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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28. 2023

이선균의 죽음을 소비하는 사회의 진짜 죄인이 누구인가?

자칭 ‘무죄한’ 연예인들의 위선이 역겹다.

이선균의 죽음을 두고 일부 연예인들이 대중을 욕하는 글을 올렸다는 기사가 났다. 다음은 <파이낸셜뉴스>에 난 관련 기사의 일부 내용이다.(링크:https://v.daum.net/v/20231228103854872)     


“배우 이지훈도 “본인이 겪어보지도,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의 말. 정말 공정할까, 평등할까”라며 “뉴스, 유튜브, 부풀린 소문, 누가 누굴 평가하는가, 본인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잘살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작사가 김이나는 이선균을 둘러싼 언론 보도를 가십으로 여긴 자신을 반성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디서 흘러나온 지도 모르는 녹취록을, 누가 그런 나를 볼세라 이어폰을 꽂고 몰래 들으며 어머어머 하고, 관련영상으로 뜨는 비슷한 가십성 콘텐츠도 클릭해 보고, 자극적인 기사 타이틀을 보면 쓱 훑어보고”라며 “마지막에 ‘너무 사람 망신주기하네, 심하다’라는 말로 스스로 면죄를 하던 내 모습이 선명해서 차마 감히 추모도 못 하겠는 마음”이라고 씁쓸한 마음을 드러냈다.”     


나는 연예인에게 아주 큰 관심이 없기에 이지훈이나 김이나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정도로 분노하며 글을 쓴 것을 보아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자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기를 누리는 자들인지는 몰라도 이런 식으로 이선균의 죽음을 소비하는 작태는 비열하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선균을 죽음으로 몬 것은 그의 소문을 몰래 듣고 그의 이야기를 남에게 전한 팬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사정기관과 이선균의 언행과 그의 주체적 결단이 그의 죽음을 가져온 것이다.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정조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사회적 계약인 혼인을 맺은 남편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마약과 더불어 혼인 계약 위반에 대한 법적 사회적 대가를 치러야 하는 처지에 있었던 것은 그가 죽었다고 해도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이선균의 죄악을 약점으로 잡아 이른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한 마약 단속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 사정당국도 이선균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죄의 공동 정범이다. 한동훈이 오래전부터 ‘마약 단속’을 들고 나오면서 사정 정국의 분위기를 만들어 온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그러면서 작년에 벌어진 참극인 이태원 참사도 마약과 연결시키는 어리석음을 범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는 마약 단속을 하려면 사정당국은 전 세계 사정기관과 협력하여 마약의 유통 루트와 그 주범들을 추적 조사하여 구속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그런 의무를 저버리고 이선균과 GD 같은 연예인을 잡아 족치는 선정적인 퍼포먼스만 계속하는 짓을 벌이고 있다. 한 마디로 한국의 사정당국이 ‘마약 단속’에 관련하여 무능한 것이다.


사실 무능할 수밖에 없다. 세계 최고의 공권력 기관을 운영하는 미국조차 마약 단속은 대부분 피라미를 잡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들어오는 마약은 이제 국제적인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적발된 마약 사범은 18,000명이다. 2023년에는 2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적발되지 않은 마약 범죄가 얼마나 더 많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재 한국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약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조차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KBS>가 19~69세 사이의 성인 5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 없이 마약을 사용했다고 대답한 응답자가 3.2%다.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 또는 주변 사람이 마약을 사용했다는 것을 듣거나 보았다는 대답은 10.4%에 이른다.(링크: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09189) 2015년까지만 해도 통계적으로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었다. 곧 마약 사용자의 비율이 전 국민의 0.02% 이하였던 것이다. 그랬던 한국이 7년 만에 마약 중독국가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KBS>의 설문조사에 나온 대로 최대 10명 중의 1명은 마약을 사용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흔한 일이 된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마약 사용자 계층은 주로 연예계에서 자주 발견된다. 위의 <KBS> 조사에 나온 수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해 보아도 한국에는 최소한 120만 명의 마약 사용자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는 수원시 인구에 맞먹는 숫자다.     

 

마약은 이미 국제적으로 어마어마한 시장이 형성되고 많은 카르텔이 이 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그리고 그 고리는 너무 길고 넓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국의 경찰과 검찰이 힘만으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국제연합’이 발표한 <World Drug Report 2023>에 보면 2021년 현재 세계에서 약 3억 명이 마약을 사용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3.7% 정도에 해당하는 수치로 한국도 이 평균 수치에 이제 근접한 것이다. 사용하는 마약의 종류는 아편, 코카인, 대마초, 엑스터시, 암페타민 등으로 한국에도 이미 널리 퍼진 것들이다. 그리고 마약으로 사망하는 숫자도 2019년 기준으로 50만 명에 이르고 있다. 마약의 주요 생산지는 남미, 동남아시아,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으로 한국의 마약도 이런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해외여행이나 체류가 수월한 계층에서 마약 사용이 더 흔히 이루어지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남들, 특히 일반 대중이 잘 접근하지 못하는 쾌락을 누리는 데서 특권 의식을 느끼는 유학생이나 연예인과 부유층이 이런 짓을 수월하게 저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동경하는 청소년들에게 마치 그런 것이 잘난 자의 특권인 양 자랑하고. 그런 식으로 악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약을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사정당국에 포착되는 것은 그들이 쉽게 언론에 노출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마약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연예계라는 단어의 어원인 entertainment circle이 ‘즐기는 일의 중심’이라는 뜻인 대로 말이다. 이 즐긴다는 것에 노래와 춤이 주를 이루지만 한국의 대중 매체에 보이는 연예인들의 삶은 먹고 마시고 떠들고 과시하고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다. 과연 이들이 지금까지 대중 매체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들의 주요 팬덤인 청소년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인가? 심지어 술을 퍼마시고 흐느적거리는 모습과 음담패설을 나누는 것도 자랑스럽게 대중 매체에 공개하지 않는가? 그러지 않으면 돈 자랑 집 자랑이나 하고. 이혼하고 나와서는 큰소리나 치고. 도대체 어떤 모범을 한국의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에게 보여줘 왔기에 그런 큰 소리를 서슴지 않고 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오만방자함이 아닐 수 없다. 조금 유명해졌다고 팬과 ‘일반인’이 우습게 보인다는 말인가? 도대체 연예인이 자기 개인감정을 팬이 포함된 대중에게 마음대로 배설해도 된다는 라이선스를 누구에게 받았나?   

  

마음대로 개인의 감정이나 배설하면서 자기를 먹여 살리는 팬을 모독하는 자칭 연예인들을 그만 보고 싶다. 실제로 그 연예인들이 도덕적으로 사회적으로 모범적으로 살아서 그들 팬덤의 중심인 청소년들에게 귀감이 되는 언행을 해왔다면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한국의 연예인 가운데 털면 먼지 안 나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감히 이지훈이라는 자가 누굴 탓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왕 이리된 것 이지훈부터 시작하여 모든 연예인을 한 번 탈탈 털어보았으면 좋겠다. YG의 ‘빅빙’ 멤버들과 같은 자들이 벌인 작태가 또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본다. 정작 비난해야 할 어리석은 사정당국에 대해서는 찍소리도 못하면서 자기들의 밥줄인 팬과 대중에 대해 감정이나 배설하는 연예인은 한국 사회에 전혀 필요 없다. 그런 ‘껍데기’들은 알아서 스스로 가 버리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세상에 더 문제를 만들지 말고 말이다.      


한국 사회는 이선균의 죽음을 기리지 않는다. 구성원 대부분이 그 죽음을 소비할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연예인의 죽음을 소비할 것이다. 그런 ‘죽음의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은 대중도 아니고 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이 사회에서 거들먹거리며 사는 기득권층이 만들어 낸 것이다. 거기에는 사정당국만이 아니라 정치가, 재벌, 연예인을 포함한 이른바 가진 자들이 포함된다. 대중은 그런 문화를 소비할 뿐이다. 이런 사회가 역겹다면 지금 당장 연예인들부터 나서서 그런 ‘죽음의 문화’를 퇴치하는 운동을 벌여야 할 것이다. 그럴 자신도 용기도 능력도 없다면 그 입을 닥쳐야 할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금의 명성과 부를 쌓은 주제에 그 대중을 욕하다니 미친 거 아닌가? 정말로 이선균의 죽음이 억울하고 대중이 그의 죽음을 소비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면 지금 당장 나서서 마약 퇴치 운동을 시작해라. 그러면 이선균과 그의 죽음 소비한 대중을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할 것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제발 입을 닥치기를 바란다. ‘조선 제일의 혀’가 하는 말을 매일 듣는 것도 지겨운데 또 다른 혀를 놀리는 자들의 말을 듣는 것이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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