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이 전광훈을 안 만났다고 뻗대다가 증거가 나오니 다시 발뺌한다. 자기는 ‘신앙 간증’만 하러 간 것이라고 하더니, 결국 전광훈이 ‘계신’ 대기실에 찾아가 머리를 조아린 증거가 드러나자 차마 부인은 못 하고 말 돌리기 시전을 하는 모양새다.
원희룡이 누군가? 제주도가 자랑하는 ‘수석’ 아닌가? 1981년 학력고사(현재 수능) 수석, 서울대 전체 수석, 사법 시험 수석. 한마디로 천재다. 전광훈은? 광운인공지능고등학교 이후에는 이른바 제대로 된 가방끈이 알려진 것이 없는 자다. 미인가 학교인 대한신학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학력 위조에 더해 이단 논란에 빠져 아직도 기독교 단체를 그의 목사 자격을 뺏느니 마느니 하는 고민에 빠뜨리고 있는 존재다. 게다가 이미 자기 아들은 독생자라고 부르며 교회 재산을 부자 세습하겠다고 공언한 자다. 한 마디로 한국 개신교의 고질병을 온몸으로 시전 하는 중이다. 그런데 천하의 서울대 법대 출신 ‘천재’ 원희룡이 이런 성적표에 ‘양’을 깔다시피 한 전광훈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니. 학력 만능주의 사회인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니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하나님도 까불면 죽이는’ 전광훈의 ‘영빨’에 제압당했나? 그럴 리가 있나? 원희룡의 아버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고 그의 유언대로 원희룡도 독하게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살기로 결심한 자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데. 그래서 개신교 장로까지 되었단다. 하도 독실해서 제주도 지사 때인 2014년 제주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의 천신제도 미신이라고 참가하느니 마느니 말썽을 피운 자 아닌가?
그런데 전광훈 앞에 고개를 숙인 것이 비디오에 잡혀서 다 들켰는데도 원희룡은 그 자리에 전광훈을 만나러 간 것이 아니라 신앙 간증을 하러 갔다고 생떼를 쓴다. 신앙 간증? 그게 뭔가? 그래서 뉴스를 검색해 보니 <YTN> 뉴스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링크: https://v.daum.net/v/20231208080412557?f=p)
“원 장관은 이날 기립 박수를 받고 연단에 올랐다. 그리고 이렇게 운을 뗐다. "오늘 장관 명단이 발표가 됐다. 국토부 첫 장관으로서 임기를 마치는 발표를 받고 여러분을 뵈러 온 게 처음 일정이다." 이 자리에서 이런 말도 했다.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 참석자들이 열광했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전 목사는 원 장관과 한 무대에 서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원 장관이 내려간 뒤 연단에 올라 "와따, 원희룡 간증 잘하네. 내가 웬만해서는 내 마음에 안 들거든. 내가 아주 쏙 빠지게 하네. 쏙 빠지게 해"라며 원 장관을 한껏 치켜세웠다. 전 목사는 이전부터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원희룡이 한 간증은 ‘딱 한 사람을 붙들어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라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경북·대구 장로총연합 지도자대회’라는 제목의 행사에 참석한 자들이 이 말에 열광했단다. 그리고 전광훈의 맘에 쏙 들었단다. 결국 원희룡은 이런 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받으러 거기까지 갔다는 말인데.
원래 ‘신앙 간증’이라는 것은 신학적으로 없는 개념이다. 영어로 testimony를 한국말로 그리 번역한 것인데, testimony는 원래 법정에서 증인들이 하는 증언을 말하는데 이것이 기독교에 들어와서는 초대 교회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이 예수에 관한 증언을 하는 것을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예수에 대한 믿음과 관련된 체험을 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신약성경>의 베드로 전서 3장 15~16절에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해석의 논란을 없애기 위해 원어인 그리스어를 인용해 본다.
“다만 여러분의 마음속에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거룩히 모시십시오.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 그러나 바른 양심을 가지고 온유하고 공손하게 대답하십시오. 그러면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여러분의 선한 처신을 비방하는 자들이, 여러분을 중상하는 바로 그 일로 부끄러운 일을 당할 것입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내용이 ‘여러분이 지닌 희망에 관하여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언제나 준비해 두십시오’라는 말이다. 이것이 초대 교회 기독교인들이 다른 사람에게 기독교를 전할 때 했던 ‘신앙 간증’의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희망은 단순히 꿈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확신에 찬 기대이다. 물론 기독교인들에게 이 기대는 당연히 예수의 재림과 구원이다. 그런데 특히 한국에서는 신앙 간증이라는 것이 이런 예수의 구원을 믿는 희망에 대한 대답이라는 의미가 확대되어 구원과는 별 관련이 없는 ‘개인적 신앙 체험’을 고백하는 것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로 흘러버렸다. 예를 들어 암에 걸렸는데 기도를 한 덕분에 치유가 되었다는 식이다. 그리고 심한 경우는 떼돈을 벌게 해달라고 했는데 로또를 맞게 되었다는 웃지 못할 ‘신앙 간증’도 나온다. 한국에 들어온 기독교가 지극히 현세기복적인 신앙으로 변질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현재 모습의 기독교 발상지인 유럽의 기독교에서는 이런 식의 이단에 가까운 말도 안 되는 ‘신앙 간증’은 폐지된 지 오래다. 미국의 오순절파나 신흥 기독교 단체에서는 이런 식의 ‘개인적 신앙 체험’을 이용하여 결국 돈을 버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른바 성령 부흥 체험으로 병이 낫고 돈을 벌고 출세한 것이 신앙 덕분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속임수로 헌금 장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들어와서는 이런 것이 더 변질되어 원희룡처럼 신실한 장로가 신앙 간증을 명분으로 내년 총선 출정식 선언을 해대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러니 ‘개독교’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상의 삶을 뛰어넘는 초월적 가치를 주장하고 믿도록 가르친 예수의 이름으로 모인 자들이 ‘적그리스도’와 다름없는 짓을 한다. 세속적인 돈과 출세에 눈이 먼 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원희룡이 ‘신앙 간증’이랍시고 하는 말이 이재명과 맞붙어 싸우겠단다. 그리고 그 이유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걸림돌을 붙잡고 제가 헌신하고 희생하겠다’란다. 도대체 한글 어법에도 안 맞는 이따위 소리를 듣고 그 자리에 모인 기독교 장로들이 손뼉을 쳤다니.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짓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기독교 신자의 헌신과 희생은 오로지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뜻이 이 세상에 펼쳐지도록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걸림돌’인데 그것을 붙잡고 헌신하고 희생한다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물론 이런 말을 개인적으로 안방에서 하거나 유튜브에 나가서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거룩한 신앙 간증의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니다. 더구나 그토록 신실한 ‘장로’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다. 정말 예수 그리스도를 이리도 모독하고도 그 심판이 무섭지 않다는 말인가? ‘적그리스도’가 되어서 출세하고 잘 먹고 잘살다 죽어 영원한 지옥 불에서 불타는 운명을 맞이해도 좋다는 말인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오늘날의 수능에서도 전국 1위를 하고 그 잘난 서울대 전체 수석 입학한 것도 모자라 고시에서 전국 수석을 한 원희룡이 왜 이 모양 이 꼴이 되고 있는가? 윤 대통령 처가 부동산 문제로 시끄러운 양평 고속도로를 뒤집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이 땅의 기독교 신앙 간증도 뒤집어 놓을 작정인가? 원희룡이 1964년생이니 내년에 환갑이다. 한국 남자 평균 나이까지 산다고 보면 이제 기껏해야 30년 더 산다. 그리고 그동안 검사, 변호사, 국회의원, 지사, 장관 출세란 출세는 다 해보았다. 그런데 뭔 욕심이 그리 더 남았을까? 대선? 그 그릇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그리 열심히 믿는 신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내년 총선 출정 선언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증언해야 하는 것 아닌가? 원희룡에게서 대학 선배인 김문수의 냄새가 지독히 올라오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오늘날 수능 전국 수석, 서울대학교 입학 수석, 고시 수석의 ‘천재’가 이렇게 우리의 일그러진 영웅이 되어버리는 것을 바라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 권력 얼마나 더 누리겠다고 이런 짓인가? 예수 그리스도 앞에서 기도할 때 부끄럽지 않나? 참으로 애잔하다. 예수가 하지 말라는 짓은 골라서 하면서 예수를 찾는 ‘적그리스도’가 한국 땅에 왜 이리 많은지 모를 일이다. 돈 귀신, 출세 귀신, 명품 귀신을 다 쓸어버리게 굿판이나 크게 한번 벌어야 하나? 아니면 한민족이 역사의 질곡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이렇게 버텨낼 수 있게 해 주신 조상신과 전지 신령께 바치는 천신제라도 열어야 하나? 만감이 교차한다. 이런 꼴을 보고 예수 그리스도가 펑펑 울고 있을 것만 같아 내 가슴도 아파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