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피드!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가 아니라 윤 대통령 자신이다.
이제 한동훈은 보수 진영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황태자 제2인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주군인 윤 대통령 못지않은 아마추어 이미지다. 한동훈은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그러나 9수로 겨우 합격한 윤 대통령과 달리 대학교 3학년 때 고시에 합격하여 김기춘과 우병우의 계보를 잇는 ‘천재’의 반열에 오른 자다. 군대도 법무관으로 해결하여 흠집이 없다. 그런 만큼 정치에서 요구하는 ‘세상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더구나 술도 안 좋아한다니 ‘그 세상’을 더욱 모르고 살아왔다. 그런 자가 이제 ‘김건희 리스크’로 최악의 위기에 몰린 보수 세력의 ‘황태자’를 넘어선 ‘구세주’로 ‘옹위’ 되는 중이다. 이대로 간다면 아무런 정치 경험도 없이 제대로 된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바로 보수 세력의 대표가 되어 대통령 자리에 갑자기 오른 윤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런데 보수 세력의 전위대를 자임하는 <중앙일보>의 최민우가 “한동훈식 6·29 선언은 가능한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요즘 조·중·동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김건희 리스크’를 한동훈이 털고 가라는 말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최민우는 이 글에서 한동훈이 윤 대통령의 보스 이미지를 털어내고 관리형 이미지로 승부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젠더 이슈에도 관대하고 탈권위적인 모습을 보여 ‘오십을 갓 넘었지만, 꼰대보다는 젊은 오빠’의 이미지를 지닌 자라고 한껏 추켜올린다. 마치 한동훈이 권력을 잡으면 대통령실에 한 자리 달라는 소리 같다. 그러나 이런 최민우가 지난 11월 20일에 쓴 글의 제목은 “‘개인 김건희’에겐 인권도 없나”이다. 한 달 만에 이 정도의 줄 바꿔 타기 신공을 보이는 중인 것이 이제는 놀랍지 않다. 뭐 그 정도로 눈치가 빠르고 줄타기에 용하니 <중앙일보>에서 정치 부장씩이나 하고 있겠지? 그런데 다음 달, 곧 내년 1월이 되어 정국이 대혼돈에 빠지게 되면 또 무슨 제목을 글을 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 달도 못 내다보는 자가 어찌 ‘황태자’에게 조언할 용기를 냈을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최민우가 말한 6·29선언은 이른바 ‘제2의 서울의 봄’을 꿈꾸게 한 사건이었다. 제1의 서울의 봄을 무참히 짓밟고 개인적인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국군을 동원하여 국민의 가슴에 총구를 겨누고 살인까지 저지른 악마요 군사 독재자인 전두환은 4·13 호헌 조치라는 것을 발표하였다. 체육관에서 허수아비를 모아놓고 치른 선거로 대통령으로 선출된 전두환이 당연히 선배인 박정희와 마찬가지로 영구 집권을 꿈꾸며 내놓은 계략이었다. 그러나 그런 전두환의 속내를 간파한 민주 시민이 6·10 항쟁을 일으켰고 이에 굴복한 전두환이 노태우를 후계자로 책정하면서 그가 발표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6·29선언이다. 그러나 이 6·29선언은 전두환 노태우가 자발적으로 한 조치가 아니다. 그 이전에 이미 긴 역사가 있었다.
전두환 독재의 서슬이 아직 시퍼렇던 1985년 12대 총선에서는 전두환 독재 정권의 사악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그 당시 야당인 김영삼이 이끌던 신한민주당(신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국민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전개하였다. 이에 힘을 얻은 신민당은 개헌 서명 운동을 전개하였고 결국 천하의 전두환도 굴복하고 1986년 7월에 그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은 신한민주당과 합의하여 이른바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수립하게 되었다. 그러나 민정당은 일본의 자민당과 같이 영구 집권을 위해 의원내각제를 내세웠고 이에 맞선 신민당은 대통령 직선제를 고수했다. 그런데 1987년 1월 한국의 역사를 바꾼 사건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터졌다. 그 유명한 ‘턱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새빨간 거짓말로 독재 고문 정권을 옹호하던 앞잡이들이 줄줄이 법정에 서게 된 일이다. 그런데 독재 정권이 최대의 궁지에 몰리게 되자 군사독재자 전두환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느닷없이 4¸13 호헌 조치를 발표해 버렸다. 이 조치를 전두환이 직접 발표하여 국민에 대한 위협도를 최대한 높이는 술책도 벌였다. 그 내용은 <나무위키>에 다음과 같이 잘 정리되어 있다.(링크: https://namu.wiki/w/4.13%20%ED%98%B8%ED%97%8C%EC%A1%B0%EC%B9%98)
-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기를 바랐으나 야당이 하도 억지를 부리니 합의가 안 된다.
- 개헌 논의는 잠시 미루고 현행 선거를 통해 후임 대통령을 뽑겠다.
- 개헌 논의는 다음 대통령 임기 중인 88올림픽 이후로 미룬다.
- 대신 임기 중에 지방자치제를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
- 현재 거리를 뒤덮은 데모는 일부 주동자가 공산 세력의 사주를 받은 반정부 활동이다. 따라서 시위 참여는 위법이니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
결론과 국민의 반발도 <나무위키>가 다음과 같이 잘 정리해 줬다.
“결론: 곧 88올림픽도 있다. 대외의 이미지 관리가 들어가니 안기부 지하실 들어가기 싫으면 개헌, 민주화 등 과도한 요구는 자제해 달라. (=난 죽어도 내 권력 내려놓기는 싫다)
결론은 이른바 '체육관 선거'로 불리는 거수기를 동원한 대통령 간선제를 존치하겠다는 것이다. 개소리가 참 길기도 하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반발해 거세게 들고일어났으며 김영삼, 김대중 등 야권 정치인들도 "1988년 후반이면 이미 다음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인데, 1995년까지 임기가 보장된 다음 대통령이 잘도 개헌하려 하겠다"라며 비판했다. 사실 이미 전두환은 1987년 1월 12일 신년 국정 연설에서도 여야가 합의해서 개헌하길 바라며 그렇지 못하면 중대 결단을 내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미 호헌 조치를 암시한 바가 있었다.”
사실상 전두환은 국민이 말을 안 들으면 또다시 쿠데타라도 일으키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그런데 1987년 당시 국민은 절대로 “쫄지 않았다.” 이 조치가 발표되자마자 전국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외치는 시민불복종 운동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전두환이 청와대 안가에서 간신배들에게 둘러싸여 돈이나 받고 뇌물이나 받다 보니 세상 보는 눈이 없어 이른바 ‘뻘짓’을 해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권력에 취하고 뇌물에 취하면 다 그리되는 것이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는 과정에서 6월 10일 범국민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하던 경찰이 범국민본부 집행부 간부를 모조리 체포해 버렸다. 그러자 전 국민이 들고일어나 거리에 나서며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가 전개되었다. 문자 그대로 나라 전체가 전두환 타도를 외치며 들고일어났다.
그러자 전하의 전두환도 노태우를 시켜 6·29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민주 시민의 투쟁이 이런 성과를 거두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전두환의 욕심으로 대혼란에 빠지자, 미국조차도 전두환에게 정나미가 떨어지게 되었다. 결국 사면초가, 고립무원의 지경에 이르자 비로소 전두환 군사 독재자가 항복문서로 작성한 것이 바로 6·29선언이다. 그리고 그 6·29선언은 노태우가 발표했지만, 그 선언을 끌어낸 것은 전적으로 민주 시민이다. 노태우는 그저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런데 <중앙일보>가 느닷없이 한동훈의 6·29선언 운운하고 나선다. 정말 최민우는 6·29선언이 뭔지 몰라서 이런 망발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알고도 국민은 어차피 개·돼지라서 6·29선언이 뭔지 모를 것으로 여겨 자기 멋대로 지껄이는 것일까?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이다. 6·29선언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이 짝짜꿍이 되어 맘대로 선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런 선언이 ‘김건희 리스크’를 희석하고 이미 기울어진 내년 총선 전망을 뒤집는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수 언론의 수준이 겨우 이 정도란 말인가? 가소롭기 짝이 없는 일이다. 지금 보수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이는 모든 문제의 원인은 ‘김건희 리스크’가 아니라 윤 대통령 자신이다. 다시 말해서 ‘김건희 리스크’의 근본적 원인은 김여사가 아니라 이 정도로 문제가 커지도록 방관한 윤 대통령 자신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김건희 리스크’는 윤 대통령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된다. 왜 아무도 그것을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고양이 목의 방울이고, 임금의 당나귀 귀라서 그러는 것인가? 더구나 <동아일보>가 주장질 하는 대로 김여사를 잠시 폐위시켜 사가에 보낸다고 해보자. 당장 대한민국에 문자 그대로 널려 있는 이른바 '명품족', '성형족'이 들고일어날 것이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은 김여사의 본질적 문제가 위조와 사기 조작이라는 것은 관심 없기에 오로지 성형과 명품 중독으로 쫓겨나는 것으로, 더 나아가 모든 죄를 '여자'가 뒤집어쓰는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면 가뜩이나 안티페미의 이미지가 있는 윤 대통령은 이제 조선 시대의 가부장으로 여자인 아내를 죄인으로 만들어 희생시키는 남성중심주의자로 각인되어 내년 총선에서 여성표를 다 떨구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현재 보수 진영을 흔들다 못해 붕괴 직전으로 몰고 가는 ‘김건희 리스크’는 전두환 군사 정권 당시의 민주 시민의 분노와 투쟁을 불러일으킨 전두환의 독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어마어마하게 6·29선언 같은 것을 할 필요도 없이 한동훈의 전공인 법을 제대로 집행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다. 사인 김건희의 범죄 혐의가 있다면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실천하여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면 그만인 일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김건희의 범죄 혐의는 학력 조작, 경력 조작, 주가 조작, 부동산 투기, 디올 가방 뇌물 수수와 같은 사기에 관련된 것이다. 물론 성형과 가발 논란도 있지만 그것이야 말로 최민우가 말한 대로 여자의 사생활에 속하니 건드릴 의미가 없다. 그저 한동훈이 좋아하는 ‘법대로’만 하면 어마어마한 6·29선언이고 나발이고 소동을 피울 필요가 전혀 없는 일이란 말이다.
그런데 왜 <중앙일보>씩이나 되는 곳에서 그것도 정치부장이나 되는 최민우가 6·29선언 운운하냐는 말이다. 그 속내는 뻔하지 않은가?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대로 조선시대 왕비를 폐위하듯이 김여사를 아크로 비스타 사가에 잠시 가두어 ‘김건희 리스크’를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총선이 끝나면 다시 궁에 복귀시키는 수작을 부리겠다는 말 아닌가? 그러면 총선 대패를 막고 김여사의 ‘내 맘대로 살기’도 4월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이거야 말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 먹고 알 먹고 아닌가 말이다. 그런데 차마 그런 속내를 드러내기 힘드니 어마어마한 6·29선언을 들먹이며 그럴듯한 포장을 해보자는 꿍꿍이 아닌가?
요즘 참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 서울대 법대씩이나 나오고 소년 급제한 자들로 넘치는 검찰 출신들이 하는 언행이 일반 저잣거리의 필부필부도 이해하기 힘든 몰상식과 불공정으로 일관한다는 사실이다. 매우 몰상식하고 불공정한 짓을 하면서 그것을 보고 국민이 꾸짖으면 변명과 공갈, 더 나아가 협박으로 일관한다. 마치 개·돼지에 불과한 ‘상것’들 주제에 감히 수재이고 천재인 ‘나라님’들이 하는 일에 간섭한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나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다 보면 그렇게 권력에 취해, 뇌물에 취해, 술에 취해 해롱거리며 살다 보면 전두환 짝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두환 시절에도 유명한 ‘땡전 뉴스’를 시전 한 <KBS>와 ‘빨갱이 죽이기’의 선봉에 나선 <조선일보>가 여론 조작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그래도 민주 시민은 시대정신을 정확히 파악했고 전두환 군사독재 정권의 야욕을 무너뜨렸다. 그런데 2023년에 들어와서도 수구 세력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6·29선언은 억지로 잡은 권력을 놓기 싫어서 꼼수를 쓰던 전두환이 4·13 호헌 조치라는 멍청하기 그지없는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촉발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수구 세력은 또다시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려고 꼼수를 두는 ‘수작’을 부리고 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무기력하고 무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힘을 합친 국민은 반드시 '민주 시민'이 되어 역사를 바꾸어 온 것이 대한민국의 근대사다. 오만방자한 자칭 ‘엘리트’의 무지와 욕심이 이 나라를 망쳐왔지만,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겸손한 ‘민중’이 그 망친 나라를 찐 애국심으로 다시 세워온 것이다. 이제 또 다시 그런 역사가 반복될 모양이다. 권력을 잡은 수구 세력이 이런저런 꼼수를 세우느라고 날밤을 새우는 모습이 뻔히 보이니 말이다.
6·29선언을 한동훈이 해낸다고? 그 당시 노태우는 이미 5공화국에서 내무부 장관을 비롯한 요직을 거치면서 5년 가까이 착실하게 후계자 수업을 해온 인물이다. 그리고 12·12 사태 때 목숨을 걸고 전두환의 오른팔이 되어 반역을 저지른 인물이다. 한동훈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권력을 위해 목숨을 걸어본 적이 있나? 후계자 수업을 착실히 해온 적이 있나? 그저 한동훈이 기대는 것은 한국 정치판의 고질병인 팬덤뿐이다. 그리고 그 팬덤은 아직 조국만이 아니라 그 딸 조민의 수준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뭘 믿고 수구 언론은 이런 전혀 검증이 안 된 한동훈을 밀려고 난리를 피우는 것인가? 6·29선언 이후 36년이 지난 지금 시민 의식은 매우 높아졌는데, 권력에 취하고, 뇌물에 취하고, 술에 취한 기득권 세력은 전혀 발전이 없어 보인다. 그러니 이런 한심한 소리나 하고 있지. 이런 꼼수에 매달릴수록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을 정말 모른다는 말인가? 총선은 대선과 달리 분위기나 바람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그래서 똑똑한 인물을 공정하게 선출하여 선거에 내보내는 공천이 생명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미 소문대로 ‘검찰 사단’이 접수하는 계략을 꾸미는 중이다. 검찰 출신인 윤 대통령과 한동훈이 그동안 보여준 것만으로도 이미 검찰에 염증을 내는 국민이 다수인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검찰 사단’이 접수하고서도 총선의 승리를 바란다고? 정말로 미친 거 아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김건희 리스크’만 제거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정말로 국민의힘을 장악한다면 과거 전두환이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발표한 4·13 호헌 조치로 오히려 자기의 명을 단축한 것과 똑같은 사달이 벌어질 것을 왜 모르지? 정말로 답답한 일이다. 보수 진영에 ‘똑똑한’ 사람이 정말로 이리도 없다는 말인가? 한동훈과 이준석 같은 ‘조선 천하의 혀’나 윤핵관이나 김기현같이 권력의 불빛만 보고 뛰어들어 스스로 토사구팽이나 당하는 불나방만 보이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언제나 제대로 된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가를 만나게 될지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