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대중의 총기도 이제 많이 무뎌진 모양이다.
천하의 <조선일보> 김대중의 사설이 예전만 못한 것 같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의 ‘‘보수 대통령’으로 당당했으면’이라는 제목의 글을 읽으면서 세월에 무뎌지는 것은 김대중도 별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링크;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4/05/07/BQNUM2BA3NHTVDL3QQ5XD7GKTE/)
그의 결론을 인용해 본다.
“윤 대통령이 앞으로 남은 기간 능동적으로 그 ‘무엇’을 했음에도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거두어지지 않는다면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나가야 한다. 대통령이면서 대통령 대우를 받지 못하고 야당의 모멸이 계속된다면 국정은 위험하다.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당과 좌파의 파괴 공작이 계속되면 앞으로 3년은 암담하다. 긴박한 세계의 진화(進化) 속에 우리만 3년을 그렇게 보낼 수 없다.”
결국 나가란 말 아닌가? 그 위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도 했다.
“윤 대통령은 보수 정권의 대통령이다. 사람들은 일단 대통령이 됐으면 국민의 대통령이지 어느 한쪽의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아마도 윤 대통령 자신도 당선된 뒤 ‘모두의 대통령’으로 행세하려고 협치(協治) 운운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희망 사항일 뿐이었다. 좌파가 그를 협치의 상대로 받아준 적도 없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가 없는 논조다. 사실 윤 대통령은 보수 정권을 싫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이 되기 전에 보수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박근혜를 날리면서 스타가 되지 않았던가? 보수가 보수를 치는 일도 있나? 김여사의 고백대로 윤 대통령 부부는 노무현을 좋아하고 문재인에 기울었던 것이 엄연한 사실인데 왜 김대중만 못 보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무슨 심통이 났는지 그런 보수 대통령보고 김대중이 나가란다. 나가면 어디로 가나? 오늘 <한국일보>가 특종을 터뜨린 것을 보고 부아가 난 것인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와 만나기 전에 임혁백과 함성득을 거간꾼으로 삼아 협상했다는 소식을 들은 수구 진영은 분기탱천할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용산은 이 기사가 나가자마자 바로 부인부터 하고 본다.
김대중이 착각한 대로 윤 대통령은 결코 보수의 대통령이 아니다. 처음부터 윤 대통령 스스로 밝힌 사실이다. 민주당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하는 수 없이 국민의힘에 들어갔다고 고백한 것을 천하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보수 진영의 문제는 지난 대선 때 그런 윤석열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보수 진영에는 인물이 없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가 욱일승천하는 동안 보수 진영은 그를 깎아내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비해 버려 자체적인 대항마를 키울 여력이 없다. 한동훈은 너무 일찍 나와 설치는 바람에 신비주의를 시전 할 틈도 없었다. 소문에 한동훈이 재기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는데 홍준표의 말대로 그는 이미 용도 폐기되었다. 그런 한동훈을 다시 써보려고 보수 진영 일부에서 수작을 부리는 모양인데 이재명 대표로서는 땡큐베리머치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보수 진영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이미 처참하게 깨진 한동훈 말고는 인물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명박과 박근혜도 사실 보수당의 내부에서 키운 인물이 아니라 느닷없이 외부에서 들와 자리를 꿰찬 케이스다. 그 당시에도 보수 세력은 지난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바지 사장 정도만 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무능과 부패로 정치를 말아먹고 결국 법의 심판을 호되게 받는 치욕적인 인물로 역사에 남게 되었을 뿐이다.
김대중이 걱정하는 대로 보수 진영이 윤 대통령과 더불어 무너질 지경에 이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제 실권은 이재명 대표에게 넘어간 것을 보수 진영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그렇게 넘어뜨리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한 이재명 대표가 차기 대선의 강력한 선두 주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를 키운 것은 보수 진영이다. 이재명 대표의 맷집이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보수 진영만이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몰랐던 사실이다. 이낙연이 이재명 대표를 우습게 보고 헛다리만 짚으면서 스스로 몰락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이재명 대표가 수 읽기와 형세 판단에 강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 이재명 대표에 맞서 보수 진영을 진두지휘할 인물은 전혀 없다. 한동훈은 이미 함량 미달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홍준표는 광야에서 울부짖는 외로운 다 늙은 늑대일 뿐이고, 오세훈과 유승민은 이미 기력이 다해 껍데기만 남았을 뿐이다. 그나마 원희룡이 한 때 기세를 보였지만 양평 고속도로에 치어 날아가면서 잠룡의 반열에서 낙하해 버렸다. 이렇게 인물이 없으니 사실상 굴어 들어온 돌인 윤 대통령 부부가 보수 진영을 말아먹어도 누구 하나 나서서 막을 재간을 부리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이다.
도대체 정치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한국 정치판에서 왜 이리도 보수 진영에 인물이 없는 것인가? 그 이유는 여럿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염불보다 잿밥에 더 혼을 빼앗기는 보수의 전통 때문이다. 한나라당 시절에 있었던 차떼기의 전통이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는 것이 보수 진영이다. 이재명 대표는 그 자리에 오를 때까지 문자 그대로 바닥에서 굴렀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그 누구도 그렇게 바닥을 구를 용기도 의지도 없다. 그러면서 꿀만 빨려고 드는 자들로 넘치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원래 그렇게 몸을 사리며 먼지를 묻히기 싫어하는 자들이 노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수구 진영에는 고생하기는 싫고 열매는 따 먹고 싶어서 머리나 굴리는 자들로 넘치고 있으니 제대로 정치를 할 인물이 나올 리가 있나?
한동훈과 같이 설익은 자가 설치며 보수 진영을 이끄는 날이 온다면 현재의 윤석열 정권보다 더 기가 막힐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그날이 오면 김대중은 오늘 쓴 것과 같은 논조의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과거에 기억을 되살리면서 자기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어쩔 수 없이 관성적으로 말이다. 보수 진영은 늘 그래왔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 뻔하지 않은가?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여의도 대통령이 된 이재명 대표 앞에서 윤 대통령도 고개를 숙이는 판인데 보수 진영 누가 나서서 이재명 대표에 맞서려고 하겠는가? 보수 진영이 분노하고 좌절하지만, 인물이 없는데 무슨 수로 버티겠나? 그저 남은 것은 이재명 대표 죽이기에 나선 검찰이 재주를 부리는 일인데 과연 잘 될 턱이 있겠나? 김여사 디올 백을 커버 치기에도 능력이 달리는 상황이니 말이다. 참으로 측은하기 짝이 없는 보수 진영의 몰골이 아닐 수 없다. 그 잘난 명문대 출신들이 줄줄이 늘어선 보수 진영에 왜 이리 군색한 변명꾼들로 넘쳐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침몰하는 배에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나? 윤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