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정국이 갈수록 엉망진창이 될 모양이다.
<시사저널>에 “이준석 ‘신당, 카운트다운 시작…내년 총선에서 여당 100석 못 채울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내용을 홅아보니 결국 당장 신당을 창당한다기보다는 이준석이 자기 몸값을 최대한 올려보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 잔머리 굴리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준석이니 지금 한창 머릿속에서 미적분을 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수학이 아니다. 그렇게 계산이 정확했다면 이준석이 같은 지역에서 세 차례나 미역국을 먹었을 리가 없다. 정치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준석이 또 그 머리를 믿고 지금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봐서는 일단 이준석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국민의힘이 그와 홍준표를 냉정하게 내친 지 얼마 안 되어 자기들 멋대로 어마어마한 ‘사면’을 해대고 난리다. 둘 다 전혀 원한 적도 법적인 절차를 거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사면이라면 보통 중죄를 지은 범죄자에게 하는 조치다. 지난번 강서구 보궐 선거에 나선 김태우의 경우처럼 말이다. 분명한 범죄를 저질러 법원의 판결을 받았음에도 윤 대통령이 즉각 사면을 시키고는 범죄를 저지른 그 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후보로 내세웠다가 문자 그대로 X 박살 난 자가 바로 사면을 받은 김태우란 말이다. 그런데 이준석이나 홍준표가 무슨 그런 대역죄를 지었다고 벌을 내리고 또 얼마 안 되어 맘이 바뀌어 자기들 맘대로 사면한다는 말인가?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지금도 그런 사면 쑈를 완전히 무시하고 대들고 있다. 그럴 수밖에 국민의힘이 그를 사면한 속내가 너무나 뻔하기 때문이다. 당의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이준석이 국민의힘을 떠나서 신당을 창당하든지 최소한 무소속으로 나간다면 국민의힘에 치명타가 될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이준석을 사면해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을 자격을 부여한 현재 당을 떠나버린다면 ‘죄인’의 딱지를 붙일 수 있게 된다. ‘빨갱이 딱지’ 붙이기 놀이에 재미를 붙인 국민의힘에서 이제 ‘죄인 딱지’ 붙이기 놀이를 시작하기로 작정했으니 말이다.
국민의힘의 속내는 뻔하다. 이준석도 이른바 험지로 보내 떨어지게 할 심산이다. 그래야 그를 정치적으로 매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 흉계를 이준석 정도의 머리를 가진 자가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이준석도 시사저널과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말한 것이다.(링크:https://v.daum.net/v/20231103140803608?f=p)
“당연히 불리하다. 최근에 안철수·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해외 국정감사 중에 우상호 민주당 의원에게 이준석을 노원병에 공천해서 떨어뜨리는 게 전략이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데, 이것이 그들의 수준이다. 강북 지역 주민이 들었을 때, 국민의힘이 이기기 어려운 지역구는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수단용으로 공천하겠다는 것으로 들리지 않겠나. 대책이 없다. 노원에서 당선되는 것이 제 가장 명예로운 선택이긴 하지만, 도저히 지역구 활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국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제가 윤핵관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 아무리 미운털이 박혔다고 해도 당장 뛰쳐나가서 신당을 차리는 것도 지금은 모양이 빠질 뿐 아니라 그의 능력으로도 벅찬 일이다. 그리고 신당을 차려도 지역구 출마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가 신당을 차린다면 결국 지난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비례대표를 노리는 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찍기 싫고 국민의힘에도 염증이 난 특히 젊은 세대의 표를 모아 5%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존재감이 크지 않다. 사람들은 그저 그가 유튜브의 정치 패널이라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것이다. 말 재주꾼 이준석이 아니라 정치인 이준석의 이미지메이킹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 가진 것이 별로 없고 정치 경험도 부족한 이준석이 존재감을 키우는 방법은 윤 대통령에게 대드는 방법밖에는 없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유일한 장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준석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 사실을 이준석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나름대로 자존심이 강하기에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링크:https://v.daum.net/v/20231103140803608?f=p)
“제가 단독 찬스를 거의 1년 동안 가져왔다. 범보수 계열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무리수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고쳐야 된다는 말을 해왔던 사람이 저밖에 없다. 그게 제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보궐선거 패배 후에야 비판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론이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제가 '박근혜 키즈'로 처음 정치 시작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심리적 평균이 적용됐다. '이준석은 하버드 나왔는데 왜 이렇게 무식하냐'였다. 이제 무식하다는 얘기는 없다. 다음이 '싸가지 없다'였는데, 최근에는 없다. 도리어 TK(대구·경북)에서 '처음에는 이준석이 별난 줄 알았는데, (윤 대통령이) 안철수·나경원·유승민·홍준표와도 못 지내는 걸 보니 윤 대통령이 진짜 별난 사람이었구나'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들과 못 어울리는 한 사람이 이상한 사람일 확률이 확률적으로 더 높지 않나.”
지난번 강서구 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어느 정도로 패할지를 거의 근사치로 맞추고 나서 그의 정치적 분석력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한 번으로 완전한 신뢰를 확보했다고 볼 수는 절대로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준석은 이번에는 다음과 같이 아예 내년 총선의 결과까지 예측하는 만용을 보이고 있다.(링크:https://v.daum.net/v/20231103140803608?f=p)
"국민의힘이 100석 미만으로 질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탈당 후 새정치민주회의를 만들었을 때 79석 얻었다. 2008년에도 범보수가 180석 넘게 차지하면서 민주당이 82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80석, 100석을 다 겪어봐서 하한선을 알고 있다. 그러나 보수는 최근 3번의 총선에서 150, 120, 110으로 하한선을 갱신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 바닥이 어디인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안일하다. 김포시 서울 편입 등으로 국정 전반에 대한 실수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대로 가면 더블 스코어를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현재 윤 대통령 지지율이 죽을 쑤고는 있지만 경상도와 강남이 콘크리트 지지를 보이는 이상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이 7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강원도와 충청도에서 10여 석을 확보하고 비례대표를 20석 이상 건지면 100석을 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준석이 이런 예측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의 몸값을 높여 국민의힘에 남아보려는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아무리 어리숙해 보여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여의도 바닥에서 굴러서 능구렁이가 다 된 자들로 넘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윤핵관도 이미 여러 정권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갈고닦은 자들 아닌가? 이준석쯤이야 적당히 놀려 먹다가 또다시 버릴 수 있는 카드일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준석은 이미 그 유명한 검찰 캐비닛 파일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덫에 잡혀 있는 형국이다. 그가 믿는 것은 오로지 MZ세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팬덤일 뿐이다. 그들의 표심이 워낙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같아서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준석이 분탕질을 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국민의힘이 현재 이준석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신당을 만들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당선에 결정적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MZ세대의 표를 갉아먹으면 총선에서도 치명타를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 MZ세대의 표심을 이준석이 나름대로 건드릴 노하우가 있다고 주장하니 국민의힘으로서도 켕기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준석을 마냥 띄어주면서 달래기에는 윤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고 너무 무시하기에는 이준석이 어디로 튈지 모르니 국민의힘으로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이준석을 요리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최선의 방책은 놔두는 것이다. 그저 스스로 짓고 까불다가 제풀에 기가 죽게 만드는 것이다. 사실 이준석의 MZ세대에 대한 영향력은 과대 평가된 측면이 많다. 그 스스로 이야기 한 대로 이제 40대다. 그러니 더 이상 MZ세대의 중심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기성세대에도 편입하지 못한 이른바 ‘중닭’인 것이다. 중닭을 잡는 방법은 먼저 털을 뽑아 버리는 것이다. 이준석에게 털은 그를 둘러싼 헛된 명성이다. 곧 말 잘하고 하버드 출신의 똑똑이이며 MZ세대를 대변할 만큼 당차다는 과장된 소문이다. 그런 이준석의 참모습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척하다가 막판에 가서 무너뜨리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일단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약속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구를 맡기고 경쟁을 붙인 다음 최후에 탈락시키는 것이다. 물론 탈락시킬 때 검찰 캐비닛의 파일을 다시 사용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의 자존심으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이다.
어차피 이준석은 신당을 꾸릴 능력과 돈이 없다. 유승민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유승민도 이준석만 가지고 신당을 꾸미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국민의힘이 더욱 구석에 몰려서 이른바 ‘친윤’ 파에 물먹은 현역이 20명 정도 되면 규합해서 원내교섭단체를 꾸밀 수만 있다면 최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이 그들을 규합하기에는 카리스마가 없고 유승민도 원외라 힘이 없다. 현재로서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준석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러니 이준석 신당론의 군불을 때고 있고 김종인도 한 다리 걸쳐보려고 욕심을 부려보지만 언감생심이다. 그런 이준석의 아킬레스건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윤핵관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갈 공산이 크다. 그러나 만약에 이준석이 이 난관을 뚫고 존재감을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이준석의 실력을 볼 때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이준석의 쑈나 먼발치에서 구경하다가 말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일이 끝나면 인사 정도는 해줄 수 있을 것이다. Adios amigo! 그러나 어차피 정치물을 한 번 마셨으니 이 판은 떠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Hasta la vi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