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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한동훈과 운동권 송영길의 '엔드게임'인가?

타노스의 장갑의 주인이 누구일지 궁금하다.

by Francis Lee

민주당 전 대표인 송영길이 한동훈에 대해 단단히 화가 났다. <데일리안>의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1114720123)

“이런 건방진 놈이 어디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 가지고, 300명(국회의원들) 자기보다 인생 선배일 뿐만 아니라 한참 검찰 선배인 사람들까지 조롱하고 능멸하고 이런 놈을 그냥 놔둬야 되겠냐. ... 11월에 한동훈부터 엄희준(대검찰청 반부패기획관), 손준성(대구고검 차장검사) 탄핵 소추하고, 이동관(방송통신위원장)도 탄핵 소추하고, 12월에는 50억 클럽과 김건희 특검을 통과시켜야 한다. ... 만약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결을 해서 국민의 전체 촛불의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한동훈이 1973년생이고 송영길은 1963년생이니 딱 10살 차이다. 한국 전통의 예법에서 10살 차이부터 하대하는 법이니 나이로 볼 때 송영길이 한동훈보고 ‘이놈 저놈’ 해도 무탈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자 ‘조선 제일의 혀’ 한동훈이 바로 맞받아쳤다. 한동훈을 물고 빨아대는 <동아일보>에 난 기사를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31111120348258)


“송 전 대표 같은 사람들이 어릴 때 운동권 했다는 것 하나로 사회에 생산적인 기여도 별로 없이 그 후 자그마치 수십 년간 자기 손으로 돈 벌고 열심히 사는 대부분 시민 위에 도덕적으로 군림한다. ... 저는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이 엄혹한 시절 보여준 용기를 깊이 존경하는 마음이 있다. ... 그러나 이분들 중 일부가 수십 년 전의 일만 가지고 평생 대대손손 전 국민을 상대로 전관예우를 받으려 하고 국민을 가르치려 들며 도덕적 우위를 주장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이고 민주화는 대한민국 시민 모두의 공이었다고 생각한다. ... 송 전 대표 같은 분들은 굳이 도덕적 기준으로 순서를 매기면 대한민국 국민 전체 중 제일 뒤쪽에 있을 텐데, 이런 분들이 열심히 사는 다수 국민 위에 군림하고 훈계해 온 것이 국민 입장에서 억울할 일이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뭐 정치판에서 흘러나오는 ‘쑈’를 보고 고달픈 삶에 작은 위로를 받는 이들에게 이런 말싸움은 즐거운 요깃거리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말싸움을 보며 시간을 때우기에는 시절이 너무 수상하여 근심을 완전히 잊을 수는 없는 법이다.

현재 여권에서는 한동훈을 대체할 만한 ‘스타’가 없다. 그래서 어찌 되었든 한동훈으로 밀고 나가야만 한다. 그래서 현재 한동훈은 여권에서 모난 돌이다. 모난 돌은 두들겨 맞는 법 아닌가? 그래서 한동훈이 야권의 ‘밥’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하필 송영길인가? 물론 직접적인 이유는 이른바 ‘돈 봉투 살포 의혹’으로 송영길의 지인들이 곤욕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에서 송영길은 비록 원외지만 친명의 좌장을 자타가 공인하는 인물이다. 그러니 이재명 대표를 대신해서 총대를 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현재 모든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로 이재명 대표가 20% 전후의 지지율로 1위이고 현격한 차이가 나지만 한동훈이 10%대 전후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오세훈, 이낙연 등은 아예 한 자릿수로 이 두 사람과 비교가 되지도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미 두 사람의 ‘맞대결’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한동훈과 직접 맞서 싸우기에는 체급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송영길이 대신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말싸움에서 지난 문재인 정부의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결이 연상된다. 그 당시 윤석열 총장이 추미애 장관과 극한 대립을 하고 치고 나오면서 오늘의 자리에 오르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한동훈의 언행을 보면 윤석열 총장이 걸어온 길을 답습하며 몸풀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좌충우돌로 일단 팬덤의 환심을 사면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면 되는 일 아닌가?


그런데 한동훈은 총장 시절의 윤석열과는 매우 다르다. 일단 체급에서 밀린다. 외모에서 윤 대통령은 상대방을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지만 한동훈에게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창백한 얼굴에 뿔테 안경을 쓰고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촐싹대는’ 모습에서 전혀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송영길의 말대로 내로라하는 선배 앞에서 ‘건방’을 떨고 더 나아가 ‘조롱하고 능멸하고’ 있다. 물론 실력과 카리스마가 받쳐준다면 그런 태도는 커다란 영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런 자기 능력이 없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스폰서를 등에 업고 날뛰며 그저 입만 놀리는 모습으로 ‘조선 제일의 혀’라는 별명을 얻게 된 상황에서는 ‘윤석열 Jr.’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많이 힘에 부친다.


가부장제의 정신이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한국 사회에서 아무리 소년 급제를 하고 공부를 잘했어도 ‘건방지다’라는 낙인이 찍히면 살아남기 힘든 법이다. 지금은 윤 대통령 시하에서 호가호위하는 상황이라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제 곧 스폰서가 떨어지면 여우는 고사하고 낙동강 오리알의 처지에 놓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총장 시절에도 ‘건방지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고집불통’, ‘안하무인’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은 총장 시절 조국 장관과 추미애 장관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의 추진력과 저돌성은 그를 반대하는 이들도 인정하는 장기였다. 그런데 한동훈의 경우는 저돌성과 추진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최고 장기인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면서 실력조차 의심받는 상황이다. 윤석열 총장의 경우 조국을 상대로 한 영장 청구에서 최후의 순간에 기민성을 발휘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동훈은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김행 exit’로 인사 참사까지 일으키면서 그의 능력이 그의 입으로 과대 포장되었다는 평가를 받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도 한동훈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누구에게도 적어도 말싸움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직업병이다. 법정에서 범인과의 말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 속에 살아온 한동훈이 걸린 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민주당의 속내를 이미 파악하고 있는 한동훈은 다음 수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당연히 한동훈은 민주당이 탄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지난번 이상민 탄핵에서 보았듯이 한동훈 탄핵도 결국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한동훈은 탄압받는 정의의 사도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율사가 넘쳐나는 민주당이 모를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송영길이 마침내 한동훈을 엔드게임으로 이끄는 모양새다. 그런데 한동훈은 이것이 엔드게임의 시작인 것을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그저 평소의 ‘소신’대로 치고받기를 시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이 엔드게임에서 한동훈이 어찌 살아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만약 살아난다면 탄핵 몸살을 앓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구세군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민주당에서는 일단 내년 총선에서 한동훈이 힘을 발휘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놓는 전략을 쓸 것이다. 이상민 탄핵 소추의결서가 헌법재판소에 제출된 것은 2월 9일이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7월 25일이었다. 세간의 소문대로 한동훈의 탄핵 소추가 의결되어 11월 말이나 12월 중에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되면 내년 총선일인 4월 11일까지 한동훈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노리고 비록 기각된다고 하여도 민주당으로서는 한동훈 탄핵 카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을 걸고넘어질 탄핵 사유는 명료하지 않다. 탄핵에 관련된 헌법 65조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헌법재판소 재판관·법관·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감사원장·감사위원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가 있어야 하며, 그 의결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다만,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와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③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은 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④ 탄핵결정은 공직으로부터 파면함에 그친다. 그러나, 이에 의하여 민사상이나 형사상의 책임이 면제되지는 아니한다.”


한동훈을 탄핵하기 위해서는 그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사항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동훈이 직무에서 무능을 보이고 입을 함부로 놀린 적은 있지만 뚜렷하게 헌법이니 법률을 위배한 것을 적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동훈 탄핵 가드를 함부로 쓰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과연 역풍을 무릅쓰고라고 탄핵 카드를 써서 한동훈의 손발을 총선까지 묶어두는 것이 나은지 아닌지는 좀 더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한 일이다. 이에 민주당은 일단 한동훈 카드는 아껴두고 이동관 탄핵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총선 때 언론의 조작이 유권자의 심리를 크게 흔들 수 있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니 이는 분명히 효과가 큰 카드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민의힘도 기를 쓰고 이동관 구하기에 나서는 중이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서는 이동관 카드는 실험용이고 진짜 목표는 한동훈이 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드디어 송영길이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한동훈 탄핵 카드가 먹히면 송영길의 말대로 그다음으로는 김건희 특검으로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이다. 이 카드마저 내밀면 사실 국민의힘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김건희 특검을 막을 자는 사실 한동훈밖에 없는데 그의 손발을 묶고, 이동관을 탄핵하여 언론 통제를 막으면 민주당은 꽃놀이 패에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닌가? 과연 이 엔드게임에서 누가 최후에 웃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오늘 한동훈이 전혀 변함이 없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아서는 초조한 측이 누구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내년 총선의 결과에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달린 만큼 이제 건곤일척의 진검승부가 전개될 것이다. 한국의 정치판이 국민을 크게 실망하게 하고 있지만 원래 싸움 구경만큼 즐거운 일은 없지 않은가? 과연 누가 타노스의 장갑을 끼게 될지 정치판과 언론이 한바탕 소동을 피우는 것을 구경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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