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뭐든 무조건 던지고 보는 버릇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일단 던져서 개·돼지가 물고 날뛰면 밀어붙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번에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한단다. 이미 당론으로 확정하고 신속한 국회 통과를 위해 ‘특별법’ 형식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관련된 서울시나 경기도가 반대해도 김포만 동의하면 편입이 되도록 꼼수를 쓰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의 유일한 특기인 ‘잔머리 굴리기’를 이번에도 시전 할 모양이다.
그러나 단 1분만 생각해도 이것이 얼마나 큰 허풍인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야당의 협조로 ‘특별법’이 통과되어도 편입이 완료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 정부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히 내년 총선이다. 서해와 북한에 직접 닿아 있고 지형도 기형적으로 가늘게 서울과 연결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한다는 말만으로도 당장 김포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부동산’은 재벌만이 아니라 서민들에게도 가장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단어다. 문재인 정부도 부동산 때문에 무너졌고 아예 정권을 보수 세력에 헌납했다. 그런데 그런 부동산을 이제 국민의힘이 화두로 제기했다. 옛 어른들의 말대로 국민의힘이 죽으려고 발악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모든 정부에서 부동산은 문자 그대로 ‘쥐약’이었다. 정부가 부동산을 잘못 건드려 폭등하든 폭락하든 정권을 말아먹을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게다가 김포의 서울시 편입이 가시화되면 서울에 혹처럼 붙어 있는 주변의 자잘한 경기도에 속한 시들도 들고일어날 것이다. 이미 서울 번호를 쓰는 과천은 물론 부천, 광명, 성남, 하남 구리가 정부를 들들 볶을 것이 뻔하다. 그리고 내친김에 고양, 양주, 의정부, 남양주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사실 김포는 지형 자체가 기형적으로 생겨서 마치 달팽이가 길게 촉수를 서울로 뻗어 간신히 붙어 있는 형국인 데 비해, 나머지 지역은 서울과 찰싹 붙어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서울이 확장되면 다시 ‘확장된 서울’에 붙어 있는 시흥, 안양, 의왕, 성남, 광주도 한 다리 걸치려고 할 것이고. 그러면 한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 시민이 된다. 이런 황당무계한 계획 아닌 계획을 국민의힘이 발설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조선일보>가 ‘수도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승부수’인 ‘메가톤급 정책’이란다. 국민의힘만큼이나 미쳐 돌아가는 <조선일보>다운 변죽이다.
그러나 야당은 물론 나머지 대부분의 언론도 국민의힘의 김포 구애는 문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국민은 국민의힘이 정말로 급했다는 인상밖에 안 준다. 어째 국민의힘에 모인 ‘인재’(人才)들은 ‘인재’(人災)만 일으키는 데 이리 앞장서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태원 참사 추념식 참석 같은 정말로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이런 쓸데없는 잔머리 굴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수도권에서 한 석이 아쉬운 국민의힘으로서는 김포에 부동산이라는 대형 당근을 뿌려 권토중래를 꿈꿀 만도 하다. 그러나 ‘겨우’ 총선에서 2석을 얻어보겠다고 이 난리를 친다고? 의석을 위해 게리맨더링을 하는 것은 모든 나라에서 저지르는 만행이지만 아예 행정 구역을 개편하는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제목은 “11944강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 논의 [홍익인간 인성교육][동안거5차]”다. 날짜를 보니 2022년 1월 25일 자로 <유튜브>에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정작 비디오에는 2021년으로 나온다. 뭐 어느 날짜가 맞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 넘어가자. 이 비디오에서 누군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세종시 이전에 관하여 질문드리겠습니다. 최근 세종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법률이 마련됨으로써 앞으로 세종시는 국가 행정수도로서의 면모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더욱이 여야 대선후보 모두 세종시를 국가 행정수도로 완성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한반도 통일시대가 되면 새로운 수도를 건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지금처럼 세종으로 행정수도를 옮기는 작업을 계속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스승님께 질문드립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천공이 답을 하는 과정에서 세종시로 수도를 옮기는 것이 아니라 서울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그의 구상이 나온다. 3분 40초쯤부터다. 이 내용을 요약하면 통일 수도는 서울이 되어야 하고 서울이 제대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행정 기능만 담당하고 현재 경기도는 서울과 통합하여 주거지 기능을 하며, 경기도가 통합된 서울 주변 지역에는 교육기관이 이전하여 기능이 나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수도 서울이 관광사업과 관광자원의 개발에 대해서 여쭙겠습니다. 사람들은 여행을 통해서 새로운 환경과 정보를 흡수하고 삶의 활기를 재충전하고자 합니다. 저는 정법을 접한 후, 인성교육보다 우리 삶을 더 빛나게 하고 우리 삶의 모순을 바로 잡아서 새로운 활기를 주는 그러한 정보, 환경, 교육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수도 서울과 관광자원을 개발할 때에도 해외 관광객들이 진정한 활력을 얻어갈 수 있는 교육적 요소가 가미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교육관광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승님께 지혜의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이 비됴에서 위에 언급된 비됴에 나오는 서울과 경기도 통합은 물론 아예 한국 전체의 행정 개편의 ‘큰 그림’이 나온다. 아래는 그 내용을 축약해 본 것이다.
‘수도 서울을 외국인이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곳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엉망진창이다. 광화문이 관광 1번지 여야 하는 데 데모만 하고 있다. ... 경기도 하고 서울은 하나로 통합이 되어 서울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 경기도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로 통폐합되어야 한다. 서울은 업무 단지로 돼야 한다. ... 업무 단지 바깥으로는 주거 단지로 되고 그다음 바깥은 교육·문화 분야가 자리 잡아야 환경이 좋아진다. ... 업무 단지 쪽에서 먼저 관광하고 다음은 학교문화 농촌도 관광하도록 하면 된다. ...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서쪽이라 서울도 경기도도 서쪽으로 붙어있다. ... 청년들이 교육받는 자리가 남쪽으로 논산이다. 아이들 교육장은 지리산 쪽이라 청소년 수련장들이 많다. ... 경상남도는 부산을 국제도시로 삼아 부·울·경이 하나로 운용되어야 한다. 대구는 경북·대구로 통합되어야 한다. 충청남북도와 전라남북도도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 ... 광역시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 ... 그러면 서울이 수도로서 빛나게 된다. ... 그러면 세계 금융기구의 30%가 서울에 들어오고, 통일 후에는 70%가 들어온다. 이렇게 통일하고 나면 세계 3위의 나라가 된다. ... 대한민국 최고 문제인 자살을 없애는 프로젝트를 서울에서 시작하여 지방으로 내려줘야 한다. ... 서울 사람이 최고의 아이템을 개발해서 지방을 도와야 한다. ... 세계인이 서울에 들어와 보고 싶도록 업무 단지, 주거 단지, 교육 장소의 설계를 잘해야 한다. 학생이 환경이 좋은 데서 공부하고 바른 교육이 수립되면 세계에서 유학을 온다.’
결국 천공이 단순히 서울과 경기도 통합만이 아니라 한국의 행정 체계 전체를 뒤집는 ‘담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첫걸음이 ‘김포시’를 ‘서울시 김포구’로 만드는 것인가 보다. 정권이 바꾼 다음 나라가 미쳐 돌아가는 모양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정당이 한낱 천인공노할 자칭 도사로 보이는 천공의 세 치 혓바닥에 놀아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는 것이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려는 것인가?
제정 러시아 말기에 라스푸틴이라는 미치광이 도사가 나타나 러시아 차르 일가족의 정신을 문자 그대로 탈탈 털어먹은 일이 있었다. 결국 제정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무너졌다. 일개 미치광이이자 파계한 성직자 주제에 라스푸틴은 먼저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아내인 알렉산드라 황후의 절대적인 환심을 샀다. 그러고는 허수아비나 다름없는 니콜라이 2세를 뒤에서 조종하며 외교와 내정을 간섭하며 무차별적인 전횡을 일삼았다. 이를 참지 못한 백성이 반란을 일으킬 조짐이 보이자, 궁정의 권력 주변부에서 사리사욕을 취하던 귀족이 작당하여 궐석재판으로 사형 선고를 내린 다음 강제로 독살시켰다.
역사적으로 나라가 망할 조짐이 보이면 별별 ‘시시껍절’한 ‘도사’들이 나타나 사회만이 아니라 정치를 어지럽혔다. 지금, 이 나라에서 천인공노할 도사가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는 모양이다. 윤대통령은 스스로 말한 대로 대통령이 될 마음이 원래 없었는데 주변에서 하라고 하니 그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 기왕 올랐으면 잘해야 하는 데 지난 1년 반 동안은 스스로 고백한 대로 ‘ 해 본 적이 없어서’ 어설프기만 한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왔다. 윤대통령 개인적으로야 탄핵을 당해 쫓겨나든 3년을 더 채워 나가든 별로 하고 싶지 않았던 대통령직을 내려놓으면 그만일 것이다. 은퇴하고 연금도 받고 편한 노후 생활을 보낼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단 1년 6개월 만에 경제가 파탄이 나고 사회가 모래알처럼 분열되고 이념 대결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아야 한다. 0.73%p 차이로 당선되었고 당선 후에도 지지율이 30% 초반대에서 움직일 줄 모르는 상황에서 70% 가까운 국민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어 이 고생이란 말인가? 오늘 한반도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한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