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대구에 두 번째 왔는데요. 저는 평소에 대구 시민들을 대단히 깊이 존경해 왔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로 우리 대구시민들이 처참한 6.25 전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적에게 이 도시를 내주지 않으셨고요. 자유민주주의에서 끝까지 싸운 분들이라는, 싸워서 이긴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로 전쟁의 폐허 이후에 산업화 과정에서 산업화를 진정으로 처음 시작하셨고 다른 나라와의 산업화 경쟁에서 이긴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구의 굉장한 여름 더위를 늘 이기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존경합니다. 제가 오늘 두 번째로 왔는데요. 여기서 오게 돼서 참 좋습니다.”
검찰을 떠나 장관이 되더니 이제 바로 총선과 대선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뭐 꿈은 누구나 꿀 수 있다. 한동훈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시민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꿈을 꾸는 과정이 너무 속 보인다. 윤 대통령이 대구 시장 음식만 선호하더니 한동훈도 대구 시민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받는 방법을 너무 빨리 배워간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를 모양인데. 아무래도 윤 대통령이 통이 큰 양보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성급하게 대구 사랑 갈구 모드에 들어갈 리가 있나?
현재 국민의힘은 문자 그대로 카오스 상태이다. 이는 물론 윤 대통령의 전략이다. 일단 판을 크게 흔들어야 새판을 짤 수 있으니 윤 대통령과 검찰 사단은 아예 국민의힘을 무너뜨릴 작정까지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동훈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마찬가지로 정치 경력이 제로이니 당의 생리를 전혀 모른다. 그저 검찰 캐비닛 파일에 담긴 비리 자료로만 파악된 정치가들에 대한 인상으로 정치가를 대할 뿐이다. 그런데 이제 그런 한동훈이 윤석열을 이어 총선과 대선을 위해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그 첫출발 장소를 대구로 택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 한동훈은 정치 신인 때의 윤석열 후보와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대구 서문 시장통에서 먹방을 주로 찍던 윤석열 후보와는 달리 대구 달성산업단지에 가서 팬덤에 둘러싸여 셀카 서비스를 잔뜩 하고 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중앙일보>가 한동훈의 후임 세평을 싣는다. 어제는 한동훈 아내 진은정의 화보집을 찍더니 한동훈 본인이 몸소 대구로 내려가 서민들의 애로를 듣고 위로하고, 언론은 후임 법무부 장관 명단을 나열한다. 군대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손발이 어쩌면 이리 착착 돌아갈까? 한번 먹힌 방법이 또 먹힌다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사실 정치 경력 제로인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어찌 되었든 0.73%p라는 간발의 차이로 당선되었고, 이는 조직력과 무관한 하늘의 뜻이었다. 소문이 무성했던 손바닥의 왕(王) 자든, 심은 눈썹이든, 천인공노할 도사의 수작이든 결과는 당선이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문자 그대로 윤 대통령이 ‘맘대로’ 정치를 해왔지만, 막을 법도 제도도 반대 세력도 없었다. 1%p도 안 되는 차이로 당선이 되어도 이렇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몸으로 직접 보여주었다. 이에 한동훈이 용기백배할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일단 한동훈은 배우자 리스크가 제로다. 후보 시절부터 ‘쥴리’, ‘성형’, ‘학위’, ‘경력’, ‘도이치 모터스’, ‘장모’, ‘처남’, ‘해외 명품 구매’, ‘해외 화보’로 이어진 ‘소문’ 리스크 시리즈로 사실 윤석열 정권 자체의 도덕성에 결정적 흠집이 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정체의 큰 요인의 하나가 바로 ‘배우자 리스크’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동훈 배우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찐 엘리트이다. 물론 한국에서 사시 합격하지 않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제 변호사가 되었다는 것이 호사가들의 뒷담화 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는 ‘김건희 리스크’에 비해서는 조족지혈이다. 게다가 진은정은 한국 최고의 법무 법인 김앤장에서 외국 담당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더 이상의 엘리트 인증이 필요 없다. 게다가 서민들의 아픔과 함께하기 위해 구호품 준비에도 솔선수범하는 고운 심성도 언론에 충분히 도배가 된 상황 아닌가? 김여사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배경 삼아 자기 화보만 찍었다는 비난을 들은 것에 비교가 안 되는 품격이다.
그리고 한동훈 자신도 엘리트라는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했다. 같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지만 윤 대통령은 9수나 해서 겨우 합격한 처지다. 그에 비해 한동훈은 재학 중에 사시 합격한 이른바 소년 급제 천재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대로 영어에도 탁월하다. 영어가 실력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 한국에서 이 또한 빛나는 전리품 아니겠나? 또한 윤 대통령은 부동시라서 군대를 안 갔지만 한동훈은 당당히 군법무관으로 3년 만기 장교로 전역했다. 이력이 완전히 깔끔하다. 그리고 300명에 이르는 국회의원 누구를 만나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엘리트 전사로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게다가 딸은 현재 미국의 명문 중에서 명문인 MIT에서 공부하고 있다. 조국의 딸이 입시 비리를 저질러 간신히 부산 의전에 들어간 것과 너무 비교되지 않나? 처가댁도 온통 서울대 출신 법조 가문이고. 한동훈의 아버지 한명수는 외국 회사 국내 법인 대표다. 더구나 어린 시절 아들 공부를 위해 강남 8학군에서 기를 정도의 재력과 안목이 있는 아버지다.
한동훈 진은정 부부로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일 정도의 최고 엘리트 총선·대선 후보가 드디어 등장한 모양이다. 그런 한동훈이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에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팬덤이 모여들어 난리가 났다. <국민일보>의 한동훈 기사 제목을 보자. “한동훈 대구 인기 이정도…“사진 요청에 기차표도 취소””(링크: https://v.daum.net/v/20231118055315874) 동대구역에서만 3시간 동안 팬덤의 호응으로 사진 찍느라고 기차도 놓쳤단다. 정말로 서민의 애환과 바람을 알뜰히 살피는 깊은 속을 보여주는 한동훈 아닌가? 더구나 한동훈은 서울서 태어나 청주에서 4학년까지 살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대구와는 연고가 전혀 없는 데도 이정도의 팬덤을 모았으니, 연고지는 어떨까? 이제 여권의 그 누구도 한동훈의 권위에 도전할 생각조차 못 할 노릇인가 보다. 이제 윤핵관도 간 모양이니 곧 한핵관이 나타나겠지?
윤핵관은 제거되었으니 이제 김기현만 쫓아내면 곧 한동훈 사단이 등장할 것이다. 정치 바닥에서 권력 이양은 다반사이지만 현재 권력이 들어선 지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차기 권력이 이렇게 신속하게 틀을 잡아가는 모습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통상적으로 황태자가 나서면 권력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이는 현 정권이 극혐 하는 일인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윤 대통령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한동훈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참으로 놀라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국민의힘에 연고도 없고 정도 없으니 가능한 일이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명색이 정당이고 다선 의원도 넘치는 국민의힘이 윤석열, 한동훈을 필두로 한 검찰 사단에 이렇게 맥없이 무너지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국민의힘에서 창조를 위한 파괴가 진행되는 모양인데 민주당은 어떤가? 무기력, 관성, 타성, 분열, 내분, 갈등... 이런 단어만 연상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뜬금없이 이낙연이 등장하여 느닷없이 이재명과 관련된 ‘도덕적 감수성’을 들고 나온다. <뉴시스>의 관련 기사 제목은 “이낙연 "이재명 사법 문제로 도덕적 감수성 퇴화·당내 민주주의 억압"”이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8123832941) 어디 토굴에 들어가 수련 중인 줄 알았더니 아직도 ‘욕심’을 전혀 내려놓지 않은 모양이다.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를 보면 이제 거의 듣보잡 수준으로 내려갔는데 도대체 왜 이럴까? <뉴시스>의 관련 기사를 요약해 본다.
“[이재명] 본인의 사법 문제가 민주당을 옥죄고 그 여파로 당 내부의 도덕적 감수성이 퇴화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있다. ... 이제까지 국민이 봐왔던 민주당과 다르고, 국민 일반이 가진 상식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 국민이 좀 질려 하는 것 아닌가. ... 여당이 이기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이 크게 승리할 것 같지도 않다. ... (총선 지원 유세에 대해) 그래야겠지만 왜 도와줘야 하는지를 말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엉망이니까 이쪽 찍어달라’는 말만 해야 한다면 내가 나가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이게 과연 민주당 당원이고 한 때 당내 대선 경선까지 나간 자가 할 말인가? 지난 대선 때 당내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사달을 부린 끝에 결국 윤석열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받는 자가 할 말은 결코 아니다. 비난이 들끓자, 미국으로 피신하여 엄중히 국내 정치판만 지켜보다가 들어와서도 민주당의 대여 투쟁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수박 논쟁의 중심이라는 것이 다 알려진 상황에서도 찍소리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 기어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된다. 물론 이낙연의 그릇이 그 정도이니 그럴 것은 충분히 예상되기는 했다. 모든 전쟁에서 가장 힘든 상대는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적, 특히 세작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이낙연이 이제는 드러내놓고 그런 짓을 또 할 모양이다. 아무리 전라도의 맹주를 자처하려고 한다고 해도 이제 시대가 달라졌는데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 탈당을 공언한 자들은 4명에 불과하다. 그들이 반명 진영에서 더 합류할 것이라고 큰소리치고 있는데 글쎄다. 가망이 없는 희망 고문에 불과할 것이다. 반명의 기세가 쭈그러드는 모양을 보고 아예 이낙연이 직접 나선 모양새인데 이제 가망이 없다. 이낙연 중심의 제3세력을 꿈꾸다니? 차라리 죽은 자식 XX 만지기가 아닌가?
민주당이 현재 이런 모양새이니 한동훈은 더욱 판세를 읽고 자신감을 얻는 모양이다. 다음 대선에서도 세대 포위론을 써먹고 민주당의 내분을 잘 이용한다면 최소한 0.73%p 차이 이상은 득표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윤석열 후보의 표를 상당히 깎아 먹은 ‘배우자 리스크’가 제로이니 그 이상의 투표 차도 바라볼 만하지 않은가? 한동훈의 부푼 꿈이 대구에서 활짝 펴진 모양을 보면서 문자 그대로 만감이 교차한다. 이재명, 박근혜, 윤석열도 대권을 쥐었는데 한동훈이라고 못 쥘 이유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낙동강 전투에서 치고 나와 압록강 물을 마신 군인들의 기개를 한동훈이 보여줄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날이 점점 추워지고 마음은 더욱 얼어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