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과 조국의 ‘O.K. 목장’ 결투가 시작되나?
누구도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
by Francis Lee Jun 15. 2023
내년 총선이 2024년 4월 10일 수요일에 실시된다. 이제 10개월밖에 안 남았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세평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현직 의원들 대부분이 물갈이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은 거의 전원이 대상이 될 것이고 민주당도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이다. 사실 어쩌면 민주당은 인위적인 물갈이가 필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심판이 저절로 물갈이 작용을 할 것이니 말이다. 지난 3년 동안 국민을, 특히 서민에게 그토록 큰 기대를 하도록 하고 나서 이 정도로 실망시킨 진보 정당은 한국 헌정사에서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앞으로 남은 10개월 동안 뭔가 보여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앞으로 서너 달이 더 지나 가을바람이 불면서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돌입하면 민주당의 눈에 국민은 보이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저 재선에 목을 맨 직업 국회의원들의 볼썽사나운 생존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민생에 무심하고 내부적 권력 다툼과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는 데 골몰한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것이다.
총선을 앞둔 정가를 바라보는 관전법의 별미는 역시 인물평이다. 현재로서 여당의 한동훈 야당의 조국의 출마는 거의 기정사실이나 다름없다. 그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직업 정치인인 양당의 국회의원들에게 무슨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국민의 관심은 한동훈과 조국에 크게 기울게 될 것이다. 그런데 사실 국민은 이 두 사람을 잘 모른다. 둘 다 서울대 법대를 나온 엘리트라는 것만 대충 알고 있을 뿐이다. 사실 총선 때마다 국민은 후보의 자질을 꼼꼼히 분석하고 비교하여 투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선거 홍보 자료도 받자마자 쓰레기통에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사람을 보고 뽑는 경우는 거의 없고 당을 보고 후보를 선출한다. 이는 한국인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정치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의 소속부터 따지는 것이 한국이다. 그래서 결국 학연과 지연 혈연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한동훈은 이제 윤석열 정부의 자타가 공인하는 황태자다. 윤석열 차기로 그를 능가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2027년 대선도 사실 4년밖에 안 남았다. 이제부터 몸을 풀어야 한다 그래야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비난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단점을 극복하게 된다. 정치 경력이 최소한 4년이 된다면, 특히 국회의원으로 4년을 준비한다면 차기 대선 후보로 손색이 없게 되는 것이다.
한동훈의 경력은 나무랄 데가 없다.
1973년 강원도에서 태어났지만, 줄곧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게다가 재학 중에 사시에 합격한 이른바 ‘소년 급제자’다. 대검찰청을 거쳐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박근혜의 국정농단 사건을 맡으면서 정치의 맛을 보게 된다. 그러다가 문제가 된 정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운명을 같이하면서 이른바 ‘좌파의 희생자’라는 훈장까지 얻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내 주군인 윤석열 대통령 아래에서 법무부 장관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보수의 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국의 경력은 어떤가?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부산에서 다녔다. 그리고 한동훈보다 앞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행적은 사뭇 다르다. 학생운동에 가담하고 대학 졸업 후에 고시보다는 공부를 택해 서울대 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하여 버클리 대학교에서 다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 울산대 교수로 있다가 국보법 위반으로 갇혀가도 하였다. 2000년 동국대 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본격적인 정치활동은 2011년 박원순 선거 캠프에 참여하면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총선 출마 등 정계 입문 권유를 계속 거부하다가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실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여하게 된다. 2년 정도 착실히 대통령 비서 활동을 하다가 법무부 장관이 되었으나 딸 입시 사달에 걸려 낙마하게 되었다. 그 이후의 질곡은 이미 언론에 잘 보도된 대로 망신살이 뻗친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 ‘핍박받는 진보의 아이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하여 상당한 팬덤을 확보하게 되었다. 나름대로 정치판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약력을 보면 나이 차이만큼이나 판이한 인생사를 보여준다. 한동훈은 이른바 정통 검사로서 대통령 비서실 경력을 거치며 산전수전 다 겪은 뒤에 마침내 법무부 장관이 되었다.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보수 진영의 인재다. 이에 비하여 조국은 학생 시절부터 좌파 운동을 하면서 학자의 길을 걷다가 민정수석이라는 꽃가마를 타고 법무부 장관까지 노렸으나 한 달 만에 낙마했다. 정치 바닥에서 견딜 체력으로 본다면 한동훈이 단연 앞선다.
그리고 성격도 판이하다. 한동훈은 주군인 윤석열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거침이 없다. 좌충우돌도 마다치 않고 입씨름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오랜 검사 경력에서 쌓은 내공을 그대로 발휘하는 모습이다. 이에 비해 조국은 공부한 학자답게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늘 기다렸다가 남이 태워주는 꽃가마에 사뿐히 올라타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투사의 모습은 전혀 안 보이는 전형적인 ‘입진보’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이른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보수와 진보라는 고질적인 진영 논리로 분열된 한국 사회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깃발을 들고나가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런데 일단 이 상황에서 한동훈은 적수가 없다. 국민의힘에 여러 원로가 자리 잡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동훈에 적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한동훈의 검찰 대선배인 홍준표는 이제 문자 그대로 원로라 기력이 없다. 그의 서울대 법대 선배인 원희룡이 현직에 있지만 체급이 안 된다. 윤핵관들은 대권을 노리기에는 체급이 더욱 밀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총애를 한동훈보다 더 받는 자는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나이 차이가 13살이나 되니 라이벌 관계가 성립할 수도 없다.
그에 비해 조국에게는 이재명이라는 막강한 상대가 당대표 자리를 휘어잡고 권토중래를 노리는 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딸의 입시 부정이라는 아킬레스건의 약점이 있다. 게다가 권력을 쥔 윤석열 대통령과 척지고 있다. 모든 면에서 조국은 불리하고 한동훈의 상대가 안 된다. 그런 데다가 조국의 성향이 전혀 전사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신사’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판에는 신사가 없는 법이다. 그래서 조국은 정치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한동훈의 대항마로 조국 말고는 없다. 그리고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도 조국의 출마를 마다할 리가 없다. 결국 한동훈과의 맞대결에서 ‘깨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손 안 대고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 말이다. 조국의 출마를 막는 모양새가 갖추어지면 조국의 강성 팬덤은 결국 이재명을 적으로 규정하고 당장 내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조국 팬덤과 이른바 개딸의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고 이는 민주당의 자멸을 낳게 될 것이다. 그런 계산이 이미 끝났을 이재명 대표가 조국을 막을 리가 없는 것이다. 어차피 약점이 많음에도 오로지 팬덤의 지지로 버티고 있는 사람을 굳이 막아서 ‘희생자’의 훈장을 더해줄 이유가 조금도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조국 자신이다.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조심성이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그 경우 한동훈은 더욱 기고만장하게 될 것이고 이재명은 손대지 않고 코를 풀게 될 것이다. 조국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진보 진영에서 갑자기 강력한 차기 대선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이재명 반대파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확보하게 될 것은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동훈은 조국이 출마하든 말든, 국회의원에 당선되든 말든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을 것이다. 다만 조국이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의 결과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결과도 대세는 막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낙마를 한다고 해도 조국은 스스로 말한 대로 멸문지화를 당한 ‘순교자’의 이미지만을 간직해도 그의 강성 팬덤에 둘러싸여 안온한 여생을 보낼 수 있으니 밑질 것은 없다. 태생적인 ‘강남좌파’에 빠진 팬덤, 곧 fanatic의 든든한 후원이 그를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이렇게 보면 한동훈만이 아니라 조국도 위너다. 결국 루저는 한동훈 조국을 ‘아이돌’쯤 된다고 여기며 따라다니고 ‘조공’을 바치는 ‘팬덤’만이 궁극적인 대가를 치르게 될 뿐이다. 불교의 사성제에서 고의 원인이 집이라고 했다. 그 집은 무명에서 오는 것이고. 한국 정치계, 나아가 한국인의 무명이 지속되는 한 한동훈과 조국은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팬덤의 물질적 정신적 조공 문화도 계속될 것이고. 참으로 답답한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