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결국 한동훈 편이라고?

정치권의 핵분열 시기가 더 빨리 다가오고 있다.

by Francis Lee



이준석이 한동훈을 칭찬하고 나섰다. <채널A>에 “이준석 “한동훈, ‘부정이라면 다 때려잡는다’라는 평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23102046046?f=p) 그 내용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오늘(23일)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한동훈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공정한 수사를 할 때 같이 한 사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부정이라면 다 때려잡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게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한동훈 장관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한동안 신당 창당 운을 띄우더니 이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여론조사에서도 창당 지지율이 고작 10% 내외인 것을 보아도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인가? 지는 ‘해’보다는 뜨는 ‘별’이 더 좋아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준석을 데려다 쓸 한동훈은 아닐 것이다. 현재 한동훈은 과거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로를 그대로 복기하는 수준의 언행을 보이고 있다. 결국 검찰 사단을 등에 업고 총선을 지휘하고 대선에 나서기 위해 신발 끈을 조이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한번 엘리트주의에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것이니 한동훈은 결국 그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눈치챈 이준석이 한술 더 뜬다. <YTN>에 실린 “이준석 "보수정치 불판 갈아야...한동훈, 尹 반사체는 안 돼"”라는 제목의 기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22220411962)


“저도 박근혜 대통령이 영입한 박근혜 키즈라고 불렸지만 제 나름의 길을 구축했던 것처럼 한동훈 장관도 윤석열이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 가볍게 평가받을 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의 행보에 따라서 한동훈이라는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의 반사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별이 되길 바랍니다.”


지는 해의 후광에만 의지하지 말고 ‘별의 순간’을 잡으라는 말이겠다. 그러나 반명의 선두에 선 김종민이 한동훈을 두고 한 다음과 같은 말도 맞기는 하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22200554429?f=p)

“정치에 참여한다는 게 원칙도 아니고 상식도 아니다. ... 지금 왜 한 장관이 나오냐, 윤석열 정부·국민의힘이 위기라서 나온다는 것이다. ...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큰 책임을 져야 될 사람이 누구냐, (윤 대통령·김건희 여사 다음으로) 3번 한동훈이다”


이제 여론의 관심은 이준석에서 한동훈으로 급격하게 옮겨가고 있다. 창당도 재미있는 볼거리이기는 하지만 ‘입’만 가진 이준석 정도의 그릇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과연 한동훈이 윤석열이라는 지는 해의 빛을 반사하는 달에 머물지, 아니면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될지가 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검찰 사단이 현 정부에서 실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총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임명직이야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선출직은 국민, 곧 천심인 민심을 설득할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동훈의 스타성은 대구에서 보여주었지만, 대한민국은 대구보다 훨씬 더 큰 한 나라다. 그 나라의 민심 절반 이상을 얻는 일은 만만히 않은 것임을 이미 윤 대통령이 몸소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 시절부터 든든한 동아줄이 되어준 윤 대통령의 길을 답습하고 있는 한동훈이 차기 대권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동훈의 언행은 이미 대선 후보급이다. 한동훈은 자기가 사용하는 언어는 여의도 언어가 아니라 5천만의 언어이고 부모의 고향은 춘천이고, 어릴 적 자란 곳은 청주이며, 대전을 찍기 전에 가장 먼저 찾은 대구는 고향과도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처럼 눌변도 아니고 민주당 168명의 의원을 상대로 일당백의 기개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스스로가 자기를 키워준 것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민주당이라는 선언도 했다. 국민의힘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은 이제 곧 사분오열되어 헤쳐 모여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의 대표인 김기현은 존재감이 이제 완전히 사라질 지경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선택한 의원의 수가 112명이나 되는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한 2개 정당 가운데 하나인 거대 정당이다. 그런데 김기현은 물론 의원 전체가 허수아비 수준이다. 뜬금없이 나타난 인요한이 나가라 말라해도 찍소리를 못하고 있다. 그저 공천권에 목을 매고 자기를 뽑아준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 정당을 한동훈이 두려워할 리가 있나?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이미 선배인 윤 대통령이 보여준 행적에서 배운 것이다. 국민의힘이 아무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옹위하면서 윤 대통령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윤핵관을 중심으로 권력을 잡아보려는 수작을 부리다가 토사구팽 당하는 것을 보고 한동훈이 자신감을 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한동훈은 바지 사장이 될 생각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국민의힘은 더욱 무기력하고 소심해질 것이 뻔하다. 이런 와중에 이준석이 신당론으로 국민의힘의 힘을 빼다가 눈치를 보니 한동훈으로 무게 중심이 움직이는 것을 간파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이 뽑아준 국회의원이 이토록 무기력하게 검찰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꼴은 정말로 처음 본다. 과거 군사 독재정권 시절 검찰은 문자 그대로 독재 권력의 개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다가 문민화되면서 독재 권력 시절에 맛을 단단히 본 권력의 힘을 검찰 자신이 가져오기 시작하면서 그 군대 문화의 전형인 군사독재 정권의 특징인 조직에 충성하는 상명하복의 전형적인 조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 군사정권 시절에 완성된 프레임에 최적화된 검사가 조직의 정점에 오르는 것도 모자라 이제 대를 이어 대권을 쥐는 구도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제 행정부만이 아니라 입법부마저 검찰이 쥐고 나면 남은 것은 사법부뿐이다. 그러나 사법부는 법을 집행할 뿐 만들 수는 없다. 결국 법을 만들고 권력을 쥔 검찰 사단이 나라 자체를 지배하는 상황이 다가오는 것이다. 그 시나리오가 완성될지는 이제 전적으로 한동훈에게 달려 있다. 그의 앞으로의 행로가 어떤 귀결에 이르냐에 따라 한국 정치의 권력 지형이 달라질 것이다. 사실 윤 대통령도 문재인 정부가 키웠다. 그와 마찬가지로 이제 한동훈 차기 대선 후보도 민주당이 키우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정당이 사분오열되면서 입법부의 권위가 실추되고 단순히 권력 해바라기 양성소가 되어 버린 현재 상황에서 회복될 가능성은 무척 적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손발을 다 묶어 놓은 검찰의 꽃놀이패가 지속되는 한 이재명 대표 운신의 폭도 매우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그 누구보다 눈치가 빠른 이준석이 다 읽어낸 것인가? 엊그제만 해도 윤 대통령의 눈치를 보던 국민의힘과 수구 신문들이 앞다투어 한비어천가를 부르기 시작하고 민주당은 친명 비명으로 갈린 상황에서 이낙연이 듣보잡의 바닥에서 벗어나 보려고 몸부림치는 상황은 한동훈에게 더욱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과연 이런 지경에 처한 정당이 자기의 몫, 곧 민심을 국정에 반영하는 원래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이 다음과 같이 한 말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노회찬 의원님 발언을 인용하면 고깃집 가면 탄 것을 긁어내는 것만으로도 다음 고기를 구울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안 되면 불판을 갈아야 한다. ... 보수도 이제 탄 걸 긁어내는 것만으로 정치가 지속되기 어렵다면 불판을 갈아야 한다. ... 이재명이 나쁘냐 윤석열이 나쁘냐, 부록으로 김건희가 나쁘냐를 두고 3년간 다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 공통 인식이 셋 다 나쁘다로 정립된 것 같다.”


이렇게 정치판에 염증을 느끼도록 만든 것은 결국 국회의원 자신이다. 그런 진흙탕 싸움을 지켜보던 국민에게 한동훈이 신선하게 다가올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실 2년 전에 윤석열 검찰총장도 그렇게 신선하게 국민에게 다가왔고 결국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제 그 길을 한동훈이 갈 모양이다. 그리고 그 길을 터준 것은 바로 부패하고 무능한 국회의원이다. 그리고 그런 국회의원을 뽑아준 것이 국민이고.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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