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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Nov 29. 2023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참사가 말해주는 것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불통을 보여주는 '마지막 한 방울'이 될 모양이다.

세계 엑스포 2030의 개최지 투표 결과 한국이 29대 119라는 표 차로 처참한 완패를 했다. 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표결 결과가 이 정도의 참사일 것을 한국 정부나 언론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외교력과 정보력 부재가 문제다. 윤 대통령 부부가 뻔질나게 해외여행을 다니는 것이 다 세계 엑스포를 위한 노력이라고 변명한 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저 외국에 나가 화려한 잔치에서 먹고 마시고 시간 내어 명품 쇼핑이나 하면서 정부와 언론은 표결 직전까지만 해도 ‘박빙’, ‘2차 결선’ 운운하면서 끝까지 국민을 완전히 속였다. 결국 170개 국가의 3,000명의 정상을 만나 벌인 외교는 외교가 아니었던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가 당초 249억 원이 책정된 해외여행 예산을 그 두 배가 넘는 578억 원을 쓰면서 벌인 ‘외교’의 결과가 고작 이런 수준인 것이 이제 만천하에 드러났다. 윤석열 정권이 그렇게 욕하는 문재인가 사용한 비용의 3배에 가까운 액수다. 아마도 윤 대통령과 여당은 이런 참패의 책임을 ‘전 정부’ 씨에게 돌릴 것이다. 그리고 억지로 외교 성과를 조작해 낼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거짓과 무능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앞에서 말 한 대로 '부산 엑스포 2030'은 그동안 윤 대통령 부부가 해외여행을 뻔질나게 하는 가장 큰 변명거리였다. 예산의 두 배 이상을 써가면서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큰 명분은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의 경우 엑스포 행사를 위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나 수상 또는 왕이 윤 대통령 부부 수준으로 해외로 나가서 ‘설쳐대는’ 경우는 과거에도 전혀 없었고, 지금도 없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금 보면 마치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이 부산 엑스포 하나에 달린 느낌이다. 엑스포를 유치하면 나라가 갑자기 선진 대국으로 도약할 것처럼 난리를 피웠다. 윤 대통령 주변의 간신배들은 방울 울리기에 여념이 없고. 29대 119라는 숫자는 마치 내년 총선의 결과를 예측해 주는 오멘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한번 보자. 엑스포가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언제 왜 생겼으면 이 행사의 주요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그런데 이런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한국 언론에서는 그저 돈 이야기만 했다. 엑스포를 유치하면 수십조 원의 돈이 생기고 일자리도 넘쳐난다는 선전만 해댔다. 과연 그런지. 그리고 그런 경제 효과가 왜 발생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없었다. 그러면서 대통령 부부가 해외에 나갈 때마다 사달을 일으키고 예전 상 결례를 범하는 B컷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결국 국민이 윤 대통령 부부의 ‘한심한’ 외교 망신을 다 보고 있는데도 측근들은 그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렇게 아부하면서 권력의 주변에서 떡고물만 먹다가 여차하면 쥐새끼처럼 배를 먼저 탈출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그 와중에 재정 파탄과 경제 붕괴로 고통을 당할 국민의 사정은 어째야 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 정말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곧 대나무밭에서 크게 울려 나올 것만 같다.     


한 마디로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든 안 하든 한국 경제에는 결정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게 좋은 행사라면 왜 선진국 가운데 BIE의 창립 멤버이기도 한 이탈리아만 후보 신청을 했나? 선진 강국인 미국, 영국, 독일, 그리고 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는 왜 이 싸움에 뛰어들지 않았나? 참으로 답답한 정부이고 한심한 언론이다.    

원래 2030 엑스포 개최는 2021년 4월 러시아, 6월 한국, 9월 이탈리아가 신청했고 10월에 우크라이나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마지막으로 신청했다. 문재인 정부 막바지에 신청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부가 이 엑스포 유치를 등한시했다고 비난해 왔다. 탈락하면 면피를 위한 전형적인 밑밥 깔기였다. 전 정부에서 받아 낸 행사를 윤석열 정권이 갑자기 국가 대사나 되는 듯 ‘올인’하면서 야단법석을 쳐 놓고서도 그 모양이다. 사실 국제 행사 유치를 위해 예산을 두 배로 늘려서라도 외유를 자주 해야 한다는 좋은 핑곗거리 아닌가? 그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는 데 아무도 모르는 줄 아는 모양이다. 대통령실이 이미 인의 장막으로 가려져 있는 데다, 그 누구의 말도 안 들으려 하니 진실을 알 턱이 있나. 아무튼 조만간에 ‘임금님 귀는 벽창호 귀’라는 소리가 전국의 대나무밭에서 크게 울려 나올 모양이다.     


역사적으로 세계 엑스포는 1851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개최된 이후 지금까지 37차례 열렸다. 그 가운데 아시아는 일본의 오사카(1970)와 아이치(2005), 그리고 중국 상하이(2010)에서만 개최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마치 세계 엑스포를 개최하면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국가 경제에 커다란 이익을 가져오는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이 세 도시에서 개최된 이 행사가 두 나라의 경제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실 부산이 탈락하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본이 2025년 오사카에서 다시 이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확정되었기에 대륙별 안배를 중요시하는 관례에 따라 아시아에서 연속으로 개최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지 1년 반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고 그저 처갓집 리스크만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이 무리를 해서라도 이 행사를 개최하여 선전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행사로 61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그리고 50만 명 이상의 고용 창출도 이루어진다고 했다. 여기에 국격 제고는 덤으로 온단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2010년 5월부터 10월까지 만 6개월 동안 진행된 상하이 엑스포는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 한국의 여수시와 4차 결선 투표까지 가는 경쟁을 벌여 승리한 상하이시는 전무후무한 7,540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참가국도 192개국에 이르렀다. 당시만 해도 중국은 세계 경제의 견인차 구실을 해서 거의 세계 모든 나라의 러브콜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 성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엑스포라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 개최해서 성공한 것이다. 2008년에 이미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다음에 중국이 경제 대국으로 들어서는 시기에 벌인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었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9위로 16위인 한국에 뒤졌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6위로 뛰어오르더니 2010년에 마침내 일본을 꺾고 세계 2위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 뒤로 순위 변동이 전혀 없었다. 이때 한국은 14위로 떨어졌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은 일본의 3배가 넘는 15조 달러를 달성했다.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한 G2국가가 되었다. 한국은 그 10분의 1 정도 되는 1조 5,800억 달러에 그치고.  10위 권 밖으로 밀려나고 점점 더 악화되는 중이다.   


중국이 2010년 세계 엑스포를 개최해서 이런 무시무시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이야기한다면 경제를 전혀 모르는 어리석은 자라는 놀림을 받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세계 엑스포는 그저 중국이 경제 대국이 되었다는 것을 세계에 선포하는 이벤트에 불과한 것이었다. 특정한 이벤트를 한다고 해서 나라가 갑자기 선진국이 되는 일은 없다. 나라가 전체적으로 발전해야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월드컵, 올림픽, 세계 엑스포와 같은 행사를 치른 나라가 모두 선진국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뻔한 사실인데 정부가 국민을 속였고 여기에 언론이 변죽을 울린 결과가 이 모양인 것이다.      


나라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과학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대통령 부부의 해외 여비는 두 배 이상 늘리고 정작 국가 발전의 핵심이 되는 R&D 예산은 10%나 삭감했다. 결국 대통령 부부가 놀러 나가는 데 쓸 돈은 두 배 이상 늘리고 나라가 발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잘라버린 것이다. 그렇게 예산을 늘려 영업사원 1호라고 자칭하면서 돌아다녔지만 해외 투자 유치 약속을 받아 낸 것은 고작 7조 원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우리 기업이 해외에 투자를 약속한 돈은 100조 원이 넘는다. 이에 관한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해 본다.(링크: https://news.imaeil.com/page/view/2023112811221224507)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실의 '7조 해외 투자 유치' 홍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자랑하던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외국자본을 유치해야 하는데, 오히려 해외로 자본을 유출했다"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이 우리 기업의 막대한 해외 투자는 언급 없이,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만 발표해서 국민의 착시효과를 노린 것이라면 참 나쁜 정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해외순방 관련해서 578억 원 사상 최대 예산 소요가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순방으로 54억 불(우리 돈 약 7조 원)을 투자 유치했다'라고 반박했다"며 "아주 훌륭하신 성과지만, 대통령실이 밝힌 성과와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 72조 원, 영국 투자 33조 원 등 105조 원의 해외 투자금을 단순 비교하면 약 열 배가 넘는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식을 넘어서는 '불균형 외교'"라고 지적하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대통령의 영업실적으로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은 이데올로기로 사회가 극도로 분열되어 정치판만이 아니라 국민도 모래알처럼 갈라져 서로 물어뜯는 싸움에 골몰해 있다. 그래서 이성적 판단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러 내로남불 논리만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아무리 객관적인 자료를 들고 나와도 논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렇게 국민이 갈라지도록 하는 데 무기가 된 이데올로기를 윤 대통령 자신이 직접 들고 나와 여론 분열을 조장했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회 분열을 조장한 것도 모자라 외교 참사를 벌이면서 이제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보 부족까지 드러내고 말았다. 사실 이미 대다수 국민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버텨왔지만 이제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유치에 실패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표결이 나오기 직전까지 이런 정도의 참패를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외교력과 정보력 부족이 더 큰 문제다. 이렇게 무능한 정부를 믿고 앞으로 3년을 어떻게 더 버틴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동원하여 그 자리에 계속 있으면서 놀 거 다 놀고, 무능을 감추고, 처갓집을 둘러싼 추문도 계속 감추면서 버틸 수 있겠지만 그동안 나라가 망가진 후유증은 국민이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빤히 보이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다.      


벌써 언론은 세계 엑스포 실패의 변명거리로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분석’을 진작 내놓지 못했나? 이제 여론이 더 악화하면 ‘전 정부’ 씨를 들먹일 것이 뻔하다. 그러면 콘크리트 지지층과 수구 언론은 그에 맞추어 변죽을 울릴 것이고. 이를 보고 답답한 국민은 정부 비판을 하고 나서고. 그러면서 사회는 더 깊은 분열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무슨 변명을 하든 이번 엑스포 참사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결정적인 참패 요인이 될 것이다. 이미 참패를 예상했는데도 '최고 존엄'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무서워서 위선으로 일관했다면 더욱 큰 문제다. 바른 정보와 판단이 권력 앞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지난번 강서구 보선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보선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여권은 이번 세계 엑스포 때와 마찬가지로 ‘한번 해볼 만하다’라는 설레발로 일관했다. 그러나 17.15%p 차이 패배라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정보력 부족과 능력 부족에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흐지부지 지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실패에서 배우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도 반성은커녕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에만 골몰하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무능과 뻔뻔함과 꼴통 정신이 결합한 총체적 난국을 지금 윤석열 정권이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여당에서는 전혀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강서구 보선이나 이번 세계 엑스포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보여준 대로 결과가 나오기 직전까지 스스로 최면을 걸어 계속 희망 고문에 중독될 모양이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어서이겠지? 천지개벽을 해도 마음을 안 바꾸는 그 잘난 경상도와 강남의 콘크리트 지지층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이 필요한 것은 해외여행이나 행사 유치가 아니다. 사회 분열이 극한으로 치닫고 경제가 붕괴될 지경에 이르러 국민의 삶, 곧 민생이 도탄에 빠져들어 가고 있는 문제를 당장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손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러고는 권력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단 1년 반 만에 대한민국이 이런 지경까지 오게 되었을까? 날씨만이 아니라 나라도 얼어붙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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