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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Oct 31. 2023

젤렌스키에게서 이승만이 보이기 시작하나?

전쟁광은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된다.

중동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을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자가 바로 젤렌스키다. 그곳에서 무고한 생명이 죽어서가 아니다.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끌던 상황이 하루아침에 변했기에 그의 가슴이 아픈 것이다.    

 

이제 전쟁이 2년 차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갑자기 중동전이 터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염증이 서양의 여러 나라에 퍼지던 상황에서 문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뺨을 힘차게 후려친 일이 생긴 것이다. 이제 아무도 우크라이나에 관심이 없다. 세계 언론에서 우크라이나 소식은 B급으로 처리되고 있을 뿐이다. 젤렌스키의 입장에서는 인생무상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의 2023년 10월 20일 호 표지 기사에 Simon Shuster가 쓴 젤렌스키를 비롯한 그의 측근과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링크: https://time.com/6329188/ukraine-volodymyr-zelensky-interview/) 표지 제목은 다음과 같다.     


‘Nobody believes in our victory like I do. Nobody.’

It’s been nearly two years. Russia still control a fifth of Ukraine’s territory. Tens of thousands have been killed, Global support for the was is shrinking.

The Lonely Fight of Volodymyr Zelensky     


이 제목이 현재 젤렌스키가 처한 상황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제는 그 누구도 우크라이나가, 아니 젤렌스키가 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2년 가까이 전쟁을 벌였지만, 소련은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점령한 상태다. 이미 수십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말이다. 게다가 이제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도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이제 이 전쟁을 계속하기를 바라는 자는 젤렌스키뿐이다. 그래서 그 혼자만 전쟁을 이어가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는 70년 전 한국의 이승만이 보여준 모습과 똑같다. 2년 정도 전쟁이 흐르자, 한국전쟁에 참여한 당사자 모두가 지쳤다. 그래서 지루한 정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이승만만이 북진통일을 외치며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서울이 점령되기도 전에 대전으로 미리 도망가 버리고, 피난민이 건너고 있는 한강 다리를 끊어버려 무고한 국민이 죽게 만든 자가 바로 이승만이었다. 그 이승만은 인제 그만 무익한 희생을 하지 말자고 정전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도 전쟁광이 되어 혼자서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미국조차 지겨워 한 그 한국전쟁 말이다. 그래서 결국 이승만은 정전협정에 서명하는 것도 거부하여 미국, 중국, 북한만이 그 문서에 서명했다. 이승만은 한반도에 계속 피가 흘러야 한다고 혼자 광분하는 가운데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승만의 귀신이 젤렌스키에게서 보인다. 그 누구도, 심지어 젤렌스키의 측근도 전쟁을 이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데 그만 전쟁에 미친 자가 되었다. 왜 그런가? 이유는 간단하다. 전쟁을 이런 식으로 끝내면 모든 책임을 젤렌스키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도 갖은 편법을 동원하여 독재자로 영구 권력을 쥐려는 간계를 부렸다. 그러나 결국 국민의 분노를 사서 하와이로 도망가서 죽었다.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젤렌스키에게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일단 젤렌스키는 전쟁을 포기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그에게서 이승만의 그림자가 짙게 보이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타임>지의 보도에 따르면 그의 최측근도 이 전쟁을 더 이상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착각하고 있다.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이길 수가 없다.” 그의 측근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전쟁을 포기할 생각도 평화를 추구할 생각도 없다. 오로지 무슨 수단을 쓰든지 전쟁을 지속할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가 과연 자기 국민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지도자라고 할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70여 년 전 이승만과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타임>지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종전이 아니라 잠정적인 휴전조차도 거부하고 있다.      


세계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도 이제는 전쟁에 지쳐서 그만두고 싶어 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특히 혹독한 겨울이 곧 다가오는 것에서 국민은 전쟁만큼이나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총알에 맞아 죽는 것만이 아니라 굶어 죽고 얼어 죽을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미 소련이 우크라이나의 많은 발전소를 파괴했기 때문에 겨울에 있을 난방 문제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심지어 전선에 나가 있는 우크라이나 군의 사기도 떨어졌다. <타임>지에 따르면 일부 지휘관은 진격 명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저 참호에서 현재의 방어선을 유지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무기도 모자라고 병력도 모자란다. 심지어 돈을 써서 퇴역을 조작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지난 8월에는 젤렌스키가 징병 사무소장을 해고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군부 내에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만연하면서 군에 대한 신뢰도 현저히 떨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군부가 병사들의 보급품을 빼돌려 많은 군인이 얼어 죽고 굶어 죽은 사태가 우크라이나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군부 내의 부패를 젤렌스키는 진작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 일로 국방장관을 해임하는 데 반년이나 걸렸다. 부패가 워낙 광범위하여서 장관 하나 잘라버린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때 군부 비리로 10만 명 가까운 병사가 굶거나 얼어 죽은 사건인 ‘국민방위군 사건’ 때도 이승만 정권은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공식적으로 2,000명 정도 죽었다고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는 10만 명 가까운 병사가 굶어 죽고 얼어 죽었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이들을 모조리 ‘빨갱이’로 몰아 협박했다. 그리고 이에 관련된 범죄자 군인 16명 가운데 실형을 받은 자는 고작 4명이었다. 그리고 그들조차 징역 1년에서 3년만 받았다. 그리고 그 범죄자 군인들은 뻔뻔한 태도로 조금도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국민이 분노하였다. 전국적으로 반정부 정서가 들끓었다. 그제야 이승만은 국방장관 신성모를 경질하였다. 그런데 그 후임으로 임명한 것이 이승만의 최측근이자 천하의 간신배인 이기붕이었다. 이것은 이승만이 저지른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여러 죄악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런데 젤렌스키도 이승만과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군대 내부에 만연한 비리로 전방의 병사들이 죽어가는 데도 국방장관을 경질하는 데 반년이나 걸린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내부의 부패는 군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관료들도 부패에 연루되어 있다. 젤렌스키의 경제·에너지 정책 고문 로스티슬라브 슈르마의 형제가 우크라이나 남부 발전소와 태양에너지 회사의 주인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해서 전력을 공급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국가로부터 전기 요금을 계속 받은 비리가 발각되었다. 그럼에도 젤렌스키는 최측근인 슈르마를  좇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9월 미국 방문단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우크라이나 정부가 깊이 썩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끝나고 외국의 지원도 중단되면 모든 책임은 젤렌스키가 져야 한다. 그런 상황을 젤렌스키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그러니 그는 70년 전 이승만처럼 계속 전쟁을 원하는 것이다. 명분은 소련이 점령한 지역의 회복이지만 그의 속내는 자기의 권력 유지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타임>지의 기사가 그런 젤렌스키의 속내를 백일하에 드러내 보였다. 그런 사실을 우크라이나 국민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70여 년 전 북진통일과 ‘빨갱이’ 척결을 명분으로 종신 권력 유지에만 골몰했던 이승만과 어쩌면 그리 닮았을까? 젤렌스키에게서 이승만의 귀신이 정말로 보이는 것만 같다. 지도자를 잘못 뽑은 국민이 겪어야 하는 고난치고는 너무 참혹하다. 그저 우크라이나 국민이 이번 겨울에 굶어 죽지 않고 얼어 죽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젤렌스키와 그의 가족 그리고 그의 측근은 뜨끈한 벽난로 앞에서 그 긴 겨울을 보낼 것이니 전혀 걱정이 안 된다. 왜 세상은 이렇게 불의한 것일까? 정의는 어디에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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