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많은 국민이 궁금해하지 않느냐. 올라온 법들도 있고 할 일도 많은데 거취와 관련해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이에 한 장관은 “여기서 말씀드릴 내용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이 재차 “오늘이 마지막인가 아니면 다음 주가 마지막 상임위인가 (국민이) 궁금해한다”라고 추궁하자 한 장관은 “그냥 의원님 혼자 궁금해하시면 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김영배 의원은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이전에 노무현 캠프를 시작으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2008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으로 본격적으로 정치를 업으로 삼고 2009년에 성북구청장으로 당선되어 행정업무 경험도 쌓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에 입성하고 2020년 총선에서 다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정치 경력으로 볼 때 한동훈이 문자 그대로 ‘쨉이’ 안 되는 대 선배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답을 이 모양으로 받아친다. 물론 질문의 의도가 뻔하다. 그러나 한동훈이 이런 식으로 대답하는 것이 바른 모양새는 전혀 아니다. 그렇게 안하무인의 언행을 일삼는 한동훈이지만 ‘김여사 문제’만 나오면 살얼음 위를 걷듯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이런 한동훈을 두고 세간에서는 버르장머리 교육, 곧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한동훈에게 인성교육이 과연 필요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차고도 넘친다. 그리고 대부분의 고전적 철학자는 인간의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결과물로 인간의 본성에 관한 많은 책이 나와 있다. 그러나 근대 심리학이 발달한 이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전개되면서 사실 고전적인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는 그 철학자들의 개인적 견해로 추락하게 되었다.
과거에 철학, 특히 기독교 신학적인 인간관이 학계를 지배하던 시절에는 인간이 전지전능하고 지고지선한 신이 자기와 닮은 모습으로 창조했기에 신과 다름없는 ‘완전한’ 본성을 지닌 존재였으나 이른바 선악과를 먹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기는 ‘죄’를 지어 선악을 구별하는 지혜를 가지면서 ‘타락’한 채로 완전한 세상을 상징하는 에덴동산에서 나와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하는 에덴의 동쪽에서 사는 존재로 이해되었다. 그래서 인간은 악으로 기우는 경향을 지니는 유혹에 잘 넘어가는 허약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렇게 죄악에 빠지고 세상의 권력과 돈과 명예를 추구하는 추한 존재가 된 인간은 죄를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죄의 대가는 죽음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고 죽음에 빠지지 않고 구원을 받으려면? 그저 신의 은총에 기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은총을 바로 예수가 가져왔다. 인간이 지은 모든 죄를 대신해서 자기 목숨을 바쳐 값을 치르고 구원에 이르도록 한 것이다. 이제 인간은 예수가 가르친 대로 살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부처가 와서 진리를 설파하고 예수가 와서 인간의 죄를 다 걷어가도 세상은 여전히 사악하다. 세상이 사악한 이유는 인간의 본성적인 욕심 때문이고. 그 욕심 가운데 가장 큰 것이 남보다 잘나고 싶은 욕망이다. 남보다 부자로 살고, 남보다 예쁘고, 남보다 많은 명품을 소유하고. 그러면서 ‘내’가 ‘너’보다 잘났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일종의 ‘비교 우위 신드롬’이라는 정신병에 걸린 것이다. 특히 이는 한국 사회에서 신라 시대의 골품제에서 연유한 서열주의와 결합하고 학연·지연·혈연이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과 결합하면서 짝퉁으로라도 비교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증을 낳았다. 그래서 학력도 위조하고, 얼굴도 성형하고, 가발도 쓰고, 잘 읽지도 못하는 외국 원서를 들고 다니고, 주가 조작과 부동산 투기를 해서라도 돈을 긁어모아 강남의 비싼 집에서 살면서 위세를 떠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는 ‘실력’으로 안 되면 상대방을 모든 조건을 내세워 깔아뭉개면 되었다. 학연·지연·혈연 그리고 돈과 권력으로 방어막을 치고 모든 사람을 무시해야 내가 잘난 사람이 된다는 강박관념은 뜻밖에도 한국의 엘리트층에서 더욱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났다. 고등학교 때까지 전교 수석을 하면서 천재라는 소리만 듣고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학에 들어와 보니 자기와 비슷한 천재가 널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이제는 수능 점수를 따지듯이 모든 조건을 동원하여 누가 더 우위에 있는지를 따지기 시작한다. 일단 내신 1등급과 수능 1등급에다가 정시로 들어온 자들끼리 자기가 진골이라고 으스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농어촌 특별 전형으로 들어온 애들은 상대도 안 한다. 뼈가 다르다면서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인데도 차별한다. 그리고 이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지만 과거에 서울대 법대생은 나머지 단과대와 학과도 서울대냐고 으스대기도 했다. 무슨 수를 쓰든지 모든 이유를 들어 서열을 만든 다음 자신이 우위인 것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정신병이 한국 사회에 퍼진 것이다.
한동훈은 바로 이런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자다. 고등학교 때까지 천재 소리를 듣는 모범생이었고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서도 3학년 때 윤 대통령은 9수나 한 그 어렵다는 사시에서 한 번에 합격했다. 그리고 연수원 성적도 좋아서 바로 검사가 되었다. 군대도 법무관 장교로 마쳤다.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트다. 장가도 ‘잘 가서’ 서울대 법대 출신 장인이 전직 검사이고 전관예우를 잘 받은 모양인지 처가가 부자다. 더구나 아내도 서울대 법대 동기로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한국 굴지의 김&장에서 잘 나가는 변호사다. 얼굴도 누구처럼 엄청나게 성형한 티가 잘 안 보인다. 딸은? 미국 명문인 MIT에 진학했다. 누구처럼 학력 세탁이나 표창장 위조를 할 필요도 없었다. 이야말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 집안이다. 그런데 그런 엘리트는 아무나 대고 반말 비스름하게 하고 비꼬아도 되나? 더구나 이제 막 들어서려는 정치판에서 대선배가 될 국회의원들에게 나오는 대로 지껄여도 된다는 그래서 ‘조선 천하의 혀’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게 행동해도 좋다는 라이선스를 누구한테 받았나?
사실 그런 라이선스는 없다. 그 어떤 엘리트 교육에서도 건방져도 좋다는 허가증을 발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동훈은 분명히 건방지다. 그의 선배인 김기춘과 우병우도 건방지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김기춘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출 줄은 알았다. 물론 우병우는 자기 가방을 나이가 훨씬 연배인 경찰 간부가 들고 다니도록 하는 객기를 부리기는 했다. 그리고 질문하는 기자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호기도 부렸다, 그러나 지금 한동훈처럼 ‘조선 제일의 혀’를 자랑하는 듯 입을 함부로 놀리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한동훈이 이 모양인 것은 교육 탓도 아니고 서울대 법대 분위기 탓도 아니다. 그리고 부모가 잘못 기른 탓만도 아니다. 그저 한동훈이 그렇게 타고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동훈의 인성이 아니라 본성이다, 그래서 고칠 수도 없다.
모든 인간에게는 personality, 곧 본성과 character, 곧 인성이 있다. 그리고 인성은 본성이 세상의 경험을 통하여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것을 미국의 사회학자 미드(George Herbert Mead, 1863~1931)는 영어로 ‘I’와 ‘me’로 구분해 보았다. 타고난 본성인 ‘I’가 세상 경험을 통해 형성해서 내 안에 지니게 되는 것이 인성인 ‘me’다. 그래서 ‘me’는 후천적인 환경과 교육으로 잘 기를 수가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인성교육, 인성교육 하는 것이다. 그런데 타고난 본성인 ‘I’가 문자 그대로 ‘개판’인 경우에는 아무리 후천적인 인성교육을 거쳐도 그 본성이 안 바뀐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성인 ‘me’도 개판이 된다. 그 사례 가운데 하나를 지금 한동훈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한동훈에게 말을 삼가서 하고 태도를 공손히 하는 인성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충고다. 한동훈은 인성교육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본성이 그 모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본성은 3살에 형성되어 80이 돼도 안 바뀐다는 버릇과 같다. 절대 안 바뀐다.
이제 한동훈이 국민의힘을 접수하러 들어간다. 그런데 국민의힘의 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110여 명의 국회의원이 다 꿀 먹은 벙어리다. 참으로 신기한 현상이다. ‘굴러들어 온 돌’인 윤 대통령에게 벌써 당 대표를 비롯하여 윤핵관을 자처하는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여러 차례 토사구팽을 당했는데 학습이 전혀 안 된 모양이다. 이제 윤 대통령과 한동훈이 콜라보를 이루어 국민의힘을 문자 그대로 아작 낼 것이 분명한데 아무도 저항을 못한다. 그 유명한 ‘검찰 캐비닛 파일’이 이 정도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무기란 말인가?
이런 와중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한나땡’이란다. 이를 경계하자고 <중앙일보>가 “"한동훈 나오면 땡큐"…'윤나땡' 때와 다르다는 민주당 자신감 왜”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링크: https://v.daum.net/v/20231220050054424) 다음은 기사의 일부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게 떠오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선 “한동훈 나오면 땡큐”(장경태 최고위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S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꼭 비대위원장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이 꼭 모셔 오기 바란다”라며 이른바 ‘한나땡’을 거듭 강조했다. 친명계 정청래 최고위원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적으로 한동훈 비대위가 기대된다”라고 했다. 4선의 우상호 의원도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의 배경엔 “한 장관은 누가 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 (장경태)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석열 심판 정서를 더 키우는 것”(우상호)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한동훈 까기에 동조할 리가 있나? 바로 이어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한다.
“민주당의 한나땡 주장에, 정치권에선 “대선 전 민주당의 ‘윤석열 나오면 땡큐’(윤나땡)가 떠오른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0월 “윤 총장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윤나땡”(신동근 당시 최고위원)이라며 말을 만들어 퍼뜨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듬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까지 이를 유행어처럼 썼지만, 실제 대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승리였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때릴수록 컸던 윤 대통령처럼, 민주당의 비판이 한 장관에게 나쁠 것 없다는 취지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한나땡 얘기는 오판”이라며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갈 때도 ‘올라오기만 해 봐라.’ 하더니 2년 가까이 한 장관에게 쩔쩔매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권은 물론 보수 진영을 말하겠지. 민주당이 ‘윤나땡’을 외치다가 이낙연과 수박의 배신과 심상정의 국민의힘 2중대 역할로 0.73%p의 간발의 차이로 석패한 것을 이런 식으로 비꼬고 있다. 현재 조·중·동이 ‘김건희 리스크’로 파장 분위기인 보수 진영을 구해줄 구세주로 한동훈을 밀기로 작정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조·중·동은 누구보다 한동훈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꼴통’ 기질이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래서 조·중·동이 총대를 메고, 한국 사회에서 감히 누가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 검찰 사단의 리더에게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둘 수 있느냐는 교만으로 똘똘 뭉친 한동훈의 언행을 교정하기 위한 인성교육에 들어간 모양이지만 어림도 없는 짓이다.
그래서인가? 해결책을 한동훈 자신이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나온 결론이 묘한 어감을 준다.
“여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땡이 될지 안 될지는 결국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정부 2인자’ 이미지론 윤나땡을 머쓱하게 한 윤석열 대망론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권력에 맞서던 과거 윤 대통령의 결기를 보여야 한 장관도 대망론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지난번 <중앙일보>의 최민우가 조언한 대로 한동훈이 노태우가 되어 윤 대통령을 치는 수밖에 없다는 말인데. 현재 모든 사람의 눈에 훤히 보이는 윤 대통령 김여사 한동훈의 삼각 편대의 구도를 깨라는 말인데. 과연 그것이 가당한 일이기나 할까? 그동안 보여준 한동훈의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태도를 볼 때 mission impossible이다. 나 자신의 소양이 부족하면 덕을 쌓아서 군자가 되도록 수양하는 것이 도리다. 그렇게 인성교육으로 변할 수 있다면 한동훈은 굳이 노태우가 전두환을 쳤듯이 윤 대통령 부부를 치고 나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한동훈의 본성은 절대로 안 변할 것이고 그에 따라 인성도 꼴통 기질을 유지할 테니 그 방법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다. 그것을 조·중·동도 잘 알고 있기에 제2의 노태우가 되라고 한동훈을 살살 구슬리기 시작한 모양인데.
글쎄다. 한동훈은 노태우라기보다는 자기의 대학교 검찰 대선배인 박철언의 ‘짝퉁’이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물론 박철언의 그릇에 한참 모자라 보이지만 말이다. 암튼 윤 대통령 부부와 함께 이제 한동훈이 국민의힘을 접수하고 한국의 보수 세력을 대표할 모양인데... 홍준표가 근심하는 대로 잘 될 턱은 없어 보인다. 참으로 더욱 한심해 보이는 국민의힘이다. 그래도 그런 국민의힘을 철석같이 믿고 밀어주는 경상도·강남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으니 망하지는 않겠지만 참으로 가련하다. 어찌 11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이리도 오합지졸인지 말이다. 그래서 늘 굴러들어 온 돌에 이리저리 차이면서도 그저 공천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집단이 돼도 좋다는 국민의힘이 언제나 제대로 국민의 힘을 보여줄지 모를 일이다. 지금으로서는 아예 가망이 없어 보인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김여사 사달과 윤대통령의 연이은 실정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한동훈 카드를 조커로 쓸 모양인데 과연 그 역할을 잘 해낼까? 포거에서 조커는 만능패이지만 결국 모 아니면 도의 결과를 낳는 막장 도박에나 쓰는 카드다. 사실 지금 보수 진영은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어 도박을 걸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도박에 필요한 조커가 한동훈일지는 모르겠다. 어디 한번 두고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