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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12. 2023

장제원의 토사구팽은 시작에 불과한가?

결국 다 같이 죽는 '엔드게임'이 될 것이다.

버스 92대로 4,200명의 '아줌마 부대'를 동원하는 '저력'을 발휘한 장제원이 결국 토사구팽을 당했다. 여러 미사여구로 자신이 밀려난 것에 대해 변명을 해보지만, 결론은 장제원이 권력 싸움에서 완전히 ‘졌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은 여러 ‘분석’을 내놓겠지만 답은 뻔하다. 그 유명한 ‘검찰 캐비닛 파일’이 가장 유력한 원인일 것이다. 물론 협상을 벌였을 수도 있다. 어떤 호사가는 부산 시장 자리를 약속했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정치판에서 내일은 없고 약속은 물 위에 쓴 글씨에 불과하다. 게다가 2022년 재선에 성공한 박형준의 임기가 2026년까지인데 그동안 정치판의 강산은 열 번도 더 바뀔 수 있는 법 아닌가? 2027년이면 윤석열 정권도 사라진다. 누구 약속을 믿을 수 있겠는가? 결국 장제원이 몽니를 부리다가 결정타를 맞고 꼬리를 내린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지역구 3선이면 ‘검찰 캐비닛 파일’에 담길 사연이 좀 많을까? 더구나 대표적인 사학비리가 넘치는 재단을 물려받은 자 아닌가? 한번 털면 먼지가 황사처럼 뿜어져 나올 것이다.   


이제 장제원이 상처를 핥고 있는 동안 언론은  다음 '제물'이 누구인지 탐색에 들어갈 것이다. 물론 장제원처럼 윤핵관에 속한 인물들이 일차적인 대상이 되겠지만 그동안 권력에 붙어 생존을 모색한 모든 자가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김요한이 콕 집어서 지적한 낙동강 이남의 다선 의원들이 집중포화를 맞을 것이다. 그리고 김기현도 버티고 있지만 결국 오래 못 갈 것이다. 아무리 여론의 몰매를 맞고 있어도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윤 대통령에게 맞서는 자의 최후가 어떤지를 장제원을 통해 직접 목격한 자들이 더 이상 쉽사리 '덤빌' 리가 없지 않은가? 살아있는 권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감히 '맞짱 뜨는' 짓 아닌가? 하물며 한국의 내로라하는 재벌도, '최고 존엄'이 먹던 젓가락으로 집어주는 빈대떡 한 조각을 황송하게 접시에 받아 들고 맛나게 먹어야 하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아닌가? 그런데 감히 지역구 의원 정도가 덤비다니. 역린을 건드린 자의 최후가 어떤지를 장제원이 몸으로 시전해 보여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여론이 극히 나쁜 가운데 또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시전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이렇게 권력 지형을 정리하며 누가 보스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비록 국민의 70% 가까이가 안 좋아하지만 일단 손에 쥔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본인이라는 사실 말이다. 이제 국민의힘 진영은 ‘황태자’ 한동훈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다. 그의 정치 능력은 전혀 검증이 된 바가 없지만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능력보다는 충성심을 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믿을 놈’을 앞세워 이른바 ‘검찰 사단’이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보수의 밭’을 평정하도록 이끌고 탄핵 저지선인 100석을 방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상황이 만만치는 않다. 무엇보다 이준석이 ‘신당’을 무기로 윤 대통령과 척지는 모양새를 지속하고 있다. 물론 이준석이 진심으로 창당에만 올인할 리는 없다. 조직력도 자금력도 없는 이준석이 당을 꾸리기에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 누구보다 이준석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낙연도 덩달아 창당 설레발을 시전 하는 중이다. 어중이떠중이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합치면 창당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은 이른바 MZ세대 남자를 타깃으로 하고 이낙연이 전라도를 타깃으로 하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겠지만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안철수가 국민의당으로 전라도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이유는 그 당시 민주당 계열인 새정치민주연합과 더불어민주당의 정대철, 권노갑, 이훈평, 정균환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같은 '순종' 전라도 계파 의원과 철새 본색의 김한길을 끌어모은 덕분이다. 전혀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은 것뿐이다. 그래서 전라도의 28석 가운데 23석을 거두어 가고 서울 2석 비례대표 13석으로 38석의 정당이 되었지만 총선 이후 내분과 자중지란으로 결국 다 같이 죽는 몰락의 길을 가고 말았다. 국민의당을 지지한 핵심은 그 당시 20~30대 남자들과 진보 진영의 이른바 '반노무현과 '반문재인' 세력이었다. 순간적인 기분과 반감으로 지지한 정당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 어떻게 지속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겠는가? 더구나 무능의 극치를 보인 안철수가 당대표가 된 순간 국민의당의 몰락은 예정된 일이었다. 철새들의 이합집산으로 꾸려진 당은 사상누각임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잘 보여준 것이다.     


그런데도 이준석과 이낙연이 신당 운운하고 있는 것은 몸값을 최대한 올려보겠다는 수작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둘 다 몽니를 부려서 양당의 구애를 받기에는 너무 늦었다. 그런 사실을 이번에 장제원이 몸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준석의 간절한 바람은 윤 대통령의 호출일 것이라는 사실은 장안의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검찰 캐비닛 파일’이 이미 공개된 이준석이 윤 대통령과 ‘딜’을 할 수준은 아니다. 기어서 들어가도 살아남을지 모를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낙연은 ‘개딸’의 공격을 일단 벗어났지만, 여전히 이재명 대표와 맞짱을 뜰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권력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그리 호락호락 권력을 나누어 줄 리가 만무한 일 아닌가? 권력의 속성은 일단 잡으면 나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천하의 군자도, 평범한 사람도, 심지어 무능한 자도 일단 권력을 잡으면 반드시 독재를 추구하게 되어 있다. 유명한 ‘밀그램의 실험’이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한국의 정치판에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달려들어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22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 첫날인 오늘만도 창구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권력이라는 귀신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한번 그 귀신에 빙의되면 모든 것이 끝이 나야만 조용해지는 법이니 말이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한국의 정치판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하는 국민이 가장 불쌍하다. 모든 권력은 분명히 국민에게서 나오는데 이상하게 그 권력이 위임되면 국민은 바로 그 권력의 종이 되고 만다. 그리고 권력을 쥔 자들도 결국은 ‘엔드게임’ 끝에 다 같이 죽는다. 역사가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사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정치판은 늘 이 모양이었다. 최고 권력자가 되면 주변에 간신배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그 간신배들은 권력자의 술수에 놀아나면서도 권력의 떡고물을 먹기 위해 이전투구하다가 결국 토사구팽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어 왔다. 이승만의 권력욕은 정적뿐 아니라 자유당 안에도 ‘인물’이 다 제거되는 사달을 일으켰다. 그래서 결국 남은 허수아비 이기붕은 부통령이 되고 아들을 이승만의 양자로 입적시키면서 혈연관계까지 맺었지만 결국 아들이 쏜 총에 가족이 모두 죽는 참극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고도의 정치 술수를 부리며 종신 독재자를 꿈꾸던 이승만도 천심인 민심을 거스르지 못하고 가랑이 사이에 꼬랑지를 감추고 제2의 조국인 미국의 섬 하와이로 도망가버렸다.      


쿠데타로 군사독재정권을 세운 박정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탁월한 정치 감각으로 부하들을 충성 경쟁의 한복판에 몰아넣고 종신 독재자를 꿈꾸었다. 그래서 이인자를 결코 허용하지 않았다. 군대를 이용해 보려고 만든 하나회도 '감히 덤비자' 당장 해체해 버렸다. 물론 전두환이 몰래 조직을 유지해서 권력을 얻었지만 말이다. 배신자는 늘 가장 가까이 있는 법이다. 게다가 박정희는 까불던 김형욱을 문자 그대로 ‘갈아 죽인’ 것은 물론 견마지로를 다한 김종필과 이후락도 쫓아내고, 결국 남은 김재규와 차지철의 충성 경쟁을 이용했다. 그러나 결국 최측근에서 충성 경쟁의 정점에 서 있던 김재규의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짝퉁 군사 독재자인 전두환의 경우도 피장파장이었다. 오랜 친구이자 이인자로 지목한 노태우에게 권력을 물려주고 편한 노후를 꿈꾸었지만 결국 ‘통치 자금 남용과 친인척 비리’로 백담사로 쫓겨갔다. 노태우가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정권이 바뀌자마자 노태우와 손을 잡고 나란히 법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는 수모까지 당했다.  그의 유해는 아직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는 독재 권력의 말로는 늘 이 모양이었다. 게임이 끝났다는 'Game Over'가 화면에 떠도 끝난 줄 모르는 '권력 귀신'에 빙의된 자들이 날뛰는 정치판에서는 결국 다 같이 죽는 '엔드게임'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GG를 날리고 멋지게 판에서 물러날 타이밍을 놓친 권력 귀신에 빙의된 자의 말로는 늘 비참한 법이다. 그럼에도 권력은 정치가의 눈을 멀게 하기에 같은 일이 계속 되풀이된다. 문제는 이런 엔드게임에 애먼 국민이 가장 크게 희생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승만이 하와이로 도망간 다음 한국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고 마침내 군사 독재자가 탄생했다. 박정희가 죽고 나서 '서울의 봄'이 왔지만, 정치적 혼란 속에 다시 군사독재가 시작되었다. 이른바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를 국민이 당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엔드게임이 한국에서는 무한히 반복된다는 사실이다. 언제나 진정한 엔드게임이 벌어져 악당을 솎아내게 될까? 과연 그날이 오기나 할까? 참된 의미의 말세가 되어야 가능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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