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인기가 벌써 식는 이유는?

정치가는 공부가 아니라 실전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by Francis Lee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이라는 꽃가마를 타고 정계에 등장한 지 한 달 만에 인기가 식었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해 본다.(링크: https://v.daum.net/v/20240129092246853)


“다만, 국민의힘 지지도는 이날로 출범 한 달을 맞은 ‘한동훈 비대위’ 체제 전후를 기준으로 보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 직후인 12월 4주 차 조사에서 38.1%로 집계됐다. 이후 36.6%로 하락했던 지지율은 한 위원장이 본격 행보에 나선 후인 1월 2주 차 조사에서 39.6%로 급등했다. 하지만 1월 3주 차 조사에선 다시 36.6%로 돌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6.2%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0.6%P 하락한 수치다. 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본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 대비 0.2%P 오른 60.0%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22~2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한동훈이 등장하자 3%p 정도 올랐던 지지율이 다시 원위치하였다는 말이다. 사실 표본오차가 ±2.0%p인 통계조사에서 3%p 정도의 수치 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보수 언론이 그리 난리를 피우면서 한비어천가를 불러대고 ‘서천시장 약속 대련’까지 기획을 해보았지만 이미 사망 선고를 받은 국민의힘에는 백약이 무효였다는 말이다. 이미 검찰 사단이 접수한다는 통고가 전달되었고, 특히 경상도를 중심으로 문자 그대로 피바람이 불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사실상 정당의 기능을 더 이상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참패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등장한 한동훈도 머리를 최대한 굴려 불출마 선언이라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국민의 마음에는 거의 감동을 주지 못한 모양새다. 특히 김건희 리스크를 둘러싼 작은 소동이 결국 한동훈 완패로 끝난 상황에서 그에게 새 바람을 기대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post-한동훈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리 김여사의 심기를 건드렸다고 해도 한동훈을 바로 내칠 수는 없기에 용산에서는 일단 두고 보는 그림을 그리기로 한 모양이다. 그래서 한동훈을 데려다가 위로삼아 점심 한 끼 먹이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것이 나중에 있을 ‘최후의 만찬’의 선취 장면 같아서 애잔하다.

그런데 보수 언론이 그렇게 난리를 치면서 변죽을 울려도 ‘정치인’ 한동훈의 인기는 왜 안 오르는 것일까?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한동훈에게는 카리스마가 전혀 없다. 한때 ‘조선 제일의 검’이라는 헛소문이 잠시 돌았지만 결국 드러난 그의 정체는 그저 ‘조선 제일의 혀’였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가 국회에서 의원들과 맞짱 뜨면서 설전을 벌일 때 지지 않고 덤빌 줄 아는 곤조가 있는 인물이라는 인상을 주었지만, 정치에 발을 들여놓기도 전에 그것이 허상이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주었다. 그의 언행에는 무엇보다 카리스마가 전혀 없다. 그저 말싸움하자고 덤비는 철부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말도 생각하고 나서 천천히 조리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전에 말부터 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만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한 말을 얼마 안 가서 바로 뒤집거나 아무런 이유도 없이 취소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서 한때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팬조차 실망하게 만든 것이다. 그의 적들은 잔뜩 긴장했다가 이제 맘을 푹 놓는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다. 그의 걸음걸이나 몸짓도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매우 멀다. 너무 가볍다. 그리고 지나치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 외모에 매우 민감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정치가가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동훈은 키높이 구두, 가발 소문이 날 정도로 외모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사람들의 뇌리에 심어 주었다. 또한 커다란 뿔테 안경을 착용하여 범생이의 이미지를 더욱 굳히는 효과를 내었다. 과거 갈색의 알이 작은 안경을 썼을 때보다는 젊어 보이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너무 ‘젊어져’ 소심한 고삐리가 된 모습으로 보일 정도다. 이는 외양이나 행동거지에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문자 그대로 ‘내 맘대로’를 시전 하는 윤 대통령과 대비되어 더욱 한동훈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주변의 참모가 있다면 벌써 지적해 주었을 만한데, 지난 한 달 동안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니 그의 멘토가 될 만한 인물이 없나 보다.


둘째로 그에게는 실력이 없다. 그의 직업이 범인을 기소하고 구속영장을 때리고 범죄를 소명하여 감옥에 처넣는 것인데 실적이 안 보인다. 결정적인 실책이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사태다. 2년에 걸쳐 수십 명의 정예 검사를 동원하여 만든 구속영장이 증거 부족으로 기각되었다. 지금 이재명 대표는 보수 언론이 집단 린치에 가까운 수준의 폭력을 가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살고 있다. 그런 구석에 몰려 쉽게 잡을 수 있어 보이는 이재명 대표조차 구속하지 못하는 실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버리자, 한동훈을 띄어주던 보수 언론이 졸지에 그를 ‘조선 제일의 검’에서 ‘조선 제일의 혀’로 만드는 뜻하지 않은 공을 세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한동훈이 '사법농단'을 이류로 기소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 판결받은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그가 담당한 큰 사건이 줄이어 기각되거나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정치인으로 등장하고 나서도 계속 ‘사전’ 사달의 헛발질과 기성 정치인 흉내 내기만 하더니 결국 ‘김건희 리스크’라는 역린을 건드린 죄로 목이 잘릴 뻔한 것이다.


셋째로 정무 감각이 없다. 정치는 검찰과 달리 사람들과 어울리고 거래하면서 손해도 보며 서로 이득이 되는 점을 찾는 흥정꾼 기질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은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의원들과 싸움닭처럼 말싸움을 벌이던 때와 비교해서 아무 변화가 없다. 물론 50년 동안 몸에 익은 버릇을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 머리와 사회 머리가 다르다는 것을 몸소 시전하고 있는 한동훈에게 절실히 필요한 정무 감각을 키울 여유도 없이 바로 그가 말한 대로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에 등장한 것이 결정적인 한계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원인이다. 윤 대통령이 권력자들이 흔히 하듯이 절대로 이인자를 키우지 않는 관행에서 전혀 리허설을 하지 않는 설익은 한동훈을 미리 무대에 올려놓아 덤벙대다가 내려가도록 만들어 후계자 논쟁에 일찌감치 종지부를 찍으려 한 속내를 한동훈도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하로만 살아온 한동훈의 홀로서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건희 리스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미숙함은 야권만이 아니라 여권, 그리고 누구보다 여전히 실세인 김여사를 대하는 데 있어서의 정무 감각을 전혀 발휘하지 못한 채 역린을 건드린 ‘대역죄인’이라는 낙인만 받은 셈이 되어 버렸다.


넷째로 한동훈의 사람이 전혀 없다. 비대위원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 올랐지만, 한동훈이 내 사람이라고 부를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그가 비대위원 1호로 임명한 김경율이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하여 잠시 삐딱선을 타는 듯하면서 한동훈 차별화의 깃발을 들고 나서는 듯하더니 용산의 ‘격노’ 신호를 받고는 바로 꼬리를 내리고 깨갱거리면서 태세 전환을 시전하고 나서 한동훈의 ‘용도’를 분명히 보여준 꼴만 되었다. 물론 김경율이 과연 무슨 생각으로 ‘김건희 리스크’라는 역린을 건드린 것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한동훈이 김경율을 이미 공천한 듯한 제스처를 한 것에 대한 보은으로 그런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한동훈의 정치 행보는 일단 총선까지로 예약된 것으로 보인다. 그 스스로도 총선 후에 물러난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보수 언론은 계속 한동훈 띄우기를 시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물론 워낙 국민의힘의 인기가 바닥이라서 충격 요법이라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 사달로 한 방에 가버린 한동훈의 이미지는 지난 한 달 동안 보여준 한동훈의 모습이 허상이었음을 증명하는 결정타가 되어 버렸다. 이제 모든 것은 한동훈 자신에게 달려 있다. 여기서 치고 나가든지 아니면 무대에 오르자마자 바로 내려가든지 말이다. 그러나 원래 맡겨진 임무인 김건희 리스크 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무대를 내려간다면 한동훈의 정치생명은 끝날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김건희라는 이름 석 자와 그의 ‘정체’가 한국만이 아니라 주요 언어, 곧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로 전 세계에 알려진 현 상황에서 과연 한동훈이 무엇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한국 사회에서 공부는 강남의 족집게 강사의 도움으로 어찌해볼 수 있지만 정치판이라는 무대에 올라서면 절대로 남이 대신해 주지 못하는 자신만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한동훈이 너무 오랫동안 윤 대통령의 수족으로만 있어 왔고, 무대에도 너무 빨리 올랐다. 분명히 한동훈은 엘리트이고 나랏일에 좋게 쓰일 재목이다. 그러나 ‘김건희 리스크’ 차단이라는 엉뚱한 일에 투입되는 바람에 자신의 미래를 말아먹게 생겼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그저 언론플레이만으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전국구 정치가가 되는 일이라는 교훈만 얻고 물러날 모양이니 말이다. 진심으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베어다가 겨우 이쑤시개로 쓰다 만 형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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