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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이선균, GD의 ‘마약 파일’ 이 풀린 이유?

‘한동훈 만들기’의 큰 그림이 보인다.

by Francis Lee

2023년 4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협의회에서 한동훈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링크:https://www.pennmike.com/news/articleView.html?idxno=62856)


“최근 몇 년간 계획, 절제, 계산되지 않은 수사기관 재편 과정에서 공백이 생겼지만, 작년부터 검경이 똘똘 뭉쳐서 정보를 공유하면서 많이 잡아내고 있다. ... 마약 가격은 재료비가 아니다. 그동안 비쌌던 이유는 위험 비용이다. 걸리면 인생 망치기 때문이다. ...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마약 단속을 좀 느슨하게 했고, 대형 마약 수사를 주도하던 검찰 손발을 잘랐다. 그 결과 마약을 거래하고 유통하고 흡입하는 데 있어 위험 비용이 대단히 낮아졌다. ... 미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이미 커진 나라들은 마약 청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지 않는다. 불가능해서다. 우리는 그 단계는 아니다. 강력히 처벌해서 돌아가려 노력할 것이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발언이 있기 훨씬 전인 2022년 12월부터 유아인의 ‘마약 파일’이 풀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프로포폴로 시작했으나 점점 강도가 강해지면서 대마초, 케타민, 코카인 복용 ‘파일’도 언론에 풀렸다. 그러다가 3월 7일 유아인 자택 수사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시기가 마침 윤 대통령의 이른바 ‘3·1절 기념사 사달’로 저잣거리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호사가들은 유아인으로 이 문제를 가리려고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이번 이선균은 강서구 보선 참패와 딸의 학폭으로 비서실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김승희 사달의 후유증으로 크게 흔들리는 윤 대통령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런데 이선균도 유아인과 마찬가지로 임팩트가 생각보다 적자 아예 아껴두었던 ‘GD 마약 파일’도 풀었다는 것이다.


뭐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영화 <내부자들>에서 검찰이 터뜨린 ‘검찰 캐비닛 파일’ 정도의 임팩트가 없었다. 세상이 달라진 것이다. 이른바 ‘검찰 파일’로, 특히 연예인의 추문 파일로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는 프레임의 약발이 이제 다 한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과 여권이 헛다리를 짚은 것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서 소년 급제한 자들이 넘치는 검찰이 그리 만만할 리가 있나?


앞에서 인용한 한동훈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사실 여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어떤 비난을 당하든 큰 문제가 안 된다. 어차피 대통령 아닌가? 한국의 최고 존엄이 된 마당에 그것도 현재 국회 구도로는 탄핵이 mission impossible인 상황에서 윤 대통령 스스로 말한 대로 지지율이 0%가 되어도 겁날 것이 없다.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이미 떠올랐고 이제 질 일만 남은 별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문제는 떠오를 별이다. 지금 여권에서 차기로 강력히 밀고 있는 한동훈이 문제인 것이다. 2년 가까운 세월 동안 검찰의 모든 능력을 총동원하여 기획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의 기각으로 한동훈이 그토록 신경 쓰는 ‘스타일’을 완전히 구겨버리고 하루아침에 ‘조선 제일의 검’에서 ‘조선 제일의 혀’로 전락해 버린 그 한동훈 말이다. 여권에서 한동훈을 대체할 만한 마땅한 인물이 있다면 사정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명박·근혜 시절의 사골을 닥닥 긁어모아 재탕 삼탕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인재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한동훈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사실 ‘마약 파일’은 화수분 같을 것이다. 지금 검찰 캐비닛 안에는 무수한 연예인 사회 명사의 비리가 꼭꼭 쟁여있을 것이니 말이다. 한동훈의 말 대로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박리다매를 노리는 마약상의 농간으로 마약값이 매우 저렴해진 현실에서 많은 청소년도 마약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마약의 저변 확대가 이루어지면 결국 마약상들이 가격을 올릴 것이고 중독자들은 파산하게 된다. 마약은 반드시 퇴치해야만 하는 사회악이다. 그런데 그런 사회악을 정치권력자들이 자신의 권력 강화에 이용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사실 한동훈은 내년 총선을 노리고 마약 카드를 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예상치 않게 위기로 흘러가자 서둘러 마약 카드를 쓸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마약 카드는 검찰의 처지에서는 꽃놀이 패나 다름없다. 더구나 마약과 매춘을 엮으면 YG 엔터 정도는 쉽게 날려 버릴 수도 있는 일 아닌가? 그러니 지금 슬슬 풀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이준석과 유승민이 신당을 만들겠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떨어지기만 하는 현실에서 한동훈은 오히려 느긋할 수도 있다. 어차피 지는 해인 윤 대통령을 밟고 올라갈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아내인 김 여사로 계속 점수를 깎이고 있는 현실에서 가족 단속을 비교적 잘 해내고 있는 한동훈으로서는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호사가들이 말하는 대로 민주당과 야권이 200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면 상황은 급전직하로 치닫게 된다.


계산이 빠른 한동훈은 이미 이 정도 수순은 다 복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동훈이 이제 슬슬 두 발로 설 때가 된 것 아니겠는가? 내년 총선에서 정말로 야당이 200석을 넘게 가져가서 탄핵 정국이 성립된다고 해도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바로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검찰 독재의 욕을 먹어도 결국 검찰의 칼날을 휘둘러 국민을 제압하고 더 나아가 인기몰이를 할 수 있다면 이재명 대표쯤은 ‘가배얍게’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계산이 나왔으니, 본인이 가장 잘하는 일 곧 범인을 잡아 족쳐서 국민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 말도 뭐가 더 있겠는가?


이제 특급 남자 배우와 가수를 잡았으니,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여성 연예인의 파일을 개방할 순서로 보인다. 이미 찌라시가 돌고 있지만 누구도 알 수 없는 노릇일 것이다. 때가 되면 검찰이 언론에 조금씩 흘릴 것이니 조바심 낼 것까지는 없다. 그러나 연예인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한동훈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정치인, 특히 야권 인사의 자식 가운데 누군가 걸릴 것이다. 그래서 마약에 물든 연예계와 정치판을 한동훈이 슈퍼맨처럼 단칼에 정리하여 국민의 영웅으로 등극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참사로 구겨진 스타일을 만회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고. 이것이 지금 대충 한동훈 머리에 그려진 시나리오 아니겠나?


결국 이런 정화 사업을 위해 총선 현장에서 뛸 시간이 없고 경상도 지역구에서 뛰기에는 선배 검사들 눈치가 보이고, 수도권의 사지에 뛰어들기에는 배포가 부족하다. 그러니 결국 비례대표 10번쯤 받아서 총선을 지휘하는 모양새를 갖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직 정치 바닥에서는 애송이에 불과하니 선배들의 눈 밖에 나는 짓은 최대한 삼가겠지만, 스타일에 살고 죽는 한동훈의 성격상 이른바 ‘덤비는’ 선배는 가차 없이 밟는 연습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의 사주를 볼 때 진월에 태어난 을해 일주로 신약이라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격은 못 된다. 그러니 총선을 진두지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그릇이 아닌데 덤비다가는 총선 자체를 망칠 수 있으니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한동훈의 사주로는 주군인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권력의지가 부족한 탓에 최고의 자리에 오를 그릇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도 운이 받쳐준다고 욕심을 내면 주군과 같은 신세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재물 운이 받쳐주니 아내나 처가 덕으로 돈을 밝히면 노후는 큰 문제가 없다.


결국 현재 여권에서는 한동훈을 회심의 카드로 내밀 준비를 하고 있고 일부 찌라시는 이미 한비어천가를 남발하는 분위기인데 헛수고일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정치적 치부가 드러날 때마다 연예인을 무마용 희생양으로 삼아서 넘어가곤 했다. 이번에도 그런 관행을 답습하는 가운데 한동훈 띄우기까지 일타이피를 노리는 모양새인데 그렇게 생각대로 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하다가 안 되면 다시 관성대로 이재명 대표 죽이기를 계속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을 더구나 인동초인 이재명 대표와 같은 정치인을 죽이기가 그리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다 같이 죽는 일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말 대로 이제 국민은 이재명 대표에게 부채 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나 한동훈에게는 그 누구도 부채 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의 정치적 정서에서 이 부채 의식은 결정적인 한 방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채 의식을 국민이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치인이 죽다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평생 꽃길만 걸어온 한동훈은 그럴 가능성이 제로다. 그러니 한동훈 만들기의 그림을 아무리 크게 그려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한비어천가를 부를 필요도 한동훈 테마주를 고를 일도 없을 것이다.


그저 애꿎은 연예인만 불쌍하게 되었다. 물론 마약을 하고 혼인했음에도 이른바 ‘텐프로 룸살롱’에 다니며 문자 그대로 ‘날라리’로 산 자의 자업자득인 탓이 더 크지만 말이다. 높이 오를수록 겸손해지라고 하신 조상님들의 말씀은 21세기에도 여전히 타당한 교훈인 것 같다. 아무튼 참으로 요지경 같은 한국의 정치계와 연예계다. 그런 요지경이 있기에 힘든 가운데 호기심 충족을 찾는 국민의 관음증은 계속 이어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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