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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Jan 24. 2024

윤석열·한동훈 주연 <서천시장 약속 대련> 감상평?

Stupid!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다.

한동훈 쿠데타가 결국 눈이 펄펄 내리는 화재 현장의 악수로 삼일천하로 끝난 모양새다. 이준석을 포함한 많은 호사가가 처음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한 예측이 맞았다. 윤 대통령 앞에서 90도 이상으로 절을 하면서 황송하게 악수하는 한동훈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더구나 화재로 생계가 막막한 상인들이 대통령의 위로를 기대했는데 경호원들이 막아서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20분 만에 한동훈과 같이 기차에 오른 모습을 바라본 5천만 명의 국민, 아니 그 가운데 20%를 제외해야 하니 4천만 명의 국민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부족할 뿐이다.   

  

물론 윤 대통령은 두려울 것이 전혀 없다. 그를 죽자고 지지하는 세력이 최소한 1천만 명 되지 않는가? 신천지도 10만 명 남짓한 신도로 그 정도 파워를 보이는 데, 그보다 100배나 많은 신도를 거느린 윤 대통령은 법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도 지니고 있으니, 하늘을 날 수도 있을 것처럼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나머지 4천만 명의 국민은? 어차피 <내부자들>의 이강희 논설 주간이 말한 대로 얼마 동안 짖어대다가 조용해질 개·돼지쯤으로 여긴 지 오랜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가 한 말이 다시 한 마디 한 마디 뚜렷하게 들린다.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그러니 생계가 막막한 상인들의 울부짖음쯤은 짐승이 짖어대는 소리로 들렸으리라. 그런 자가 지금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서울의 따뜻한 방과 사무실에서 권력을 주무르고 있으면 주변에서 알아서 기어 다니는 간신들이 방울을 울려대면서 기쁨조 노릇을 자청하는 데 뭐 하러 추운데 나가 개·돼지들이 짖어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고생을 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이런 대통령을 죽자고 좋아하는 광신도들이 1천만 명이나 되고 이들의 신앙은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데 말이다. 윤 대통령이 버릇처럼 말하는 그 ‘국민만 보고 가겠다.’라는 그 국민이 1천만 명 되는데 걱정할 것 없다. 나머지 4천만 명이 ‘김건희 리스크’를 가지고 소리를 질러 대지만 1천만 명이 떼 지어 합창하는 ‘윤비어천가’로 들리지도 않는 모양 아닌가?

   

정치가들이 선전·선동으로 갈라 치기 놀이에 몰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맛 때문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 세력이어도 나를 지지하는 강력한 소수만 있으면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현재 하늘 위에 태양이 두 개 떠 있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단 3일 만에 가볍게 제압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최소한 당분간은 감히 덤빌 생각 못 할 것이니 그도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의 지지율이 이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넘어섰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미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지 오래 아닌가? 두려울 필요가 없다. 더구나 그 지지율이라는 것이 시류에 따라 춤추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개·돼지도 사실 사건의 내막을 어느 정도는 다 짐작하고 있다. 서천특화시장 쇼는 김여사 기획 연출에 윤 대통령 한동훈 공동 주연의 작품이라는 것을. 기획사를 운영한 김여사의 솜씨가 유감없이 발휘되느라고 첫 번째 컷에서는 폭설이 몰아치는 데 한동훈은 우산도 없이 하염없이 윤 대통령을 기다리는 장면이 수십 분 지속된다. 그다음 장면은 윤 대통령이 얼어붙어 서 있는 한동훈에게 다가가면서 악수를 청한다. 그 악수가 너무 황송한 한동훈은 5미터 전방에서 고개를 90도 이상 숙인다. 이때 기자들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그다음 컷에서는 드디어 외람된 한동훈이 윤 대통령의 손을 감격에 떨면서 잡는다. 그런 한동훈이 애처로운 윤 대통령이 한동훈의 어깨를 툭 친다. 그리고 울부짖는 상인의 외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둘이 함께 자리를 뜨는데 한동훈이 드디어 분명한 어조로 대사를 한다. “열차에 자리 있습니까?” 그러자 윤 대통령이 화답한다. “같이 올라가자.” 눈물이 앞을 가리는 쇼트 영화다. 이 정도면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영화 제목은? 당연히 <서천시장 약속 대련>.     


이 모든 장면을 서울 용산에서 바라보는 김여사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할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감히 김여사라는 역린을 건드리는 척한 한동훈이 권력 서열 3위라는 것을 만천하에 보여주었으니, 오늘은 기분이 좋다. 선물창고나 한번 순례할 생각이 든다. 개·돼지들이 하도 떠드니 그 가운데 몇 개는 양보할 요량으로 말이다. 그러나 사과는 절대로 못 한다. 감히 지존에게 사과라고? 지난번에 내준 ‘개 사과’나 슬쩍 던질까 궁리 중이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되자마자 개·돼지들의 열화 같은 환호성이 들린다. 국민의힘에서 공관위원장씩이나 하는 정영환이 한마디 한다. ‘아주 굿 뉴스!’ 그 동네는 영어 아니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나 보다. 그런데 김웅이 딴지를 건다. 김여사가 서초동 아크로 비스타로 가든지 아예 외국에 나가달란다. 이런 오만방자한 자가 있나! 감히 내 집에 가고 말고를 자기가 뭐라 하다니. 세상일이 다 내 맘대로이거늘. 용서할까 말까? 카톡으로 미리 보내는 선물 사진을 보고 결정을 할까 말까? 어디 두고 보자.     


그러나 변함없는 기쁨을 주고 사랑받는 수구 언론을 보니 맘이 다시 풀어진다. <조선일보>의 관련 기사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尹이 입은 점퍼, 韓과 특검 때 함께 입던 패딩이었다.’ 서천시장에서 생업을 잃은 서민보다 윤의 패딩이 더 소중한 것 같다. <국민일보> 제목은 영화 스크립트 자체다. “한동훈 "열차에 자리 있습니까"… 윤석열 "같이 올라가자” 제목에 맞갖은 감상평도 참으로 살뜰하다. “강추위에 눈바람이 거세 현장 경찰 인력도 우산을 썼지만, 한 위원장은 우산을 쓰지 않은 채 윤 대통령을 기다렸다.” 영화를 안 봐도 된다. 이 문장 하나가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나? 눈시울이 뜨거워질 정도다.(출처: https://v.daum.net/v/20240124100000788)      


이제 한동훈은 일단 원래 소임대로 ‘김건희 리스크’ 차단에 써먹기로 했지만, 기왕 칼을 빼 들었으니, 무라도 잘라야 하는 법 아닌가? 지난번 강서구 보선 결과를 족집게 수준으로 맞추어 여의도 도사에 등극한 이준석이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서 한 말을 포털이 다음과 같이 깔끔히 정리해 준다.(출처: https://v.daum.net/v/20240124100000788)    

 

“이준석 “尹 겪어봤는데.. '김경율 사퇴' 놓고 약속대련 2차전 펼쳐진다”


- 김경율 사퇴? 한동훈 '리더십' 타격, 자리 지키면 尹 '레임덕'…어설픈 봉합으로 윤-한 모두 진퇴양난"
 - “김건희, 'I believe' 사과 회견 다시 하고 싶겠나, 죽었다 깨어나도 막으려 할 것…머리 터질 것””     


그렇다. 김경율이 ‘까불고’ 다니고 있어서 눈에 거슬렸는데 이참에 베어버릴 작정이다. 준석이야 나갔으니, 뭐라고 짖어대든 상관없는 일이지만 내 집에서 밥 먹는 ‘개’가 나를 향해 짖어대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개 식용은 불법이니 잡아먹지는 말고 내쫓아 버릴 작정이다.    

 

그러자 뜬금없이 김무성이도 나서서 김경율을 자르란다. <헤럴드경제>에 난 관련 기사 제목이 산뜻하다. “김무성 “김건희 직접 나설 필요 없다…김경율 사퇴해야””     


올드보이 김무성이 출마를 선언한 마당에 공천받을 심보가 보이지 않나? 공천 못 받아도 어차피 무주공산이고 터줏대감이라 무소속이라도 나올 거라고 큰소리친 마당이니 알아서 하라는 암시 아닌가? 주거니 받거니. 그 바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김무성이도 공천 앞에서는 김여사에게 기쁨을 주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뿐이리라.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뉴스 주변을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cadava 전담처리반은 자처하는 진중권도 한마디 거든다. <한국일보> 관련 기사 제목이다. “진중권 "'尹-韓 갈등' 김경율 거취로 판가름"…김경율 "사퇴 안 해" 김경율 "'김건희 사과' 입장 그대로" 진중권 "내치면 한동훈 비대위 실패"”     


천하의 김여사에게 맞먹는 김경율이 장해 보이기보다는 애처롭기까지 하다. 윤석열 후보 시절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전화 통화에서 김여사는 자신만이 아니라 윤 대통령도 신기가 있다고 선언하고 그 기자의 점까지 봐준 실력을 우습게 알다니. 천인공노할 도사의 영끼로 이 새끼들을 동원하여 김경율을 ‘날리면’ 쪽팔리는 것은 국민의 몫이 될까? 이런 와중에 조·중·동을 필두로 매경을 비롯한 짝퉁 수구 언론이 일제히 김경율 죽이라고 야단법석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렇구나. 적이지만 잘 싸웠다 김경율. 잘 가라. 아무리 지지율 30% 초반이고, 총선 대패가 예상되어도, 권력은 권력이다. 감히 살아있는 권력에 맞짱 뜨는 시늉을 하다니. 건방지기 짝이 없구나.     


결국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조상님의 말씀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재미난 영화를 봤을 텐데 별다른 반응을 안 보인다. 아니면 몰래 웃음 짓고 있나? 하기는 아무 짓 안 해도 적이 스스로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자멸하자는데 뭐 하러 나서서 거드나?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인데 말이다. 김경율 주연으로 속편까지 예고된 상황이니 꽃놀이패를 즐기면 그만 아닌가? 총선을 앞두고 속이 타들어 가는 국민의힘일 것이 뻔한데 이런 약속 대련이 지속된다면 진보 진영으로서는 불감청 고소원일 것이다. 지난번 이재명 대표의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천운이 움직인 것이 분명해 보이는 것 같다. 그저 어떤 하늘의 변화가 오든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행복과 안녕으로 귀결되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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