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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총선 불출마의 이유를 모른다고?

결국 윤 대통령과 갈라서기 수순에 들어간 모양새다.

by Francis Lee

한동훈의 비대위원장 취임 일성이 ‘타도 이재명’, ‘타도 운동권’ 일 것은 당연히 예상된 일이다. 어차피 총선의 대패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대오를 흔들어 대는 것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선 불출마 선언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한동훈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는 의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하면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상황에서 자신이 안온하게 금배지를 달게 된다면 모든 비난을 혼자 뒤집어쓸 것이 뻔한 일 아닌가? 어차피 지는 게임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3년 정도 남은 대선에 올인할 전략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다. 윤 대통령도 국회의원은 고사하고 단 한 번도 선출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대권을 쥐지 않았던가? 주군이 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똑똑하다’라는 평가를 추가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이니 스스로 몰락의 길을 재촉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하면 당이 분열되고 책임을 서로 뒤집어씌우는 난장판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그런 상황에서 원내에 진출하여 당대표와 같은 당직을 맡아서 사태를 추스르는 것이 ‘사나이의 길’이다. 당내 권력 싸움에서 싸워 이겨서 능력을 보여주고 정치력을 닦는 것이 정도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그럴 자신도 없고 그럴 그릇도 아니다. 그 누구보다 자신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총선 불출마를 당연히 선언한다. 그런데 하필 이 시점에 그런 선언을 한 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고자 하는 의도였겠지만 약은 수는 금방 속내가 드러나는 법이니 세간에서 그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하게 될 것이다.


한동훈이 총선이 아니라 대선이라는 콩밭에 이미 마음이 가 있다는 사실은 그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난다.(링크: https://v.daum.net/v/20231226154908727)


“인구재앙이라는 정해진 미래에 대비한 정교한 정책, 범죄와 재난으로부터 시민을 든든하게 보호하는 정책, 진영과 무관하게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안보, 경제, 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과학기술과 산업 혁신을 가속화하는 정책, 자본시장이 민간의 자율과 창의, 경제발전을 견인하게 하면서도 투자자 보호에 빈틈없는 정책, 넓고 깊은 한미공조 등 세계질서 속에 국익을 지키는 정책,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는 원칙 있는 대북정책, 기후변화에 대한 균형 있는 대응정책, 청년의 삶을 청년의 입장에서 나아지게 하는 정책, 어르신들을 공경하는 정책, 지역 경제를 부양하는 정책, 국민 모두의 생활의 편의를 개선하는 정책 등을 국민들께 보여드려야 한다”


이러한 발언은 윤석열 후보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매우 정련되고 세련된 국정 계획을 요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위에서 한동훈이 한 말 가운데 실현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인구는 더욱 줄어들고 묻지 마 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는 늘어나고, 서민과 약자는 경제 파탄으로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과학기술을 위한 R&D 예산은 심하게 삭감되었고, 신냉전주의와 고립주의 세계질서 속에서 국익은 더욱 상실되어 왔다. 대북정책에서는 지금까지 단 하나의 실리도 거두지 못하고 전쟁 분위기만 고조시키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고 오히려 탄소 중립 정책에서는 후퇴하고 있다. 청년 실업은 악화되고 노인 빈곤은 세계 최고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리고 국민의 70%가 찬성하는 ‘김건희 특검법’을 말아먹으려고 한다고 여권에서 공공연히 떠들어 대면서 국민의 마음을 더욱 분노에 차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한동훈이 나타나서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진 이 모든 사달을 극복하고 신천지를 약속한 것이다. 이보다 더 윤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발언이 있을까 싶다. 이로써 한동훈은 이미 대선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대선에 나설 귀한 몸인데 총선에서 깨질 까닭이 조금도 없다. 그런데 이 정도 정견 발표를 한동훈 혼자서 준비했을 리가 없다. 그를 돕는 참모가 이미 구성이 되어 있다는 말 아닌가? 이미 ‘윤석열 사단’에 맞서는 ‘한동훈 사단’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역사를 보면 최고 권력자 주변의 최측근이 차기 권력자가 되면 반드시 주군을 배신하게 되어 있다. 박정희도 이를 두려워하여 늘 부하들을 이간질해서 충성 경쟁을 조장했다. 그러나 10·26 사태에서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최측근이 바로 나를 잡아먹게 되기 마련이다. 김재규만이 아니라 충성을 늘 맹세한 차지철조차 박정희가 총을 맞자, 저만 살겠다고 도망가 버렸다. 결국 김재규만이 아니라 최측근인 차지철도 박정희의 죽음을 재촉한 셈이다.


한동훈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한동훈이 자의 반 타의 반의 형식으로 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 주자로 이미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리’만 보일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 집권 2년도 안 된 현실에서 더구나 주군의 아내가 곤경에 처한 현실에서 차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그래서 이른바 ‘수락 연설’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사실 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재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단 살아있는 권력인 ‘윤심’이 격노하지 않는 수준에서 행마를 두고 가되 자기에서 ‘김건희 리스크’의 불똥이 튀지 않도록 머리를 굴리고자 할 것이다. 국민의 70%가 혐오하는 김여사를 무조건 옹호하다가는 뜻하지 않게 순장조에 속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세에 몰린 국민의힘과 여권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콘크리트 지지층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이슈인 ‘이재명 대표 타도’와 ‘빨갱이 딱지 붙이기’ 카드만 들고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국회의원이나 장관 정도는 자기 능력과 노력으로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경우는 천심인 민심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가운데 천운의 도움을 받는 것이겠지만 현재 한국 사회처럼 갈가리 분열된 상황에서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보았듯이 콘크리트 지지층과 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결합하면 대권을 거머쥐게 되어 있는 법이다. 비록 0.73%p의 종잇장 차이라고 해도 승리는 승리인 법이다.


한동훈도 한국의 철저히 분열된 정치 지형을 잘 읽고 있기에 진보 진영은 진작에 포기하고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에도 크게 공을 들일 마음이 없다는 것을 처음부터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일단 집안 단속을 철저히 하여 콘크리트 지지층의 절대적인 신임만 받아도 30% 이상을 충분히 확보하게 된다. 나머지 10% 정도만 더 건지면 대권도 능히 잡을 수 있는데 뭐 하러 사회 통합, 이념 극복, 젠더 문제 극복과 같은 매우 어렵지만 별로 당선에 쓸모없는 이슈에 매달리겠는가?


오늘 한동훈의 수락 연설을 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분명히 대선 후보 시절의 윤석열과 많이 다르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될 권력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 윤석열 후보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똑똑한’ 한동훈의 마음이 연설 여기저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과연 그 ‘좋은’ 머리로 국민의힘을 장악할 필요도 없었나 보다.


100%에 가까운 압도적인 찬성으로 그 자리에 오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이런저런 불만이 나오던 국민의힘이 이 정도로 끌 먹은 벙어리가 되도록 만드는 실력을 한동훈이 보여주었다.


이제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면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성도 보여야 하는 난제를 눈앞에 둔 한동훈이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줄 ‘실력’이 기대된다. 여러 호사가가 말하는 대로 한동훈은 그저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원 포인트 릴리프 투수일지 아니면 역전 홈런으로 판을 완전히 뒤집을 4번 타자일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한동훈은 이제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책없이 타이슨이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떠오른다.


“Everybody has a plan unti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누구나 계획이 있다. 주둥이를 처맞기 전까지는...


‘조선 제일의 혀’로 정평이 나 있는 한동훈이 주둥이를 처맞을지 아니면 ‘실력’을 보여줄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정치판 구경은 장기나 바둑 훈수 두는 일보다 더 재미있나 보다. 그러나 선거를 어찌 재미로 할 것인가? 국민의 특히 경제적으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서민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니 말이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총선을 지켜보아야만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2020년 총선의 '바람'이 다시 일지를 신경을 곤두세워서 예상해 보면서 말이다. 일단 시작된 한동훈의 윤 대통령과 갈라서기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부터 살펴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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