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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08. 2023

이준석이 말한 환자는 누구인가?

환자가 환자를 치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요한이 김종인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기자가 ‘환자가 누구냐?’라고 묻자, 김종인은 ‘국민의힘이 환자’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혁신위 처방의 약효가 잘 안 나온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대통령실에도 약 처방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최종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용산이다. ,,,  그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당은 거기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인데 변화가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결국 김종인이 보기에 현재 여권 전체가 병들어 있지만 약 먹을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가?     


그러나 사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현재 여권의 ‘환자’는 윤 대통령 부부다. 그러나 여권의 그 누구도 그 이야기를 입 밖에 낼 수가 없다. 이미 언론에서도 ‘벌거벗은 임금’, ‘임금의 당나귀 귀’라는 말이 회자하고 있음에도 최고 존엄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감히 나서서 하려는 자가 없다. 그 이유는? 물론 권력이다. 어차피 이 정권도 다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지나가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시작될 것이고 그때 가서 시류에 편승하여 또다시 이익만 취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는 자들이 현재의 살아있는 권력에 붙어 빈대처럼 이익을 빨아먹고 있다. 피를 다 빨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다른 권력에 붙을 것이다. 목적이 국가의 경영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 추구이니 진실을 말하고 나서는 ‘쓸데없는 짓’을 뭣 하려고 하겠는가? 더구나 서울대 법대씩이나 나온 똑똑한 자들 아닌가?     


그 와중에 김기현이 불출마 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윤석열 정권의 최고 하수인을 자처하는 김기현이 살신성인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천만에! 이준석의 분석에 따르면 이미 여론조사를 통해 판세를 확인했다고 한다. 김기현은 이른바 ‘천하의 간신배’라는 것이 세간의 평이니 더욱 주군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 떡고물이라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리라.      


이준석이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분석을 직접 들어보자.(링크: https://www.facebook.com/junseokandylee/)     


“지금쯤 정당의 연구소들은 당연히 시시각각 전지역 여론조사를 통해 판세분석을 합니다. 그 데이터를 접할 수 있을 당의 대표나 혁신위원장이 불출마 선언하는 의미는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사후당이지요. ‘돌려보니 나갈 곳 없다. 우리는 누가 그래도 나중에 따로 챙겨줄거야. 하지만 우리 불출마 해서 다른 애들 다 끌고 자리 비우게 만들자.’의 방증이 되니까요. 소위 스타장관이 비례로 가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1년반 전에 지방선거 압승을 했던 당이 이렇게 된건 누구 탓인지도 못 이야기하면서 말입니다”      


이준석도 현재 국민의힘, 더 나아가 보수 진영이 요 모양 요 꼴이 된 탓이 윤 대통령 부부에게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천하의 이준석도 차마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못한다. 살아 있는 권력 아닌가? 이준석만이 아니라 김기현도 환자가 누구인지 알고 약도 있다. 그러나 처방을 못한다. 살아 있는 권력이 무서워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준석은 ‘선당후사’가 아니라 ‘선사후당’이라고 한 것이다.     


이런 지경에서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다. 그런데 그 국민이 그저 무고한 피해자만은 아니다. 이성이 마비된 파당적 사고에 갇혀서 좌우를 따지면서 진영 논리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라도 경상도, 좌우만이 아니라 친문, 반문, 친조국, 친윤, 반윤, 친명, 반명으로 끝이 없는 분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마치 아이돌을 숭배하듯이, 윤석열 숭배교, 문재인 숭배교, 조국 숭배교, 이재명 숭배교의 교인을 자처하면서 다른 ‘종파’의 신도들을 상대로 죽자고 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이것이 개·돼지의 모습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국민이 깨어 있으면 정치가도 깨어야만 한다. 정치가라는 자는 여론의 인기를 먹고사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모래알처럼 산산이 부서져 네 편 내 편 가르고 있는데 뭣 하러 그 어려운 국민 통합, 사회 통합을 위해 헌신하겠는가? 그 분열된 상황을 즐기면서 ‘선사후당’만 하면 그만이지. 현재 한국 정치가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 정치가를 다름 아닌 국민 자신이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국민은 많지 않아 보인다.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의사다. 병든 정치를 치료하는 것은 국민이다. 선거를 통해 건강한 정치가를 뽑아서 병든 정치를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경상도와 전라도는 아무리 병든 정치가라고 해도 내 편이면 무조건 뽑는 중병에 걸려 있다. 그러니 한국 정치라는 환자를 치유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정치의 심판대인 선거에서는 늘 경상도와 전라도는 포기하고 나머지 동네에서 특히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아왔다. 그러나 그 수도권도 이미 경상도와 전라도에서 상경한 사람들이 상당수이고 그들의 밀집도에 따라 선거 결과가 충분히 예측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라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편을 살리는 것에 ‘올인’하는 국민이 많은 나라가 어찌 선진국이 될 수 있겠는가? 학연, 지연, 혈연을 따지는 한국의 고질병에 걸린 환자가 정치가만이 아니라 국민 자신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두고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거나 아예 노골적으로 지역색과 정치색의 이데올로기에 물든 것을 자랑 아닌 자랑처럼 내세우는 국민이 넘쳐나는 나라가 잘 될 턱이 없다. 


그런데도 ‘나는 조국과 조민을 사랑해요.’, ‘나는 김여사를 사랑해요,’ ‘나는 이재명을 위해 죽을래요.’라는 구호를 멈출 줄을 모른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랑하는 아이돌을 조금이라도 비난하면 마치 자기 자존심을 건드린 것처럼 분노발작을 일으키며 팬덤끼리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그런 개·돼지나 다름없는 팬덤을 바라보는 ‘아이돌’은 싸움을 말릴 생각을 안 한다. 선사후당, 아니 선사후국 아닌가? 나라야 망하든 나만 아이돌이 되어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 ‘아이돌’이 나라 생각은 안 하고 유튜브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에 자기 멋대로 사는 모습만 올려도 광분하는 팬덤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가끔 화보나 영상을 올려 팬덤의 호기심을 만족시키면 감읍하여 찬미 찬송을 불러대는 것도 모자라 조공을 바치는 개·돼지들을 잘 관리하면 그만 아니겠나?   

  

대중매체의 아이돌은 그나마 문자 그대로 연예인, 곧 노래나 연기 그리고 외모로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기능이라도 하지, 개·돼지나 다름없는 팬덤을 지지층이라고 끌고 다니고 있는 정치판의 아이돌은 분열의 아이콘 역할 이외에 하는 일이 없다. 그들을 지지하는 파당적 팬덤의 분노 배설만 조장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한국 정치의 환자가 국민의힘, 그리고 윤 대통령 부부라는 사실을 적시하지 못하는 것은 이 사실이 ‘역린’이어서라기보다는 국민 전체가 병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대다수 국민이 그리스 신화의 키클롭스처럼 외눈박이 거인인 나라에서 두 눈을 가진 사람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용기를 내는 것은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사후당’, 더 나아가 ‘선사후국’ 하는 자들로 넘치는 정치판에서 누가 감히 나서서 ‘이것은 아니다!’라고 외칠 수 있겠는가? 오늘 입동 날씨만큼이나 쌀쌀한 정국을 바라보며 더욱 마음이 추워진다. 국민 대다수가 환지인 상황에서 바로 윤 대통령 부부가 가장 심각한 환자라고 말하면서 약을 줘본들 무슨 소용이겠냐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서로가 서로를 손가락질하면서 '네가 바로 환자야!' 하고 외치는 상황에서는 그 어떤 약도 소용이 없다. 최선의 방책은 에고를 내려놓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참으로 답답하고 마음이 더욱 추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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