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이상 확정시 재판 기간 세비 반납’ 등 정치개혁 공약을 받아들인 것인지 압박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충남 예산에서 열린 충남도당 신년인사회에서 "민주당은 내가 이거 물어볼 때마다 그냥 넘어간다"며 "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묻는다. 이 두 가지(불체포특권 포기, 금고형 확정판결 시 세비 반납)를 받을 것인가, 안 받을 것인가"라고 물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과 세비는 법이 정한 국회의원의 권리다. 그리고 그런 권리는 국회의원이 개인이 아니라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다. 민의를 최대한 잘 대변하기 위해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이 느닷없이 ‘윤심’을 핑계로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나더니 이제 자신이 독재자쯤 된 것으로 착각하는 모양이다. 이런 오만방자함을 보고도 꿀 먹은 벙어리를 시전 하는 국민의힘에 속한 명색이 ‘국회의원’이라는 자들이 진정 국민의 대표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훈은 어차피 총선에 나가지 못할 것이니 맘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건방진 언행을 마구 시전해도 왜 가만히 있는가? 국민의힘이 이 모양 이 꼴인 것은 당연히 공천 때문이다. 국회의원에게 공천권을 쥔 당대표는 신이나 다름없는 존재 아닌가? 그러니 모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한동훈 앞에서 떨면서 처분만 바라니 한동훈 스스로 신이 되었다고 착각할만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정작 신으로 여겨야 할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서양 속담에 신 놀이 하다가 패가망신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에 나오는 모든 독재자가 자기가 신의 권능을 지닌 듯 설치다가 제명을 못살고 죽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로마의 시저부터 시작해서 최근에는 히틀러, 무솔리니, 차우셰스쿠, 가다피를 비롯해서 셀 수 없을 정도다.
물론 한동훈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은 당연히 포퓰리즘적 발상일 뿐이다. 자기 나름으로는 머리를 굴려 자기 패거리들이 좋아할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라고 자뻑하고 있는 모양인데 커다란 실수를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불체포특권과 세비를 마치 한동훈이 검찰에 있을 때 맘대로 퍼주는 판공비 정도로 여길 수 있는 그 발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누가 한동훈이 이런 정도의 ‘건방’을 떨도록 만든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결국 이런 식으로 좌충우돌하고 제멋대로 정치판을 휘젓고 다니다가 자승자박 하는 꼴이 날 것이다. 더구나 선출직은 커녕 평범한 '동료 시민'인 김여사가 불체포 특권은 물론 조사 받지 않을 특권도 누리고 측근들도 세금을 맘대로 쓰도록 하는 의심을 받을 정도의 특권을 누리는 것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한동훈이 괴연 '조선 제일의 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김건희 특검'을 '도이치 특검'으로 불러야만 하는 슬픈 운명의 한동훈이 가련할 정도다.
과거 2021년 12월 29일 경상북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 ...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 하는 겁니다.”
“2년 전인 2021년 12월 29일, 윤 대통령은 여야의 ‘대장동 특검’과 ‘고발사주’ 쌍특검 공방을 두고 “떳떳하면 사정기관을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받고 측근도 조사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지었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장동 특검에 무슨 고발사주까지 끼워넣자고 해서 저는 하라고 했다. 왜냐? 걸릴 게 없으니까. 근데 이 사람들 왜 안 합니까. 진상을 밝히고 조사를 하면 감옥에 가기 때문에 못 하는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죄를 지었으니 특검을 거부하는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은 대통령실이 전날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자 다시 입길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2년 전 영상 갈무리를 공유하며 “숨는 자가 범인이라더니”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죄를 지었다고 확인해주는 거냐”고 꼬집었다. 이날 엑스에는 ‘즉각 거부권’이 인기 트렌드 순위에 올랐다.”
그런데 2년도 안 되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줄은 윤 대통령 자신도 몰랐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이 윤 대통령과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세비를 건드리려면 법을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법을 바꾸려면 국회에서 발의, 논의되고 소위원회와 상임위를 거쳐 전체 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중차대한 사안을 한동훈이 겨우 비대위원장이나 하는 주제에 맘대로 이래라저래라 하다니. 도대체 이런 생각을 하기도 어려운 판에 마음대로 발설하고 민주당에 대해 조롱하는 투로 시비를 걸 수 있는 그 무지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지금 한동훈은 그의 선배들이 보여준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공부 잘해서 서울대 법대씩이나 들어가고 게다가 3학년에 소년 급제한 ‘천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오만방자함이라는 중병에 걸린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공부 잘해 명문대에 가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도 된다는 라이선스를 받았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수립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50을 넘긴 한동훈이 자기보다 훨씬 연배이고 정치 경력도 많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민의의 대표를 이런 식으로 깔볼 수 있는 오만방자함은 바로 그런 착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동훈과 마찬가지의 서울대 법대 천재였던 김기춘이나 우병우가 결국 그런 ‘오만방자 병’에 걸렸다가 어떤 곤욕을 치렀는지를 한동훈은 못 본 모양이다.
한동훈이 지금 경상도 지방을 주로 다니면서 이른바 팬덤 놀이에 빠지면서 세상이 온통 자기 것이라고 착각하는 모양인데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기를 바란다. 한동훈이 가는 곳마다 모인 사람은그의 팬, 문자 그대로 영어로 fanatics다. 제정신인 사람 70%는 그런 자리에 안 간다. 침묵하는 70%는 국민이 아니고 콘크리트 지지층 30% 남짓만 국민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런 언행을 되풀이한다면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대패를 초래한 주범으로 비난받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착각에서 벗어나 제정신 차리고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선거에 임하기를 바란다. 엘리트들이 잘 걸리는 병이 국민을 우습게 보는 오만방자 병이다. 서울대 법대를 나오고 사시에 합격했으니 똑똑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것이다. 국민 한 사람은 그런 한동훈보다 똑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이 집단을 이루어 집단 자성을 발휘하면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그 집단 지성을 이길 수 없는 법이다. 현재 윤석열 정권은 70% 가까운 국민의 집단 지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 가운데 어느 나라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세비를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치졸함을 보이는가? 서울대 법대는 이런 저질스러운 꼼수나 가르치는 곳이었나? 한동훈이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한 것이 자랑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 법대와 사법시험이 이런 한동훈을 자랑스러워할지 정말로 모르겠다.
집단 지성은 전통적으로 이성이 발달한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존중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대민족은 수천 년 전부터 집단 지성을 존중하는 사법 체계의 전통을 이어왔었다. 예수 생존 시대에 유대인은 범죄자를 심판할 일이 생기면 해가 뜰 무렵 성문에 들어오는 남자 10명을 무작위로 모아서 재판을 벌였다. 오늘날의 배심원 제도의 원형과도 같다. 한 사람의 지혜는 부족할지 몰라도 열 사람의 평범한 사람이 지혜를 모아 집단 지성을 이루면 그것이 바로 신의 심판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엘리트주의라는 허위의식이 아직도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곧 한 사람의 천재가 수십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한심한 환상이 먹혀드는 나라인 것이다. 그 한 사람의 천재가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기까지는 수천, 수만 명이 되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도움이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말이다. 바로 그러한 도움을 사회윤리에서는 ‘연대성의 원리’와 ‘보조성의 원리’로 갈파해 냈다. 모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을 지닌 존엄한 존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천재인 자기보다 못한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자는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고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그러니 한동훈이 살고 싶다면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민심이 천심이고 그 천심을 거스르면 반드시 천벌을 받는다는 진리를 기억하고 바르게 행동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야 국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