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은 미끼일 뿐이다.
이준석의 분탕질이 절정에 이르렀다. 지역구에서 삼수를 하고도 연거푸 미끄러졌지만, 그의 이름값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인가? 위기를 느낀 <동아일보>가 “尹 갈수록 위기… 시간은 이준석 편”이라는 제목의 글로 여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2090119576) 최병천이 말 한대로 이준석이 호언장담하고 있는 신당은 그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양대 정당에서 떨어져 나온 ‘떨거지’들이 이준석이 깃발 들고 나서 주기를 학수고대하는 모양이지만 이준석이 누구인가? 국회의원을 해본 적은 없지만 당대표까지 역임한 관록을 지닌 자 아닌가? 박근혜에서 윤석열로 넘어가는 줄타기 신공도 보여주고, 안철수와 맞먹는 배포도 보여주었으니 이제 한국의 정치판에서 그를 모른 체할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만 한동훈 찜 쪄먹는 수준의 ‘조선 제일의 혀’의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이니 허세를 가장 큰 무기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는 이준석이 믿을 것은 그의 세 치 혀뿐이 아니겠나?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지지도가 경상도 중심의 콘크리트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위기 상황이라 그 반대급부로 이준석의 이름값이 올라가는 착시 현상이 더 강해 보일 뿐이다. 강력한 대통령제와 양당제가 굳어진 한국 정치판에서 정치신인의 ‘순수한’ 제삼지대가 성공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최병천도 말한 대로 김영삼과 김종필만이 아니라 정치 신인이었던 정주영과 안철수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데 성공한 역사는 있다. 그러나 모두 양당제의 위압에 굴복하고 말았다. 한국의 정치가 전라도와 경상도를 기반으로 철저히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어쭙잖은 중도 통합은 공염불에 그치기 십상일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준석이 신당으로 성공하려면 안철수가 전라도에서 성공을 거둔 것처럼 경상도에서 성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그 지역은 이른바 ‘윤석열 숭배교’ 신자들로 넘치는 상황인데 어림도 없는 짓이다. 그런데도 이준석이 대구 출마설을 흘리고 있는 것은 그동안 배운 정치 술수에서 나온 미끼일 뿐이다. 지금 이준석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윤 대통령의 회심이다. 윤 대통령의 진노가 풀려 그를 다시 중용해 주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뿐이다. 돈과 조직이 없고 그저 입 하나만 가지고 있는 이준석에게 가장 좋은 결과는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지역구에 나가는 것이다. 그가 호언장담한 대로 대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다면 떼놓은 당상 아닌가? 그러면 그가 꿈에도 그리던 여의도 입성이 가능하다. 이준석이 신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의석을 노려서 김종인의 말대로 정의당보다 높은 지지율을 확보해도 원내교섭단체를 꾸리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현재와 같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나라를 둘로 갈라놓고 있는 상황에서 샤이 보수와 진보로 남아 있는 국민은 결국 두 거대 정당 중의 하나를 선택할 것이고 나머지 10~20%를 군소 정당이 나눠 먹을 것이니 말이다. 이준석 자신이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정의당의 몰골을 보나, 과거 안철수의 국민의당의 처참한 말로를 보아 신당은 가망이 없다.
이런 정도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준석이 분탕질을 계속하면 불리한 것은 당연히 국민의힘이다. 그래서 <동아일보>는 최병천의 입을 빌려 ‘이준석 달래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곧 이준석의 나이가 이제 38살에 불과하고 그가 노릴 것은 총선이 아니라 차기 대선이라고 꼬드기는 것이다. 참으로 이처럼 속 보이는 짓을 천하의 <동아일보>가 나서서 한다니, 체통이 안 서는 일이다. 그런데 역으로 말하면 그만큼 지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사지에 몰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민주당도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민주당이 모든 여론조사의 널뛰기 결과를 보고도 이리 느긋한 것이리라.
그런데 이준석이 차기 대선의 강력한 후보라고? 아무리 급해도 이런 식으로 미끼를 던지면 안 된다. 현재 차기 대선 후보로는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이 양강 체제를 굳혀가고 있는 모양새다. 여권에서 그런 이재명 대표 고사 작전을 펼치면서 한동훈을 키워보려고 애쓰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한동훈의 그릇 자체가 너무 작아서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상도 콘크리트 지지층은 일단 무조건 따고 들어가니 30% 초반의 지지는 이미 확보했다. 한동훈이 아니라 김여사가 차기 대선에 출마해도 그 정도 표는 무조건 얻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의힘을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 국민도 30% 초반이 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나머지 30~40%의 인심을 얻어야 대선 승리가 가능한 구조다. 그런데 인구로만 2021년 기준으로 본다면 경상도가 1,300만 명, 전라도가 510만 명으로 상대가 안 되니, 경상도 지지를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경상도 인구의 2배가 모인 서울과 수도권에서 전통적으로 강남을 제외하고는 진보 진영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낸 추세가 있기에 만만한 일이 아니다.
사실 윤석열 정권의 말로는 최병천이 한 대로 이미 지금 보아도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천의 말을 직접 인용해 본다.
“역대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면, 집권 초반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집권 후반에는 대통령 지지율이 낮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정치인 출신이 아니어서 '여론조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이전 대통령들보다 더 강하다. 홍범도 장군을 빨갱이로 모는 것은 '정치인 출신' 대통령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기든 지든 무관하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윤석열 정부는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많은 이유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동아일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결국 이준석 달래기의 일환일 뿐이다. 이준석을 섭섭하게 만든 윤석열 정권이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으니 차기 대선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이번에는 양보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 속이 보이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다음과 같은 안전판을 까는 것을 잊지 않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는 현재 38세다. 시간은 이준석의 편이다. 이준석의 정치적 존재감은 총선을 바로 앞둔 시점, 대선을 앞둔 2026년에 더욱 빛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천년만년 집권하는 게 아니다. 이준석 처지에서는 최재성 전 정무수석의 예측처럼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을 맡으면 최상이다.”
그러면서 결국 다음과 같은 속내를 드러내고 만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대위원장직 제안은 '정치적 지분 인정'을 의미한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 굴욕적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패배할지언정 굴욕은 못 견디는 캐릭터다. 이준석으로서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출마하는 게 최상이고, 안 되면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차선이다. 이준석 신당은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것이다.”
이준석은 윤 대통령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신당을 꾸려봐야 본전도 못 찾으니 그저 무소속으로 나와 국민의 심판을 받아보라는 권유 아닌 권유를 하고 있다. 확실히 윤석열 정권이 벼랑 끝에 몰리다 보니 문자 그대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모양이다. 이런 속내를 간파한 이준석은 오늘도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계속 두들기고 있을 것이 뻔하다. 그 결론이 뭐가 나오든 쉽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기사일주의 그의 사주를 봐도 이미 운이 다했다. 그러니 무슨 선택을 하든 결국 최종적으로는 유튜브에 나와 입담이나 팔아먹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천운은 알 수 없는 법 아닌가? 더구나 운이 다한 사람이 분탕질을 칠 때 공연히 그 파편에 맞아 비명횡사하는 경우도 많으니 윤석열 정권이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겠다.
이준석의 가장 큰 단점은 38살밖에 안 된 ‘어린애’가 이미 정치의 쓴맛·단맛을 다 본 ‘애늙은이’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다. 38살이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좌충우돌하면서 마구 부딪치고 깨지고 하면서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는 연습을 해야 할 나이다. 그러나 벌써 뒤로 물러앉아 윤석열 정권과 거래를 트면서 권모술수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인재가 별로 없는 한국 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을 스스로 말아먹고 있으니 말이다. 과거 안철수가 그런 바람을 일으킬 줄 알고 잔뜩 기대한 국민이 많다. 그런데 이제 그런 안철수와 으르렁대면서 이준석도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 국민은 참으로 정치인 복이 지지리도 없는 모양이다.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추워진다. 시인 이육사 님께서 1945년에 말씀하신 소망을 2023년에 다시 되풀이해야 할 모양이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 나라를 구할 초인은 언제쯤 오실까? 오랜만에 마니산 제천단에 올라 조상님께 제라도 올려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