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을 어디에 써먹을까?
총리도 국회의원도 아니니 결국 ‘토생구팽’이다.
by Francis Lee Oct 29. 2023
한동훈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김행 exit’의 원투 펀치 충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모양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서구 보선 패배의 강타가 더해지면서 한동훈만이 아니라 여권 자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이다. 게다가 대통령실에서 지겹게 벌이는 ‘김 여사 해외 화보 찍기’의 역풍으로 민심은 이미 분노 게이지로 측정하기 힘들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총선이 5개월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여권이 쓸 카드가 없다. 이준석은 자꾸 딴죽을 걸고 유승민과 홍준표는 협조할 생각이 전혀 없다. 원래 윤핵관은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를 ‘두들겨 패던’ 자들이라 권력 지형이 바뀌면 언제든 등을 돌리 자들이다. 현재 상황을 냉정히 분석해 보면 윤 대통령은 문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당초 지지율에 초연하겠다는 선언도 무색하게 경상도 지방을 분주하게 누비고 있다. 결국 믿을 것은 TK라는 말인데 최근 여론조사가 말해주는 대로 이제 박근혜 약발도 다한 모양이다.
하도 애처로운지 <중앙일보> 윤 대통령의 ‘승부수’를 조언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뜬금없이 노무현 대통령님까지 들먹인다. 조·중·동이 원래 뻔뻔함과 후안무치 그 자체라 놀라울 일은 전혀 없다. 게다가 기사 내용을 보니 별거 아니다. 이제는 조·중·동 마저 대책이 없다는 말이겠다. 대책이 없을 수밖에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윤석열 정권이 태동 때부터 스스로 잔매를 너무 많이 자초했다는 데 있다. ‘자유’와 ‘멋대로’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그저 ‘자유·자유·자유’만 외치고 ‘무대뽀’로 달려오면서 무수한 잔매를 맞아오다 이제 골병이 든 증상을 보이는 것이다.
결국 윤석열 정권을 살릴 흑기사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한동훈 밖에는 없는데 이번에 한동훈이 목숨처럼 여기는 ‘뽀대’, 곧 스타일을 완전히 구겨버렸으니, 자존심만이 아니라 명성도 잃게 되었다. 정신을 추스르고 이재명 대표 기소의 모양을 갖추고 계속 덤비고는 있지만 이미 김이 다 빠진 잔치인 것은 누구보다 한동훈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를 밟고 자신을 올리려는 전략은 실패했다. 그러나 문제는 한동훈의 일생이 초딩 때부터 남을 짓밟고 올라온 경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공부를 1등만 하면 칭찬만 받아온 자들이 걸리는 집단적인 정신병이 ‘나 잘난 병’이다. 공부를 잘했고 소년 급제에, 검사에다 장관으로 파죽지세의 출셋길을 걸었으니 ‘누가 나를 당하랴!’ 하는 그 나만 잘났다는 병 말이다. 그러나 한동훈이 가장 잘한다고 잘난 척해온 구속영장도 제대로 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지고 허세만 부려왔다는 인상을 주는 바람에 스타일을 완전히 구겨버렸다. 거의 수습이 불가능한 수준의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이런 한동훈이 전세를 역전시키는 방법은 진검승부를 통해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호사가들은 한 때 한동훈이 국무총리나 국회의원을 맘대로 골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검사로서의 소양도 부족한 인물이라는 주홍 글씨가 이마에 영원히 새겨진 마당에 일인지하 만인지상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리고 찐 국회의원이 되려면 지역구에서 진검승부를 벌려 이겨야 하는데, 현재 여권에서 들리는 비례대표, TK, 강남 출마설은 한동훈을 더욱 쪼그라들게 할 뿐이다. 이미 ‘조선 제일의 검’이 아니라 ‘조선 제일의 혀’라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준 처지에서 이른바 험지나 사지에서 승부를 걸지 못하고 국회의원 자리를 이런저런 핑계로 구걸이나 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보여준다면 이미 원투 펀치를 맞은 상황에서 K.O 펀치를 맞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동훈이 사나이다운 용기가 있다면 사지인 전라도나 강서구, 양평구에 출마하여 잘 싸우다 죽거나 신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조선 천하의 입’에 그럴 용기기 있을까? 당연히 없다. 결국 한동훈은 내년 총선을 총지휘한다는 핑계로 비례대표 10번 정도를 받을 것이다. 수구 세력의 특기가 욕을 먹더라도 ‘안전빵’을 택하여 현실적 권력과 돈을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동훈도 그 나물에 그 밥이니 그런 프레임을 조금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의 재다신약인 사주 자체도 권력의지보다는 돈을 더 좋아하니 힘들게 고생하는 길을 택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물론 강남이 아니라 용산구에 출마해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청할 수도 있겠다. 내년 총선에서 마포구와 성동구와 더불어 최대의 격전지가 될 것이니 말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초기에는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용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다가 이런저런 실정으로 계속 지지율이 30%대 초반에 고착되자 집토끼를 잡는다고 실용보다 이데올로기를 내세웠다. 그러나 반드시 승리한다는 간신들의 말만 믿고 강서구 보선에 올인하는 어처구니없는 배팅을 해서 죽을 쑨 다음에 갑자기 이데올로기보다는 실용을 내세웠다. 그러더니 집토끼 생각이 나는지 역대 대통령 그 누구도 안 하던 박정희 추도식 참석이라는 카드를 던지고 박근혜와 화해하는 화보를 찍어 TK 지역 민심에 아양을 떠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그 행로를 전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의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 있는 누구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빌 클린턴이 내세운 선거 운동 문구 대로 문제는 경제다. 평범한 국민은 원래 ‘등 따습고 배부르면’ 인심이 후해지는 법이다. 이는 수천 년 된 정치적 진리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모름지기 한 나라의 지도자는 그 백성이 저절로 격양가(擊壤歌)를 부르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진의 황보밀이 편찬한 <제왕세기>(帝王世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帝堯之世 天下太和 百姓無事有 八九十老人 擊壤而歌 歌曰 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于我何有哉”
간단히 직역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다.
“요임금 시절, 천하는 태평하며, 백성은 아무 걱정이 없다. 팔십, 구십 되는 노인이 땅을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노래는 다음과 같다. ‘해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쉰다. 우물을 파서 물을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으니, 제왕의 힘이 들 어찌 내게 미치리오.’”
이것이 바로 ‘격양가’다. 팔자가 늘어져 땅에 편하게 주저앉아 땅을 두드리며 장단을 맞추어 부른 노래라는 말이다.
요임금은 삼황오제에 속하는 전설의 인물이다. 공자도 칭찬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이 할 만큼 탁월한 정치 지도자였다. 그런데 그가 다스리던 시절 백성이 이런 노래를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노래가 요임금 시절에 지어졌을 리는 만무하다. 그 후대에 요임금 시대를 평가하면서 이런 노래로 칭송한 것이 거의 분명하다. 그러나 후대에 이 정도의 평가를 들을 정도로 요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렸다는 증거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제왕세기>에 따르면 원래 요임금이 나라를 다스린 지 50년이 되었을 때 자기가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고 있는지 알고 싶어 평복을 입고 이른바 민정 시찰을 나갔다. 그런데 사거리에 이르자 아이들이 다음과 같은 이른바 <강구가무>(康衢歌舞)라고 불리는 노래를 불렀단다.
“立我烝民 莫匪爾極 不識不知 順帝之則”
간단히 직역하면 다음과 같은 말이다.
“우리와 같은 백성을 살리는 것은 그대의 지극함이 아닌 것이 없다. 의식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지만 황제의 법을 따른다.”
한 마디로 정치 지도자가 전혀 간섭을 안 하지만 어느 사이에 그가 다스리는 대로 나라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다.
<강구가무>를 부르는 어린애들이나 <격양가>를 부르는 노인이나 모두 아무 간섭을 받지 않고 지극히 ‘자유·자유·자유’ 하면서 행복하다는 말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지도자는 쓸데없는 간섭을 전혀 안 하고 백성이 배부르고 등 따듯하고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을 살면서 이런 노래를 부르도록 해야 한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한 진리다.
그런데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가? 대통령이 나서서 ‘빨갱이’ 운운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간신배들이 나서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나라를 구하려고 목숨을 바치신 홍범도 장군님마저 ‘빨갱이 딱지’를 붙이며 패를 갈라놓는 데 앞장선다. 그것도 모자라 갑자기 중국이 ‘빨갱이’라서 단절한답시고 경제를 파탄 지경으로 몰고 간다. 미국과 일본과 손잡는다면서 계속 손해만 본다. 일본과의 무역 적자는 회복 불능상태에 놓이고 미국은 한국의 이익을 지킬 의지가 별로 안 보이는 데도 말이다. 그러다가 바이든이 한국을 ‘날리면’ X 팔려서 어찌하려는지 아무런 대책도 없다. 그저 무대뽀로 자기 맘대로 사달을 부리면서 그것이 ‘자유·자유·자유’란다.
국민은 <격양가>는커녕 <격투가>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경제는 파탄지경인데도 김 여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예산을 훨씬 초과해서 추가 예산까지 세금에서 뜯어내서 간 해외여행에서 화보 찍기에만 여념이 없다. 나중에 연예인처럼 ‘화보집’이라도 만들어 팔아서 국가 경제에 보탬을 줄 모양인가? 그걸 누가 사기나 할까? 이런 한심한 행동을 막는 자가 대통령실에는 단 한 명도 없다. 결국 대통령실에는 아부장이 간신배들만 득시글거린다는 말이다. 그러니 강서구 보선에서 승리한다는 헛소리를 믿고 밀어붙인 것이겠지.
중국만이 아니라 세계 역사를 보면 간신배에 둘러싸인 고집불통의 국가 지도자는 반드시 패망의 길을 갔다. 단 한 명의 예외가 없었다. 그런 지도자에게 바른 소리를 할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문자 그대로 권력에 취하고 술에 취해 살기 때문이다.
지금 여권의 구조에서 이런 막장극을 끝낼 칼자루를 쥐고 있는 자는 한동훈밖에 없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달에서 잘 보여준 대로 한동훈의 스타일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구겨졌다. 그리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한동훈도 결국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상밖에 준 것이 없다. 이제 한동훈도 쓸모를 다해가고 있으니 결국 토사구팽을 당하나? 아니면 토끼도 못 잡았으니 ‘토생구팽’을 당할 것인가? 잡으라는 토끼를 한동훈이 못 잡았으니 이제 윤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집 나간 집토끼라도 다시 잡을 요량인가 본데. 참으로 답답하다. 정권을 잡은 지 1년 반이 넘어가도록 아직도 갈 길도 모르는 모양이니 말이다. 그런 와중에 당하는 것은 결국 무고한 백성뿐이다.
참다운 의미의 민생시찰은 서문시장에 가서 떡볶이와 순대를 사 먹으며 어쭙잖은 서민 코스프레하는 것이 아니다. 요임금처럼 <강구가무>를 부르는 어린아이와 <격양가>를 부르는 노인을 볼 자신이 없으면 생업을 방해나 하지 말아야 한다. ‘쫄따구’를 잔뜩 끌고 멀리 서문시장까지 가서 떡볶이와 순대, 그것도 모자라 튀김도 곁들여 먹는 버릇을 누구에게 배웠는지 모르지만 이제 정신 좀 차려야 할 것이다. ‘국민’은 서문시장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post-한동훈을 잘 골라보기를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내년 총선만이 아니라 그 후일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