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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Aug 04. 2023

한소희의 담배가 왜 문제냐고?

쿨한 ‘쎈 언니’의 기준이 술과 담배인 나라의 '애들'이 불쌍하다.


한소희가 자기 소셜미디어에 ‘과거에’ 문신한 몸과 담배 피우는 모습을 올렸다는 소식이 들린다. (참조: https://m.sports.khan.co.kr/view.html?art_id=202308031437003&sec_id=540101&kakao_from=mainnews) 어쩌면 그의 특성인 팜므파탈의 이미지에 어울려 보일 수도 있겠다. ‘내 인생 내 맘대로 살겠다!’라는 데 ‘네가 보태준 거 있냐?’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아니다. 

    

한소희는 남자보다 여자 팬이 더 많은 배우다. 그리고 대부분이 그 나이 또래나 어린 ‘애들’이다. 가뜩이나 ‘어른’이 없는 대한민국에서 ‘애들’은 한소희 같은 대중매체의 ‘스타’를 인생의 롤모델로 삼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한소희 같은 ‘셀럽’은 내 인생 내 맘대로 살 권리가 있지만, 동시에 ‘애들’의 인생을 살펴야 할 책임도 있는 사람이다. 결코 혼자가 아닌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다음에 금과옥조가 된 자유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이런 주장을 하면 ‘페미’는 바로 공격할 것이다. 왜 ‘여자’는 술·담배 하면 안 되냐고. 남자는 다 하지 않냐고. 왜 남녀 차별하냐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다시 반문하고 싶다. 여자의 권리를 찾는 일에서 왜 하필이면 남자가 하는 ‘짓’ 가운데 전혀 모범적으로 보이지 않는 술·담배를 수단으로 삼냐는 말이다. 여자가 남자와 동등하고 더 나아가 남자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모범적인 것으로 남자의 기를 죽이면 안 되냐는 말이다. 기껏 남자와 동등해지는 것이 남자처럼 술 퍼마시고 남자처럼 담배 꼬나물고 독가스를 뿜어내는 것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 나아가 남자들이 문란한 이성 관계를 하는 것까지 흉내 내는 ‘쎈 언니’를 보고 ‘애들’이 그대로 따라 배우면 기분 좋은가? 그런 것이 ‘여성해방’이라면 나는 말리고 싶다.     


서양에서 짧지 않은 역사를 지닌 ‘여성해방’은 결코 술·담배로 시작하지 않았다. 투표할 권리를 얻기 위한 정치 투쟁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남자처럼’ 바람피우는 것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남자와 동등한 임금을 받기 위한 임금 투쟁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여성의 투표권을 위한 투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어느 날 해방과 함께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툭 떨어졌다.’ 서양의 여성들이 피땀 흘려 확보한 여성의 참정권이 이리도 쉽게 한국 사회에 적용된 것이다. 최고 선진국인 스위스는 1971년에야 여자가 투표할 권리를 얻었다. 아프리카와 아랍 국가 가운데 일부는 아직도 여자가 투표하지 못한다.  그런데 한국 여자는 남자와 똑같이 같은날 민주주의 제도에서의 참정권을 얻었다.  

  

서양에서는 지금도 여전히 여성해방 운동이 정치 참여와 경제적 평등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느 나라에서도 술·담배가 여성해방의 상징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여자의 건강을 생각하여 술·담배의 절제를 권유하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담배와 술은 백해무익하다. 한국에서는 ‘약주’라는 개념이 있지만 과학자들의 연구로는 단 한 잔만 마셔도 몸에 무리가 가는 것이 술이다. 그리고 담배는 간접흡연만으로도 건강에 치명적이다.   

   

물론 대한민국은 자유의 나라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자유, 자유, 자유만 노래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여자’가 술·담배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세상에 없다. 그러나 왜 자유로운 여자, ‘쎈 언니’는 꼭 술·담배를 해야 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내가 10년 넘게 산 독일의 ‘쎈 언니’는 양성평등 운동은 물론, 환경 파괴 반대 운동, 핵발전 반대 운동, 인종 차별 반대 운동, 사회적 불평등 반대 운동을 통해 참다운 ‘쎈’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독일의 ‘쎈 언니’ 가운데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는 언니도 있다. 그러나 ‘쎈 언니’가 되려고 술·담배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쎈 언니’가 이미 되었기에 술·담배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술·담배를 해도 ‘꽐라’가 되고 ‘꼴초’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앞에서 말한 대로 한소희 같은 셀럽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내 인생 내 맘대로 살 수 없다. 그를 좋아하고 더 나아가 추종하는 팬덤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소희가 술을 마시면 그의 팬도 술을 마신다. 한소희가 담배를 피우면 팬들도 담배를 피운다. 물론 다는 아니겠지만, 그것이 멋있고 그래도 될 것 같으니 ‘애들’이 따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한소희를 좋아하는 ‘애들’은 아직 ‘너무 어린’ 애들이다. 그들을 이끌고 바른길을 가르쳐줄 ‘어른’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바라보고 따를 사회적 롤모델이 오로지 연예인밖에 없다. 그래서 유명한 연예인이 되어 ‘떼돈’을 벌어 적어도 40살부터는 ‘플렉스’하며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인 ‘애들’이다. 그런 ‘애들’이 술·담배를 플렉스의 한 수단으로 여기도록 이끄는 것은 사회악이다.  

   

지난번에 <미인열전>에서 쓴 글에서 말한 대로 나는 개인적으로 한소희를 한국의 최고의 미녀로 생각하고 외국의 여느 배우에 비해도 손색이 없는 미모를 지닌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보물이 끝까지 보물로 남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남녀 차별이 가장 심한 대한민국에서 참다운 의미의 ‘쎈 언니’가 되기를 기원한다. 그저 술·담배에 쩔은 ‘짝퉁 한남’이 되기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철저히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술·담배를 하는 것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여전한 현실이다. 그래서 술·담배를 한다고 커밍아웃하는 것이  쿨해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에 술·담배를 했으나 이제 '애들'을 위해 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훨씬 더 쿨한 것 아닌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고 '쎈'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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