6명밖에 안 되는 당이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꼴이다. 망하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은 안 하고 콩가루 집안을 만드는 정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2023 정의당 중점 정책이라고 내세운 것을 보아도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의당이 내세운 ‘대중교통 3만 원 프리패스’, ‘전세 사기, 깡통 전세 대응’, ‘근기법 확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의사 수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모든 시민을 위한 차별금지법’은 모조리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다루는 어젠다이다. 그리고 심지어 국민의힘도 추진하는 사안도 들어 있다. 양대 거대 정당의 어젠다와 아무런 차별성이 없다. 그들과 대결하면서 정의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려면 소수당만의 고유한 어젠다 발굴을 하고 치고 나가야 하는 데 따라가기 급급하다. 그러면서 민주당과의 차별성 전략이랍시고 한 것이 겨우 이재명 대표 치기에 동조한 것이다. 그러니 국민의힘 2중대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인제 와서 ‘윤석열식 카르텔’, ‘국민통합은 우리끼리’라는 구호로 국민의힘을 ‘까는’ 성명을 내보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이제 국민이 바라보는 정의당은 노회찬 정신을 상실하고 국민의힘의 2중대라도 되어서 생존에만 급급한 짝퉁 기성 정당일 뿐이다.
소수 정당이면서 진보 정당으로서 정권을 잡기까지 성공한 독일의 녹색당에서 정의당이 배웠어야 한다. 독일 녹색당은 한국의 정의당보다 더 과격한 정당이었다. 반전, 반핵, 환경 운동으로 시작한 시민운동이 결국 독일 정부의 외교와 내치를 좌우하는 힘을 가진 기성 정당이 된 것이다. 현재 독일 녹색당은 사민당(SPD)과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 Union)에 버금가는 독일 3대 정당이 되었다. 녹색당보다 훨씬 역사가 깊은 자민당(FDP) 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가장 큰 원인은 독일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핵발전소 폐지와 환경 보호, 그리고 반전이라는 어젠다를 들고 나와 기성 정당을 흔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정의당처럼 양대 거대 정당의 짝퉁으로 안주하면서 의석 숫자나 늘리려고 꼼수나 부리는 짓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기본이 안 된 정당이 인제 와서 류호정을 걸고넘어지고 있다. 물론 류호정이 천방지축으로 날뛰어 ‘눈꼴이 신’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류호정을 비판하고자 <중앙일보>씩이나 되는 신문과 인터뷰하는 강은미의 논리가 너무나 ‘허접’하다. 강은미는 “약자와 소수를 대변하는 세력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 씨앗마저 버리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류호정은 치기 어린 행동을 하고는 있지만 분명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에 속하는 동성애자와 타투 애호가, 그리고 페미니스트를 위해 여러 사람의 욕을 먹어가면서도 ‘몸 바치고’ 있다. 그런 류호정을 비난하는 강은미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과연 몸 바치고 있나?
물론 강은미의 경력을 보면 ‘민주 투사’라는 훈장 하나쯤 가슴에 달아줄 만하다. 전라도 출신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가 민주노동당에 가입하고 구의원까지 당선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니 말이다. 그러나 운동권 출신이라는 ‘딱지’가 모든 것에 통하는 만능 프리 패스는 아니다. 한국 좌파들이 욕을 먹는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운동권과 민주 투사라는 딱지가 있어야만 마치 약자와 소수를 대변할 자격이 있는 듯 ‘설쳐대는’ 것이다. 약자와 소수는 노동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동성애자, 청소년, 노인, 실업자. 병자, 지잡대 출신, 저임금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다. 어떻게 ‘운동권 출신’이 이토록 다양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겠는가? 이런 오만이 결국 뜻하지 않은 분열을 낳는 것이다.
강은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의당 위기에는 류 의원 책임도 상당하다. 지난 8월 탈당 러시 때 당을 나간 당원들은 모두 류 의원 얘기를 했다. 류 의원을 싫어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우리 당도 무언가 극복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어려운 시기에 함께 노력해야 하는데 끊임없이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건 부적절하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함께 노력하자는 구호가 결국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의 말을 억압하는 프레임인 것을 강은미도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바닥에 오래 있다가 보니 강은미도 어느 사이 꼰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수구 세력의 꼰대도 무섭지만 진보 세력은 꼰대는 더 무섭다. 이들은 늘 도덕적 우월성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져 있기에 자기가 세운 기준에 맞지 않으면 동지마저도 내치는 성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파는 분열하고 우파는 타락한다는 속담이 나오는 것이다.
‘좌파 꼰대’인 강은미의 눈에는 류호정이 천방지축으로 날뛰면서 정의당에 민주 투사의 모습을 바라는 유권자의 눈 밖에 날 짓만 골라서 하면서 정의당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류호정 같은 철없는 애가 바로 정의당을 살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현재 정의당의 당권을 쥐고 있는 이른바 ‘이정미 체제유지파’의 어설픈 꼰대 짓보다는 차라리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철딱서니 없는 ‘애’로 취급받는 류호정은 과연 누구인가?
1992년 경남 창원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와서 이른바 ‘이대 나온 여자’가 되었다. 게임 회사에 다니고 아프리카 TV와 트위치에서도 게임 방송을 진행할 정도로 게임에 몰두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 회사인 스마일게이트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본격적으로 약자 편에 서는 일에 나서게 된다. 다음은 나무위키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직장 내 갑질, 사내 부조리, 직장 내 성폭력 문제 등으로 인해 회사 직원들과 고민하던 차에 회사의 편법적 주 52시간 유연근로제 도입에 따라 사업직군 근로자대표로 선출된다. 이후 네이버에 노조가 생긴 걸 보고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한다. 그러나 징계위원회 출석 등 사내 이슈로 스마일게이트 안에서 팀이 해체되고 다른 팀원들이 다 새 팀을 찾고도 류호정은 혼자 남았다고 한다. 2년 연속 업무평가가 ‘에이’(A)였기 때문에 이상한 일이었다. 당시 본인은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정규직인데 설마 회사가 나한테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다고 밝혔지만, 이후 권고사직으로 이어졌다. 당시 해고를 위한 면담에서, 회사 대표는 녹취가 불가능하게 핸드폰을 빼앗은 후, '사직서에 빨리 서명하고 점심 먹으러 가자'며 재촉했다고 한다. 당시 한국경제에서도 '노동 탄압 의혹'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이후 판교테크노밸리를 거점으로 해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IT계 노조들이 소속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서 선전홍보부장 자리를 제안받고 본격적인 노동운동에 나섰다.”(링크: https://namu.wiki/w/%EB%A5%98%ED%98%B8%EC%A0%95/%EC%83%9D%EC%95%A0)
이 정도면 노동운동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폭력 가정에서 자라난 탓에 가부장제에 대한 혐오가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소수자를 위해 투쟁한 경력이 화려하지는 않아도 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어란 류호정을 철부지로 몰고 가는 강은미는 누구인가?
1970년 전남 광산군 빈농의 딸 출신으로 대학교까지 오로지 전라도에서 공부했다. 현재 거주지도 전라도 광주다. 문자 그대로 전라도 토박이다. 대학 졸업 후 로케트전기에 입사하여 노동자의 길을 걸었고, 부당 해고에 맞서 투쟁하면서 노동자의 권리 쟁취에 앞장서는 투사가 되었다. 그러다가 2006년 민노당 후보로 광주시 서구의회 의원이 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그 이후 계속 낙선의 고배를 마시다가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여느 한국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당을 옮겨 다니는 행적도 남겼다.
류호정과 강은미의 이력을 보면 나이 차이와 경상도 전라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살아온 궤적은 비슷하다.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투쟁’을 자기 나름의 삶의 자리(Sitz im Leben)에서 실천해 온 것이다. 그리고 둘 다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한 것까지 같다. 그런데 인제 와서 강은미가 꼰대를 자처하고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참 이상하다. 노동자 출신으로 투쟁하던 좌파들도 여의도 물을 먹으면 자리 지킬 생각에 전념하게 되니 말이다. 그 자리를 지키자고 이제 집안싸움도 마다치 않는다. 과연 이런 정의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어차피 내년 총선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생결단 장이 될 것이다. 그러니 두 거대 정당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자리에서 여타의 소수 정당은 이번 강서구 보선 때처럼 지리멸렬할 것이다. 더구나 지난 대선에서 심상정이 문자 그대로 ‘주접’을 떠는 바람에 국민이 당해야 하는 후유증이 심각한 현재 상황을 보고 정의당에 대한 정나미가 뚝 떨어진 국민이 한두 사람이 아닌 현 상황에서 정의당이 지금 보여주는 모습은 한 마디로 자멸의 길을 걷는 루저일 뿐이다. 심상정마저 내년 총선 불출마가 분명하니 더 이상 인물도 없다. 잘 가라 정의당! 그동안 참으로 많이 불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