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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19. 2023

결국 푸틴이 승자가 된다고?

국제정치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젤렌스키의 끝이 보인다.

하마스가 푸틴을 구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팔레스타인의 주민도 아니고 이스라엘 민간인도 아니다. 지난 2년 가까이 전쟁을 이끌어 온 젤렌스키다. 명분으로는 젤렌스키가 푸틴의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 사실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사실 젤렌스키는 미국의 지원이 없으면 당장 패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미국의 방패로서 크림반도를 지키는 역할로 미국의 귀여움을 받았다. 또한 유럽 제국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서방 확장을 막아주는 방패가 되기를 바라면서 최소한의 지원을 계속해 왔다. 그 와중에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이다. 물론 우크라이나 군인의 희생도 컸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는 정확한 피해를 밝히고 있지 않다. 그러나 이미 민간인을 포함하여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난민도 천만 명을 넘어섰다. 러시아의 피해도 막대하다. 이런 식을 전쟁을 지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휴전이나 평화 협상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식으로 전쟁이 흐지부지 끝나면 탄핵으로 정치생명만이 아니라 신체적 생명도 위협받을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 사실 이번 가을 통 공세로 크림반도도 회복할 줄 알았으나 생각 밖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전력이 약했다. 그리고 러시아 군이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형편없지도 않았다. 결국 우크라이나가 만들어 낸 가짜 뉴스에 유럽과 미국이 속았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공화당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빼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급한 젤렌스키가 다시 미국을 방문했지만, 이전과는 너무나 다른 대접을 받은 터에 중동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에 기쁨을 주고 사랑을 독차지하던 젤렌스키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건이다. 당장 세계 언론에서 우크라이나가 사라졌다. 날마다 전황을 자세히 보도하던 미국 언론도 온통 관심이 가자지구에만 몰려있다. 바이든이 당장 이스라엘로 달려가 네타냐후를 어르고 달래며 확전을 막고 있다. 그 대가로 이스라엘에 대한 전례 없는 대폭적인 지원 패키지 제공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한 1억 달러 지원도 약속했다. 이스라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도 확전을 자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 전략을 중동에서 사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취한 미국의 전략과는 전혀 다르다. 우크라이나는 문자 그대로 러시아의 세력 확산을 몸으로 막아내라고 요구하면서 중동에서는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미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난민이 100만 명에 이를 것이 예상되니 이미 피해가 크지만, 우크라이나가 현재까지 당한 것에 비해서는 비교해서는 차원이 다르다.     


우연히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날인 10월 7일이 푸틴의 생일이었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듯이 푸틴은 이 기습에 대해 가장 기뻐한 사람이다. 사실 미국의 지원이 아니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상대가 안 된다. 전쟁은 사기만으로 이길 수 없는 게임인 것을 푸틴도 알고 있다. 미국만 빠지면 자기의 뜻대로 우크라이나 동부를 장악하고 전쟁을 자기 뜻대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뛸 듯이 기쁠 수밖에. 게다가 중동 사태를 관망하던 시진핑이 노골적으로 팔레스티나 편을 들면서 다시 과거에 제삼 세계를 놓고 동서 대립을 벌이던 냉전 시대로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면서 푸틴은 기쁜 마음으로 중국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미국 일극 체제를 부수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꿈’인 현실에서 중동 사태는 너무나 반가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여 더 이상 확전을 벌이지 말도록 조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바이든이 한걸음에 이스라엘로 날아간 것이다.      


젤렌스키도 이런 상황에 당황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약 600일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두었지만 이제 상황이 변했다. 젤렌스키는 지난번 NATO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우리의 관심은 중동에 쏠려 있습니다. ... 테러리스트들이 이스라엘에서 행한 일을 누구도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우선순위가 이스라엘 뒤로 밀리는 것은 젤렌스키의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기에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네타냐후와의 회담을 제안했지만, 그의 뻔한 속을 아는 네타냐후가 이를 거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미국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를 동시에 지원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바이든은 두 전쟁이 미국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고, 오스틴 국방장관은 NATO 국방장관과의 회의에서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것처럼 이스라엘도 지지할 수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바이든 정부의 진심이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 공화당은 이스라엘 지지에는 이견이 없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이미 부정적인 의견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다시 겨울 오고 힘든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원이 이스라엘에 더 기울게 되면 우크라이나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처럼 국제정치 상황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되거나 적어도 경쟁자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가 미국에 붙어서 러시아와 맞서는 프레임을 만들고 오히려 서방에 대해 무기와 지원을 안 한다고 큰소리 땅땅 치던 시절이 가버렸다. 미국만이 아니라 독일, 영국, 프랑스 신문을 보아도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시선을 끌지 못하는 부차적 이슈가 되어 버렸다.   

  

오래전부터 한반도는 중동과 발칸반도와 더불어 세게 3대 화약고로 불렸다. 그리고 그 상황은 현재 조금도 변함이 없다. 한국전쟁 전만 해도 미국은 일본을 당시 소련의 팽창주의에 맞서는 아시아의 마지막 보루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북한의 남한에 대한 침공으로 한반도의 전초기지 역할을 확인한 이후 한반도에 미군의 주둔은 필수 불가결한 옵션이 되었다. 그러나 지닌 글에서도 언급한 대로 대만 전쟁이 발발한다면 한반도의 미군은 대만을 지원하기 위하여 재배치될 수밖에 없다. 그 빈 곳을 북한이 소련의 도움으로 치고 들어온다면 막을 방안이 마땅치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탄약과 포탄을 비롯한 무기 지원을 하였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 대가로 북한이 받은 것, 또는 받을 것이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소문으로는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는 미사일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기술과 자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러시아가 이 부분에서 지원을 확대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적어도 유럽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 가스와 석유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소련이 자랑하는 핵무기 기술도 전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미 핵탄두를 최대 100개 정도를 생산·비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술 핵탄두보다는 전략 핵탄두가 한국에는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을 위협한다고 호들갑이지만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순간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북한 땅 자체가 지구에서 사라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김정은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처지에서는 전술핵무기와 더불어 방사포와 같은 재래식 무기가 더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이번에 하마스가 최강의 아이언돔 방어 시스템을 뚫고 초기 공격에서 이스라엘에 막대한 피해를 준 것이 한반도의 위기 상황을 이해하는 데 좋은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최대 5,000발의 미사일 공격에 이스라엘의 막강한 아이언돔 방어체계가 무너졌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북한은 1시간에 16,000발의 방사포를 한국의 수도권에 쏟아부을 수 있다. 한국의 패트리엇 방어체계나 THAAD는 모두 적의 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곧, 발사 때가 아니라 타격점 근처에서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패트리엇의 경우 요격 사거리가 최대 30km밖에 안 된다. 발사대 1개당 16발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의 16,000발에 달하는 방사포를 막기 위해서는 발사대가 1,000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이 배치한 것은 8개 포대로 알려져 있다. 한 포대당 8기의 발사대가 기준이니 한 번에 1,024개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다. 16,000발의 방사포를 막으려면 10차례 재장전하고 발사해야 한다. 그런데 최신 버전인 PAC-3 MSE은 한발 당 60억 원이다. 16,000발을 막으려면 단순 산술적으로는 약 100조 원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의 6분의 1이 단순히 방사포 방어에 날아가 버린다.     


전쟁이 나면 북한은 방사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번 서울 상공을 유유히 활공하다가 돌아간 무인기는 1천 대 정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무인기를 방사포와 동시에 사용한다면 막을 재간이 없다. 아무리 미국이 막강한 국가이고 한국을 지원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자체 방어 능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미국에서 지원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북한이 마음먹고 최후의 발악을 한다면 한국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더구나 이번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동시에 전쟁이 일어날 때 미국 정부만이 아니라 국회와 국민도 이스라엘을 우선시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이 과연 미국에서 어떤 대접을 받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재래식 무기만이 아니라 최첨단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과 맞서 싸우는 데 전작권도 없는 나라가 과연 잘 방어할 수 있을까? 잘못하면 미국만 믿고 러시아와 끝까지 맞짱을 더 보려다가 이스라엘 때문에 단번에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보고 타산지석을 삼기를 바랄 뿐이다. 자국의 힘이 없음에도 미국이라는 대국에 의존하여 정치적 야욕을 채워보려고 한 젤렌스키가 자국민에게 끼친 막대한 피해에 대하여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벌써 궁금하다. 초기에 미국과 유럽의 막강한 지지로 시세 등등 하던 젤렌스키가 풀이 많이 죽었다. 반대로 많은 가짜 뉴스로 거의 중병에 걸린 미치광이로 묘사된 푸틴이 다시 오뚝이처럼 살아나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은 역시 알 수 없다. 끝나야 끝났다고 한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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