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시민·정치의식 개혁이 절실한 이유가 있다.
여권에서 한동훈을 본격적으로 띄우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가 날고 있다. 그런데 그 날아가는 이유가 참으로 기가 막히다.
27일 장 초반에 대상****와 깨끗***가 상한가를 쳤다. 한동훈 테마주란다. 그런데 왜 테마주가 되었는지 보니 대상****의 어떤 사외이사가 한동훈 대학 동문이고 또 다른 사외이사가 한동훈의 아내 진은정의 직장동료란다. 게다가 한동훈과 밥을 먹은 고등학교 동창 이정재의 애인이 부회장으로 있는 대상***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깨끗***는 공장이 청주에 있는데 한동훈이 여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문이 있어 오른단다. 망둥이가 뛰니 꼴뚜기도 뛴다나? 심텍***과 영보**도 단지 청주에 본사가 있다는 이유로 덩달아 크게 올랐다. 이뿐이 아니다. 디티***도 사외이사가 한동훈 대학 동문이라서 체**는 부사장과 사외이사가 대학 동문이라서 크게 올랐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태양**의 회장이 한동훈과 같은 청주 한 씨라서 테마주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한동훈과 학연‧지연‧혈연으로 테마주가 된 주식이 10개가 넘는다. 학연‧지연‧혈연이라는 한국의 고질병에 치를 떨면서도 막상 돈이 된다는 소문만 들려도 이렇게 광란이 일어나는 것이 대한민국 사회의 현 주소다.
정치 테마주는 늘 있었다. 19대 대선 때도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테마주가 춤을 추었다. 그러나 대부분 순진한 개미들의 피를 빨아먹은 주식 투기꾼의 농간이었다. 그런데 이 테마주에 ‘당하는’ 개미들은 늘 반복해서 나온다. 왜 그러는 것일까? 당연히 욕심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거의 병적으로 심해진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기를 통한 한탕주의를 불러일으킨 돈 귀신에 국민 대부분이 감염되었기에 순진하지 않은 ‘순진한 개미’가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본래 돈이 돈을 먹는 곳이다. 그리고 대부분 대자본가가 이익을 독식하는, 문자 그대로 ‘winner takes it all’ 하는 사회다. 정보와 자금력에서 개미는 대자본가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한국의 주식 시장의 구조가 대자본가들에 이로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런 시장이기에 서양처럼 가치 투자, 장기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경우는 단정적으로 말해서 거의 없다. 게다가 한국인의 심성인 조급증 때문에라도 한탕주의는 한국 주식 시장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지닌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당연히 정치인 테마주는 늘 매력적인 미끼가 될 수밖에 없다. 잘 만 잡으면 먹튀 할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조작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빽이’ 없는 개미가 어쭙잖게 주가 조작에 가담하다가는 바로 수갑을 차게 된다. 적어도 최고위직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있어야 버틸 수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인 것이다.
그런데 정치인도 이런 시장의 속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자기와 관련된 테마주가 오르는 것을 은근히 즐긴다. 자기의 명성이 주가에 반영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위에 나온 대로 그 테마주로 ‘조작’을 할 때 주로 적용되는 원칙이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학연·지연·혈연이다. 한국인들의 정서에서 이 세 가지는 조건반사를 일으키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가 된다. 그러나 한 번 생각을 해보자. 같은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 가운데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나와 이익 공동체가 될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당연히 확률적으로 극히 희박하다.
한동훈이 뜬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주변에 정치 뜨내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다는 소문이 이미 들린다. 한동훈에게 붙어서 떡고물이라도 먹어보려는 자들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 가운데 한동훈과 이익 공동체가 될 정도의 ‘측근’으로 분류될 만한 자가 몇 명이나 될까? 한동훈이 서울대 법대 92학번인데 그 당시만 해도 법대 정원이 수백 명이었다. 그들 가운데 한동훈과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더구나 검찰에서만 뼈가 굵었고 윤석열 라인에서 출세한 한동훈에게 당연히 동지보다는 적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기업의 사외이사나 아내의 직장동료가 과연 얼마나 ‘측근’의 범주에 다가갈 수 있을까? 조금만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아무리 학연·지연·혈연이 작용한다고 해도 한동훈의 가호로 출세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자는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단 한동훈이 권력을 추구하게 되면 더욱 몸조심하고 자기에게 충성을 다하는 자를 측근에 두다가 선배인 윤 대통령처럼 언제든 토사구팽 하는 훈련을 받을 텐데 누구에게 함부로 총애를 베풀겠는가? 권력의 가장 근원적인 속성이 바로 배신인데 말이다.
결국 한동훈 테마주라는 것은 한국 사회가 돈 귀신에 빙의된 데다가 학연·지연·혈연이라는 고질병이 결합되어 나타난 병리 현상일 뿐이다. 그런데도 돈 귀신에 단단히 든 적지 않은 개미들은 오늘도 이 기회를 잘 이용하여 먹튀 할 생각만 하고 있다. 그 개미들을 저 위에서 유유히 바라보면서 개미의 간을 빼먹을 작전을 짜고 있는 대자본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물론 많은 개미는 이미 그런 저간의 사정을 다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한탕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아니 희망이라기보다는 중독이다. 이미 한국 사회가 오래전부터 돈 귀신에 물들어 한탕주의가 전 국민을 사로잡은 이데올로기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또한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서민, 그리고 주식 시장의 개미가 ‘성공’을 거두어 떼돈을 버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개인의 뛰어난 판단력과 더불어 엄청나게 운이 좋아서 극히 일부 개미가 이런 주식 투자로 떼 돈을 번 경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런 자들이 유튜브에 나와서 돈 자랑을 하니 어리석은 서민 개미들이 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로 돈이 돈을 낳는 원칙으로 움직일 뿐이다. 탁월한 주식 지식도 대단한 운도 돈을 이기지는 못한다. 돈 귀신이 든 사회에서는 돈이 주인이고 신이기 때문이다. 돈이 뜻하는 대로 이익이 나지 사람, 특히 서민 개미가 원하는 대로 이익이 나는 법은 없다. 그래서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는 로또를 해서 돈을 버는 확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일 정도다. 워런 버핏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가치 투자는 한국의 주식 시장과 같이 취약하고 변화무쌍한 곳에서는 적용될 수 없는 원칙이다. 어떤 이는 30년 전에 삼성전자를 사 두고 가치 투자를 했으면 대박 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를 두고 거꾸로 해석하는 것일 뿐이다. 언제든 삼성전자도 망할 수 있었다. 다만 운이 좋아서 버텨온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총선이나 대선 때마다 서민 개미들은 과거를 다 잊고 또 똑같은 함정에 빠진다. 위에서 말한 한동훈 테마주의 회사 가치나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보지도 않은 채 ‘묻지 마’ 투기에 몰두한다. 이것은 거의 신흥종교의 광신도가 하는 짓과 비슷하다. 물론 주식 투자를 공부하고 꾸준히 실습해서 작은 이익을 얻을 수는 있다. 그러나 먹튀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대박은 분명히 사기다. 서민 개미가 그런 대박을 터트렸다면 실력이 아니라 전적으로 운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운이라고 하는 것은 한 번 오면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그런 대박을 맞고 나면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환상에 빠져 이성적 판단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정신으로 정치가에 빠지는 것과 똑같은 현상이다.
이런 사회적 병리 현상을 타파하는 것은 늘 주장하는 대로 시민·정치의식의 고양이다. 이런 고양은 인문학적 소양과 광범위한 상식의 확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돈 귀신에 빙의되어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집단 병리 현상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서 그런 방법에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바로 이런 사회를 허무주의에 빠진 사회라고 한다. 허무주의는 흔히 착각하듯이 염세주의가 아니다. 허무주의는 진정한 가치, 후세까지 고려하는 세계관을 포기하고 오로지 지금 여기에서 즐겁게 살고자 하는 사상이다. 그리고 그 즐겁게 사는 삶은 돈과 쾌락만으로 이루어졌을 뿐이다. 그래서 개 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다 죽는 것이 궁극적 삶의 목표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해외 명품’으로 불리는 바가지나 다름없는 가격의 루**똥, 에**스, 반**프와 같은 사치품을 사고, 포**, 베**, 벤*도 모자라서 페**, 람보***를 몰고 다녀야 하는데 돈이 없어 한탕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얼굴 껍질만이라도 나이를 알아볼 수 없게 만들기 위해서도 거금이 필요하니 불법이라도 주가 조작을 하고 부동산 투기를 해야만 하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정치와 자본이 결합하여 사회를 분탕질하여 대다수의 생존에 시달리는 서민들을 합법적으로 착취하여 극소수의 대자본가와 기득권층만 고삐 풀린 사치가 극에 이른 사회의 일탈을 바로 정치인 테마주 현상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그런 사회적 일탈에 수구 세력이 떠오르는 태양으로 키우기로 작정한 한동훈의 테마주가 미끼로 던져졌다. 함석헌이 말한 깨어있는 민중만이 이를 식별하고 물지 않는 법인데 과연 지금 대한민국에 그런 깨어있는 민중이 얼마나 될까? 또 한바탕 돈 귀신에 빙의된 자들과 권력에 눈이 멀어버린 자들이 주동한 저주의 굿판이 벌어질 모양이다. 또 얼마나 많은 어리석은 서민 개미가 당할까?
문득 1941년 11월 20일 윤동주가 쓴 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