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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1. 2024

북한은 적화통일이 아니라 파멸을 원할 뿐인가?

북한은 한반도 통일 능력이 전혀 없다.

김정은이 북한 헌법을 바꾸고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을 국시로 삼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북한은 한반도를 통일할 능력이 전혀 없다. 핵무기와 초음속 미사일 정도를 장만해 놓았지만, 무력시위용 정도의 위력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북한이 지닌 무기로 통일은 불가능하지만, 남한을 붕괴시킬 능력은 분명히 있다. 전면전이 아니라 비대칭 전력인 미사일과 드론과 같은 첨단 무기를 동원하여 남한의 주요 군사 거점과 금융과 산업 허브를 초토화하면 남한이 스스로 붕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망한’ 남한을 흡수 통일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남북한 정도의 규모를 가진 두 개의 국가가 통일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그럴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다. 2022년 기준으로 북한의 GDP는 남한의 1.7%에 불과하다. 이런 돈을 가지고 무슨 통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근현대사에서 평화통일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인 독일을 예로 들어보자. 통일 전 동독은 서독 경제력의 6분의 1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당시 동유럽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었다. 1인당 GDP로 환산하면 서독의 절반에 육박했다. 또한 동독의 인구는 1,660만 명으로 서독의 6,330만 명에 비해 25%에 불과했다. 그나마 구소련의 지원으로 국가를 유지했으나 공산주의 블록이 멸망하면서 동독은 스스로 버틸 힘이 없었다. 그래서 서독에 흡수 통일되는 것은 동독 국민이 바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런데 통일 독일이 인구가 8천만에 육박하는 대국이 되었고, 서독이 당시 세계 경제 대국 서열 3~4위를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통일된 지 33년이 지난 현재에도 독일의 동부 지역과 서부 지역의 경제적 문화적 격차는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였고 지금도 경제다. 가난한 동독의 경제를 살리느라고 천문학적인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바람에 경제 성장이 줄어들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세금을 올렸고 그 덕분에 통일 총리의 별명을 얻으며 장기 집권을 하던 기민당의 헬무트 콜이 권좌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다음에 들어선 사민당 슈뢰더 정권은 결국 사회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인 사회적 시장경제 국가인 독일에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는 혁명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러나 그런 그도 결국 통일 비용의 짐과 다른 요인으로 총리 자리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그의 뒤를 이은 메르켈 시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독일이 통일의 후유증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의 ‘완전한’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통일이라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다.     


그런데 경제력이 턱 없이 부족하고 인구도 남한의 절반도 안 되는 북한이 무슨 재주로 통일을 하고 더구나 압도적인 군사력과 자원이 필요한 ‘적화통일’을 한다는 말인가? 물론 군사력으로 남한을 초토화하여 ‘점령’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기는 했다. 북한이 1950년에 그런 의도로 남한을 침공했고 3달도 안 되어 낙동강까지 내달리던 기억을 떠올리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 당시 북한이 그렇게 파죽지세로 남한을 점령하고 3년 전쟁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북한이 나라를 세우자마자 남한을 점령하기 위한 계획을 무려 2년 넘게 착실히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북한을 소련이 적극 지원했고 유엔군의 참전으로 전선이 밀려 역으로 북한 지역이 점령되자 참전한 중공의 희생 덕분이었다. 북한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승만이 능력도 전혀 없으면서 툭하면 ‘북진통일’을 외치는 바람에 미국의 신뢰를 잃어 군사 무기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고, 실제로 미국이 애치슨 선언을 하면서 한반도를 미국의 전략 지역에서 빼버리고 미군을 철수시키는 결정적 실수를 범한 것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미국은 미군을 철수하면서 남한의 군대가 가지고 있던 무기와 장비 사용도 크게 제한해 두었다. 남한 군의 손발을 미국이 다 묶어 놓은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은 문자 그대로 엉망이었다. 총선에서 참패한 이승만은 재집권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야당을 함정에 빠뜨릴 중상모략에 골몰했고 국방장관 신상모는 능력도 전혀 없으면서 ‘아침은 해주,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라는 말도 안 되는 노래만 불러대고 있었다. 이런 한심한 자들이 정권을 잡고 영구 집권을 꿈꾸며 정적 제거에만 혈안이 된 상황이니 북한의 침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꽁지 빠지게 대전 찍고 부산으로 튄 것도 모자라 아예 일본에 망명정부를 세울 계획이나 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북한의 인구는 1천만 명으로 남한의 절반 정도였다. 그러나 남한의 군대는 전사 137,899명 부상 450,742명, 실종·포로가 41,769명인데 비해 북한은 전사 52만 명, 부상 12만 명, 실종·포로가 12만 명으로 북한이 훨씬 큰 피해를 보았다. 민간인 피해도 남한이 100만 명 북한이 150만 명으로 북한이 더 큰 피해를 보았다. 북한이 최상의 준비를 했고 남한은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채로 시작한 전쟁인데도 결과가 그 모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남한의 군사력은 북한을 훨씬 능가한다.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인정하여 미군을 상시 주둔시키고, 군사 장비도 계속 확충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자랑하지만, 장기전에 돌입하면 미국에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전면전이 발생하면 북한이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이 버틸 수 있겠지만 문자 그대로 버틸 뿐이다. 적화통일은 북한의 군사력으로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김정은이 적화통일 운운하는 것은 당연히 북한 내부 결속을 위한 것이다. 김정은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남한을 제압할 만한 ‘강성대국’이라는 선전을 지속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한을 자력으로 제압할 능력이 없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남한의 자체 붕괴다. 그리고 이는 현재 북한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지난번 글에서 설명한 대로 남한의 주요 군사 시설과 수도권의 핵심 시설, 곧 발전소, 가스 저장소, 그리고 수돗물을 만드는 정수 센터를 정밀 공격하면 서울은 일주일 안에 지옥이 되어 버린다. 특히 서울은 전력 자립률이 9%에 불과하다. 경기도도 61%에 불과하다. 반면에 인천은 212.8%로 전기가 남아돈다. 결국 서울과 경기도는 대부분의 전기를 인천에서 끌어오고 있다는 말이다. 그 밖에 모자라는 것은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끌어온다. 그런데 인천은 북한과 매우 가깝다. 인천에 있는 공항과 발전소가 북한의 직접 타격권에 있는데 인천이 무너지면 수도권 전체가 무너진다는 말이다. 인천 발전소가 파괴되면 수도권 2,400만 명의 인구가 갑자기 밤에 불을 켜지도 못하고 냉장고, 에어컨은 물론 텔레비전도 못 보며 그저 화목난로로 난방해야 하는 ‘석기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다. 


수돗물은 서울이 100% 자급하고 있다. 그러나 정수 센터는 겨우 6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2개는 경기도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암사 정수 센터는 용산구에서 강동구까지 10개 구, 강북 정수 센터는 종로구에서 노원구까지 10개 구를 공급하여 이 두 군데만 파괴되어도 서울의 절반이 특히 강남이 지옥이 되어 버린다. 수도권의 가스는 6개 회사나 나누어 공급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가스는 모두 외국에서 100% 수입해서 사용한다. 당연히 부산과 인천항을 통해 들어오는 데 전쟁이 나면 가스 공급 자체가 중단되고 서울 주변의 가스 저장 기지마저 파괴되면 아파트의 보일러는 물론 가스레인지도 고물이 되고 만다. 이런 주요 시설을 파괴해 버리면 남한은 스스로 지옥이 되어 버린다. 북한이 굳이 모든 군사 전력을 동원하여 남한을 공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북한과 중국 야경 사진 © Reuter


사실 북한의 적화통일 의지가 허상인 이유는 한반도를 둘러싼 그 어느 나라도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마저 북한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는 데는 지금처럼 남북한으로 갈라진 상황이 가장 바람직하다. 미국과 일본은 당연히 통일을 반대한다. 통일되면 한국의 인구는 7,500만 명으로 독일에 버금가는 인구 대국이 된다. 북한은 현재 국제적인 경제 제재로 풍부한 지하자원의 수출 길이 막혀 있다. 그리고 북한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에 비해 상당히 숙련된 노동 인력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이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해 있다. 남한은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석유 정제 기술이 세계 정상의 수준에 와 있다. 이런 두 나라가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내어 경제 대국이 된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가 있다. 그러면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말’을 잘 안 듣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모로 통일 독일의 모범을 따르게 될 것이다. 그런 ‘꼴’을 미국과 일본이 두고 볼 리가 없는 것이다.  

   

북한의 군사 기술과 지하자원 남한의 경제력과 기술력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한반도를 둘러싼 4대 강국이 아무도 바라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적화통일은 한낱 꿈에 불과하다. 그 사실을 북한도 잘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은 남한을 정복하고 지배할 능력 자체가 없다. 무엇보다 통일 후 필요한 경제력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노리는 것은 남한의 파괴일 뿐이다. 사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경제력이 남한을 능가했다. 그러나 1970년대 중반 이후 남한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룩한 데 비해 북한의 경제력은 매우 빠르게 악화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2,500만 명의 북한 주민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남한은 북한이 감히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경제 대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속담대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다. 북한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그래서 여차하면 다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것이 바로 북한인 것이다. 만약 한반도에 전면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남한이 북한에 비해 잃을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러니 전쟁이 난다면 어차피 다 같이 망하지만, 남한이 훨씬 크게 망하는 것이다. 그것도 남한 전체도 아니고 수도권만 공격하고, 그 공격도 지상군 투입도 필요 없이 비대칭 전략 무기인 미사일이나 드론만 동원해도 된다.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당장 미국의 반격을 받을 것은 뻔하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 국토가 군사 기지가 된 나라다. 그리고 유명한 위성이 찍은 한반도 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북한은 파괴할 산업 시설이나 민간 시설 자체가 남한에 비해 거의 없다. 겨우 평양과 원산 정도다. 어차피 공습해도 피해가 크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티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북한을 파괴해도 지하화 된 주요 시설은 살아남는다. 군사 시설과 참전 군인 그리고 아무런 방어 체계가 없는 민간인만 큰 희생을 당할 뿐이다. 


전쟁이 지속되어도 남한의 지도층이 살아남듯이 북한의 지도층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핵미사일이나 정밀 유도 무기로 북한의 벙커를 부수고 미국이 맘만 먹으면 김정은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설이 무성하지만, 북한이 그런 사태에 대비하지 않고 큰소리칠 리는 없는 일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남북한의 지도층이 건재하면 전쟁은 끝나지 않고 소모전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결국 한반도 자체가 파괴되고 민간인의 희생이 걷잡을 수 없이 늘 것이다. 그러나 결코 김정은이 호언장담한 적화통일은 이루어지지 않고 최전선에서 남북한의 군사 전력을 소비하는 무의미한 소모전만이 지속될 뿐이다. 결국 남북한의 모든 자원을 소모할 때까지 전쟁이 진행되면 둘 다 망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김정은이 적화통일이 아니라 남한의 멸망을 바라듯이 남한에서도 통일이 아니라 북한의 멸망을 주장하는 세력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거나 알아도 짐짓 모르는 척하고 있다. 그들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는 주적이며 한반도의 파멸을 바라는 외적의 간첩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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