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살리자면 김여사를 죽여야 한다고?

권력은 밀실이 아니라 국민에게서 나오는 법이다.

by Francis Lee

김여사 리스크가 이제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자, 보수 진영에서는 이제 김여사 버리고 한동훈을 세워 버텨보자는 전략을 취한 것 같다. 보수 언론에서 연이어 한동훈 지지율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훌쩍 뛰어넘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 중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의 뜻대로 될까?


김건희 리스크의 가장 큰 원인은 물론 김여사 자신이 제공했다. 그러나 그 리스크가 이 정도로 커지고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를 흔들 정도가 될 때까지 방관한 것은 윤 대통령과 한동훈 자신이다. 윤 대통령은 아내의 방종을 제어해야 해야 하는 남편으로서 한동훈은 법을 지켜야 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직무를 유기해 온 것이다.


뉴스를 보니 이제 전 세계가 김건희 리스크, 특히 디올 백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 오래 살면 가끔 보는 한국에 관한 뉴스가 긍정적인 것이 나올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것이다. 다리나 건물이 무너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든지,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러 나라가 흔들린다든지, 엽기적인 살인 사건이 나서 한국 사회가 흉흉해졌다는 뉴스가 주종을 이룬다. 물론 요즘은 k-pop 유행으로 연예계 관련 뉴스가 가끔 나오지만, 한국에서 상상하듯이 외국에서 한국 문화 광풍이 부는 것은 전혀 아니다. 우물 안에서 올려다보는 하늘과, 우물에서 나와 보는 세상은 전혀 다르듯이 외국에 나가보지 않으면 한국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해지는 법이다.


외국에서는 그저 김여사가 디올 백이나 받는 허영에 찌든 ‘한심한’ 대통령 아내쯤으로 여기기 쉽다. 한국에서 분석하는 ‘김건희 리스크’의 복잡한 속내를 다 알지는 못하는 것이다. 그저 사십 거리 정도로 치부하기 일쑤다. 그러나 한국에 살고 있으면 ‘김건희 리스크’는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심각한 일이기에 많은 국민의 관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것이 진보와 보수의 권력 싸움의 빌미가 되고 나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어 버린다.


현재 ‘김건희 리스크’는 윤석열 정권의 붕괴를 알리는 오멘이 된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진보와 보수 모두 post-윤석열 플랜 수립에 들어갔다. 물론 야권에서는 이재명 대표 외에는 카드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낙연이 이 혼란의 틈새를 노리고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현재 지지율로 봐서는 어림반 푼어치도 없는 수작이다. 이준석은 아직 판을 흔들기에는 돈과 조직이 모자라기에 찻잔 속의 회오리 정도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 결국 post-윤석열은 이재명·한동훈 대결로 수렴될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온갖 재판으로 옴짝달싹 못 하는 형국에 있기에 현재로서는 한동훈만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는 형세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날아오르는 한동훈의 두 날개를 다른 사람도 아닌 윤 대통령과 김여사가 꼭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윤 대통령 부부의 명줄을 한동훈이 잡고 있는 상황이 확실해진다면 윤 대통령과 김여사는 한동훈의 날개를 더욱 꼭 쥐고 살려달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한동훈이 살기 위해서는 결국 윤 대통령 부부를 칠 수밖에 없기에 한동훈은 햄릿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내가 살기 위해 윤 대통령 부부를 죽이든지, 윤 대통령 부부를 살리기 위해 내가 죽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김건희 리스크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둘 다 사는 길은 없어 보인다. 다시 말해서 이른바 평화적 정권 이양은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죽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보수 언론은 이미 윤 대통령 부부를 버리고 한동훈을 밀기로 작정한 지 오래다. 모든 신문이 ‘김건희 버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해도 윤 대통령은 아직 살아있는 권력이고 그를 권좌에서 밀어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강제로 내려오게 하는 것은 쿠데타나 다름없는 일이기에 저항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 누구나 권력을 잡으면 죽어도 안 놓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닌가? 더구나 김여사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전화 대화에서 말한 대로 권력자 주변에서는 다 알아서 기게 되어 있기 마련이기에 천하의 조·중·동이 아무리 한동훈을 밀면서 김건희 리스크를 떨쳐내려고 애써도 윤 대통령의 ‘결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권력은 원래 나눌 수 없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반드시 어느 한 사람이 독점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권력을 잡을 만한 인물이 아니면 독점할 수 없다. 권력을 잡으려면 카리스마와 행정, 인사 능력과 더불어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야 한다. 한국에서는 정무 감각이라고 하는 것 말이다. 로마 시대에 탁월한 군사 지휘자였던 시저가 암살당한 것도 결국 이런 정치적 감각이 모자란 데다가 권력욕에 눈이 멀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화정을 파괴하고 독재자가 되려다 실패한 시저가 뿌린 피의 대가로 엉뚱하게도 그의 후계자인 옥타비아누스가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되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시저가 독재 군주가 되었을 것인데 실패한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시저 암살에 참여하지 않고, 오히려 시저 암살단을 척결하는 데 선두에 서면서 권력을 쟁취했다. 원로원의 세력을 잡고 있던 정적을 문자 그대로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척결한 것이다. 시저가 자기 피로 옥타비아누스에게 절대 권력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원래 속담대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딴 놈이 벌게 되어 있는 것이 인생사의 원칙이다. 그 원칙이 이제 한국 정치계에도 적용될 모양이다. 그러나 과연 한동훈이 나중에 아우구스투스가 된 옥타비아누스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옥타비아누스는 시저의 외손자로 이미 귀족의 혈통을 지녔다. 그리고 탁월한 군사 지휘자로 군대의 지지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리고 41년 동안 로마 제국 초대 황제로서 41년 동안 통치하면서 보여준 대로 탁월한 정치력도 지니고 있었다. 그의 통치 기간에 로마는 찬란하게 빛을 내게 되었고 문자 그대로 Pax Romana가 열렸다. 적과 싸우지 않고 정치력으로 권력과 영토와 세력을 확장하는 뛰어난 지도자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동훈이 나중에 아우구스투스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 봐서는 솔직히 힘들다. 이미 호사가들이 밝힌 대로 그는 김건희 리스크 처리를 위해 이른 시기에 등단한 것이 사실이다. 차기 대권을 노린다면 이번 총선을 매끄럽게 이끌어서 이미 예상되는 탄핵 정족수를 야당이 차지하는 최악의 결과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서천 시장 약속 대련’ 사건에서 만천하에 보여준 대로 그는 윤 대통령의 ‘꼬붕’의 자리에 만족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가 정말로 대권에 뜻이 있다면 보수 언론의 띄우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동훈이 보여준 것이 사실 전혀 없다. 결국 그도 황교안의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소문이 이미 널리 퍼졌다. 바지 사장으로 나섰다가 주저앉게 될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에게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는 데, 곧 김여사를 버리는 데 성공한다면 그가 스스로 말한 대로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만루 역전 홈런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동훈에게 그런 배포와 역량이 있을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상상이 안 가는 일이다. 너무 나약하고 말도 더듬고, 쉽게 흥분하고, 보스에게 철저히 복종하고, 무엇보다 보스의 아내에 대해서 외경의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거의 그렇지 않아 보이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동훈이 김건희 리스크를 처리하려면 자기 손에 피를 묻혀야 하는 데 역사적으로 자기 손에 피를 묻힌 자가 권력을 쟁취한 경우는 거의 없다. 로마 시대의 옥타비아누스는 물론 소련의 스탈린, 중공의 마오쩌둥, 북한의 김일성마저 권력 서열에서 거의 ‘노바디’로 있다가 실력자들이 서로 치고받아 나가떨어진 다음에 무주공산에 무혈입성한 것이다. 물론 권력을 잡고 난 다음에는 피비린내 나는 숙청으로 권력을 공고히 하여 독재자의 지위에 올랐지만, 그 시작은 아주 미천했다. 누구도 경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한동훈은 너무 일찍 황태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것도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채 말이다. 그의 미숙함은 공천을 사천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듣는 일을 자초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 한동훈을 누구도 믿기 힘들어지는 것인데 그 사달을 다름 아닌 한동훈이 자초했다. 그의 정치력의 한계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은 김건희 리스크를 처리하지 않을 수 없는 궁지에 몰린 것이 사실이다. 과연 한동훈의 선택은 무엇일까? 김여사를 제거하고 권력을 차지할까? 아니면 윤 대통령의 의도대로 원타임 릴리프 구원투수로 애쓰다가 마운드를 내려갈까? 모든 것은 한동훈 자신의 결단에 달려 있다. 그러나 한동훈도 명심할 것이 있다. 권력은 밀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진실이다. 권력자는 권력을 자기들끼리 쉽게 나누어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결국 대권은 천심을 드러내는 민심을 따르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심을 위배하는 자는 설사 권력을 잡아도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런데도 끝까지 버티면 결국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의 길을 가게 되어 있다. 천명은 반드시 드러난다. 그러나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다. 한동훈이 권력을 탐한다면 정치 공학을 배우기 전에 민심을 읽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 시간이 있을까? 그의 성급한 말투처럼 너무 빨리 권력 싸움의 무대에 아무런 준비 없이 올라온 철부지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한동훈을 보면 이제 안쓰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다름 아닌 현재 한국의 최고 존엄을 상대로 김건희 리스크 처리라는 뜨거운 감자를 들고 있으니 말이다. 조·중·동을 위시하여 모두가 김여사 죽이기를 시전 하라고 외치는 이 상황에서 과연 그는 무슨 선택을 할까? 흥미를 가지고 지켜볼 요량이다. 한동훈이 황제의 자리에 오르려면 시저보다 김여사 리스크를 먼저 제거해야 하는데 과연 한동훈의 역량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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