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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10. 2023

민주당의 '승자의 저주'가 이미 시작되었나?

민주당의 자만, 오판, 무능이 자초한 일이다.

10월 11일 강서구 보선 압승에 취한 민주당이 여전히 숙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사이에 지지율이 급강하 중이다. 물론 여론조사에는 정파성이 배제될 수 없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밀리는 추세는 부인할 수 없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민주당은 몰락의 길을 갈 것인가? 그 원인 분석이 시작되고 있다.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분석 기사가 실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0113212917)    

 

“정치권 여론조사 기관 ‘3대장’에서 모두 비슷한 추이가 나타낸 것이다. 이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정부·여당은 적극적으로 의제를 던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논란과 비판은 있지만 김포시 서울 편입, 공매도 한시 중단 등의 의제를 던졌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광폭 행보를 하면서 혁신안을 내놓는 상황도 영향을 준 걸로 보인다. 반면에 민주당은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진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경제성장률 3% 회복을 위한 제안을 내놨지만 큰 반향은 없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당내 쇄신 이야기도 주요 의제가 되지 않아 정체된 모습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더 깊은 이유는 여당에 빼앗긴 어젠다 설정이다. 정부와 여당이 ‘서울시 김포구’, ‘공매도 금지’와 같은 황당무계한 카드를 뽑아 들었지만, 민주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서 눈치만 보고 있다. 이른바 부자 몸조심이란 말이다. 게다가 어쭙잖게 200석 돌파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민을 ‘졸’로 보고 있다는 해석밖에 안 나오는 현상 아닌가? <경향신문>의 분석대로 민주당은 임팩트가 전혀 없는 제안만 되풀이하고, 쇄신도 안 하고, 나갈 사람은 나가라는 건방진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국민이 윤석열 후보의 능력이나 인품을 보고 찍은 것이 아니다. 그저 문재인 정부에 학을 떼서, 그 정부가 저지른 잘못에 진절머리가 나서 화가 나서 윤석열 후보를 찍은 것이다. 그런 국민의 정치 수준을 보고 민주당은 지금 윤석열 정부에 학을 뗀 국민이 민주당을 찍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중이다. 이런 오판을 할 정도로 민주당이 정말 한가한가? 물론 국민의 70% 가까이가 윤석열 정권을 미워하거나 무관심하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은 지금 경제 파탄에 불안하고 정쟁에 지쳐있다. 구체적인 경제 회생 방안과 국민 화합을 바라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저 ‘이대로’를 외치면서 내년 총선만 빨리 오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분명히 민주당이 오판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승리의 샴페인에 취해서 자만하고 있다.     


당장 어제만 해도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통과시켰지만,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연막작전에 속아서 이동관 탄핵 카드가 물 건너가 버렸다. 정치판이 고도의 책략이 동원되는 머리싸움이 전개되는 곳인데 민주당이 보기 좋게 국민의힘에 말려버린 것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흑색선전이 강화되고 언론이 파당적인 색깔을 드러낼 것이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관이 총대를 메고 언론을 장악해 버리면 민주당은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민의힘이 작은 카드를 버리고 이동관 살리기에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이다. 결국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이라는 중요한 카드를 쓰고도 헛수고를 한 셈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그리고 이동관 탄핵을 밀어붙이지 못하면 방송3법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이미 언론 조작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대통령과 여권 비판 기사를 올렸다 내리는 촌극을 반복하고 있다. 수구 언론들이 이미 전열 정비에 들어갔다는 신호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리고 조무래기 언론들이 일제히 나서서 이준석 때리기를 시전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판과 같이 아직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이 선거를 좌우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입법으로 생색내기에만 골몰하여 정작 총선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언론 대책에 실기를 해버렸다.     


여당이 인요한을 혁신위원회의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이준석에 공을 들이는 척하더니 결국 이재명 대표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제 인요한이 이재명 대표에게 ‘정쟁 좀 그만합시다.’라는 뜬금없는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등장한 이후 ‘빨갱이 딱지 붙이기’로 사회를 이데올로기라는 잣대로 분열시킨 장본인이 따로 있는 데도 이런 말을 내뱉는 인요한의 정체는 뻔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에서 누구 하나 나서서 반박하는 자가 없다. 그러자 참다못한 추미애가 나서서 인요한이 오진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재명 대표가 당의 대오를 갖추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과정이라 아직 대여 투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없다는 핑계는 어느 정도 먹힐 수 있겠다. 그러나 언제까지 대오만 갖출 요량인지 모르겠다. 총선이 3년이라도 남은 듯이 여유를 부릴 때가 전혀 아닌데 말이다.     

이제 윤 대통령 부부가 해외 ‘순방’을 나서면서 지지도를 한껏 끌어올릴 것이고, 언론은 김여사 화보로 도배가 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의 어젠다는 언론에 보도조차 안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도 안심하고 배짱만 튀기는 민주당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민주당은 다수당이지만 엄연히 야당이다. 그리고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야당의 투쟁력을 그 정체성으로 지녀 온 정당이다. 그런데 보수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보다 더 보수적인 모습으로 기득권 향유와 유지에만 골몰하고 있다.     


역대 총선의 결과를 보면 자만하고 방심하던 정당이 반드시 화를 당했다. 잘 알려진 대로 사자는 작은 새끼 짐승을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 그 큰 체구와 체력에 걸맞지 않아 보이는 데도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180석에서 168석으로 쪼그라들었음에도 마치 200석 이상을 차지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듯 음풍농월을 해대는 모양새다. 문자 그대로 정신 줄을 놓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에 민주당 기사가 나올 필요조차 못 느끼는 모양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기사가 아무리 나와도 그저 가짜뉴스나 조작된 여론조사로 치부하고 만다. 강서구 압승에 취한 결과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지지층 다지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 부부만이 아니라 당 대표와 의원들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런 노력을 다 ‘쇼’로 치부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다. 물론 ‘쇼’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무것도 안 하고 손 놓고 앉아서 계속 어젠다 세팅에서 밀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뭔가 열심히 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흔히 전시효과라고 한다. 아무것도 안 하지만 뭔가 하고 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큰 재주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주장해도 사람들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면 그 인상이 사실인 것이다. 여당이 언론을 조작하고 가짜뉴스로 모함을 하는 것이 진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모함을 고발하고 적극적으로 받아치지 않으면 국민은 가짜뉴스가 결국 진짜라고 믿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실질적인 양당제와 대통령제를 선택한 나라에서는 사실 국민의 선택은 양자택일밖에 없다. 그래서 민주당이 아무리 ‘뻘 짓’을 해도 국민의힘이 지겹게 싫으면 결국 민주당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민주당도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 지지층은 30% 내외에 불과하다. 그리고 절대 숫자로 비교한다면 국민의힘에 밀린다. 한국 국민의 정서는 진보라기보다는 보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대 선거를 보면 늘 보수가 이겼다.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지난 총선에서도 전체 득표율은 현재의 국민의힘이 앞섰다. 그런 현실에 눈을 감고 그저 승리에 취한, 그것도 거저 얻은 승리에 취한 민주당이 답답할 뿐이다. 언제나 정신 차릴까? 이렇게 계속 허를 찔리고도 허허대는 민주당을 어찌해야 할까?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인 민주당이 '승자의 저주'에 걸려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총선에서 대패해도 민주당과 그 의원은 살아남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고생하는 것은 국민이고,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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