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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MZ세대도 유럽처럼 ‘대기실 세대’가 되었나?

이제 세계는 젊은이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곳이다.

by Francis Lee

한국의 젊은이만이 아니다. 유럽의 젊은이들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전쟁과 기후 위기로 불안해하고 시장을 신뢰하지 않고 출산을 주저한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페터(Jan Peter)는 40세 이하의 유럽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Generation Warteraum - Wie ticken junge Europäer?”, 곧 “대기실 세대 – 무엇이 젊은이를 움직이나?”다. 이 연구는 영국,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 그리스에 사는 40세 미만의 젊은이 10,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이른바 Y세대, 밀레니얼, Z세대, 그리고 알파 세대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세대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이 5개국에 사는 40세 이하 젊은이의 인구는 약 6,800만 명이다. 이들은 자기의 미래와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유럽의 많은 젊은이는 어릴 때부터 위기에 관한 소식만 듣고 자랐다. 기후 변화, 전쟁, 경제 파탄 소식이 늘 반복되어 언론을 도배하였다. 그래서 세대가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유사한 세계관, 곧 미래가 불길할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같은 젊은이라고 하여도 나라와 나이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당연히 다르다. 예를 들어 폴란드의 젊은이 가운데 39%만이 동성 커플의 입양 권리를 지지한다. 그리스 젊은이 가운데 89%는 언론을 불신한다. 영국의 젊은이는 유럽연합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독일 젊은이도 마찬가지다. 유럽연합을 덜 신뢰한다. 그리고 이제 젊은이들은 정치적 이슈를 놓고 거리에 나가 데모하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정부나 유럽연합, 국제연합 같은 거대 기관이 자신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란다. 반면에 사회 안에서 활동하는 구체적이고 작은 조직인 노동조합, 비정부기구(NGO), 전문가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더구나 요즘 젊은이는 스스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그래서 이들을 ‘대기실 세대’로 부르는 것이다. 대기실에 앉아 누군가가 불러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마치 병원에 온 환자처럼 그 누군가가 자신의 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유해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이들의 정치 성향도 대부분 ‘중도’다. 그런데 말이 좋아 중도이지 특별한 세계관도 의지도 없다는 말이다. 그저 무기력하게 중간에 있다가 누군가 이끌면 휩쓸려 가는 것이다. 그래서 좌파와 우파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 Spiegel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독일, 그리스, 폴란드, 영국의 18~39세의 젊은이의 60%는 좌파나 우파이기보다는 중도를 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좌우 대결이 심했던 이탈리아마저도 중도가 50% 가까이 된다. 자기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한다기보다는 귀찮은 것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애 낳고 기르는 것을 ‘극혐’한다.

ⓒ Spiegel


위의 그래프를 보면 5개 나라 젊은이가 한결같이 아이 낳는 것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가족을 선호하는 그리스조차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75%에 이른다. 심지어 가톨릭 전통이 매우 깊은 폴란드는 아예 아이 낳는 것에 대해 86%나 반대하고 있다.


반면에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

ⓒ Spiegel


위의 그래프는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에 관해 찬반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지독한 가톨릭 국가인 폴란드만 빼고 모든 나라에서 절반 이상이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을 찬성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이 77%나 찬성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가톨릭교회의 본산인 이탈리아조차 70% 가까이 동성애 부부의 자녀 입양을 찬성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사회가 세속화되고 종교의 영향력은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당연히 유럽의 젊은이가 신뢰하는 단체에서도 교회가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 Spiegel

이 그래프에 나타난 대로 유럽의 젊은이는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정부와 과학자를 꼽았다. 교회는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신뢰는 언론(26%), 비정부기구(NGO)(21%), 소셜 미디어의 인플루언서(19%), 노동조합(15%)보다도 형편없이 모자라는 9%에 머물고 있다. 한때 유럽의 역사에서 1700년 가까이 정치 경제 문화 사회를 지배해 온 교회의 ‘꼴’이 이 모양이 된 것이다. 그래서 유럽의 젊은이는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더 나아가 교회를 다니는 것이 촌스러운 일조차 되어버렸다.


경제적으로 세계화보다는 보호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세계화가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래서 서양의 젊은이, 특히 셀럽들의 언행이 동양의 젊은이들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서양에서 유행하는 것이 곧바로 동양에 몰려드는 것이 요즘 추세다. 특히 서양의 대중음악과 명품 소비는 중국과 한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아시아도 이런 대중음악과 명품의 소비 시장으로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 그런데 그런 대중음악과 명품을 소비하는 주요 계층이 젊은이다. 한국의 젊은이는 인구 대비 명품 소비 세계 1등을 자랑하고 있다. 서양 대중음악 소비도 한국 젊은이가 매우 즐기는 것이라서 서양의 가수들이 꾸준히 한국을 찾고 있다. 돈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연구 조사의 결과가 한국 사회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문화의 세계화 추세에 따란 한국의 젊은이도 서양 젊은이의 생각에 동화될 것이다. 아니 사실 어쩌면 한국의 젊은이가 서양보다 더 빨리 ‘대기실 세대’가 되었을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엄마 손에 끌려다니면서 학원 순례를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도 여전히 엄마 손을 잡고 다니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결혼하고 나서도 엄마 손에 반찬, 육아를 맡기는 행태를 보면 이미 ‘대기실 세대’를 벗어나 ‘전가 세대’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곧 모든 힘든 일은 다 부모에게 전가하고 자기들은 그제 세상의 물질적 즐거움을 맛보는 데 온통 정신을 다 빼앗기고 있는 그런 세대 말이다.


위와 유사한 한국 젊은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아도 그런 추세가 이미 나타나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로 살펴본 MZ세대 삶의 질과 사회경제적 인식’이라는 자료를 보면 구체적으로 한국의 39세 이하의 MZ세대도 유럽의 젊은이들과 비슷하게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라고 나타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젊은이 대부분이 ‘중도’를 택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기성세대보다 더 탈이념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나이가 어릴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자신의 이익에 따라 쉽게 정당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 한국행정연구원


위의 그래프에 나타난 대로 20대가 다른 모든 세대에 비해 가장 중도적이다. 다르게 말해서 이 세대는 정치에 큰 관심이 없고 언제든 쉽게 이슈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말이다. 실용적인 정치관을 지닌 세대이기에 언제든 이익에 따라 마음이 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한국의 MZ세대는 아래 도표가 말해주듯이 노후와 질병과 같은 위기에 대한 대처가 다른 세대에 비해 부족하다.

ⓒ 한국행정연구원


그런데도 아래 그래프가 말해주는 것처럼 주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은 나이가 어릴수록 더 높다.


ⓒ 한국행정연구원

이는 결국 본인의 능력은 부족하지만, 부모의 경제력이나 은행 대출과 같은 방법을 통하여 현재 생활을 만족하게 유지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빚쟁이 생활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한국 MZ세대의 매우 보수적인 특징은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에서 잘 드러난다.

ⓒ 한국행정연구원


한국의 MZ세대는 동성애자를 거의 전과자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 탈주민,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보다 동성애자를 더 혐오하고 있다.


이 조사의 다음과 같은 결론을 보면 한국 MZ세대의 특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 한국행정연구원


이런 MZ세대를 한국의 정치가들이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약속하는 것이다. 그래서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의 국민의힘이 부동산과 관련한 폭탄이나 다름없는 서울시 김포구 이슈를 치고 나온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영끌하여 부동산에 올인하여 온 MZ세대가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도 그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부동산은 그 세대의 모든 것을 흔들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미끼 아닌가? 부동산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되든지 아니면 벼락거지가 되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MZ세대의 속은 너무나 뻔히 보인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MZ세대가 윤석열 후보를 택한 후유증을 나라 전체가 겪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이번 서울시 김포구 사달도 결국은 MZ세대의 패착으로 귀결될 것이다. 그런데 그 뒷감당은 기성세대를 포함한 온 국민이 해야 할 것이고. 어릴 때부터 엄마 손에 모든 것을 맡겨온 그 습관을 버리지 않는 한 한국 MZ세대의 질곡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김포에 이어 하남, 구리, 고양, 부천, 광명도 이 소동에 참여할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대통령 처가의 땅이 널려있는 양평도 스리슬쩍 들어가고. 이런 사달의 결론으로 누가 궁극적 이익을 볼지 훤히 보이지 않는가? 그래서 MZ세대의 미래가 더욱 불길해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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