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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Dec 06. 2024

보수 궤멸이 윤석열의 비밀 임무였나?

그 임무 완수가 멀지 않았다.

과거에 김건희가 <서울의 소리> 기자와 전화 통화한 내용에서 자기와 윤석열은 원래 진보였다고 고백한 내용이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존경하고 문재인을 좋아했다는 속내도 밝혔다. 처음에는 농담이나 허언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아닌 것 같다. 현재 최악으로 치닫는 정계를 바라보면서 윤석열은 홍준표가 오늘 말한 대로 ‘용병’, 그것도 보수 궤멸을 위해 국민의힘에 잠입도 아니고 당당하게 입성한 용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혼란이 극에 달한 정치계에서 가장 큰 치명상을 입고 있는 것은 국민의힘이다. 물론 윤석열이 극우 유튜버들에 중독되어 확증편향 증세를 보이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증상이 보수 궤멸을 촉진하는 부조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오로지 김건희 살리기에만 골몰해 보이던 윤석열의 속내와 본래 임무가 환히 들여다 보일 정도다. 이런 윤석열의 본심을 모르는 보수 세력, 특히 <조선일보>는 윤석열이 김건희를 버릴 것만 되풀이 요구하고 있다.  참으로 무식한 보수 세력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결국 보수 세력이 윤석열에게 속았나? 아니다. 사실 지난 대선 때 보수 진영은 윤석열 이외에 대안이 없었다. 홍준표를 비롯한 보수 진영의 ‘인물’은 하나같이 사골밖에 없었다. 그것도 하도 우려먹어서 국물이 맹탕인 자들밖에 없었다. 그래서 능력과 자질이 현저히 부족하고 정체성이 모호한 윤석열을 대안으로 삼았던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윤석열이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좌충우돌’과 ‘무식함’을 보고 그를 만만한 '바지 사장' 정도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어제 양상훈이 고백한 대로 윤석열이 이 정도로 막무가내일 줄은 보수 진영의 누구도 몰랐던 것이다.     


이것이 윤석열의 잘못인가?     


아니다. 오히려 이는 보수 진영에는 인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눈이 있는 자가 없다는 반증이다. 이제 윤석열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정계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다. 이번 탄핵안이 부결되어도 윤석열은 더 이상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다. 앞으로 2년 넘게 대한민국을 그런 자에게 맡기는 것은 보수 진영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망설이는 것은 오직 하나. 이재명에게 권력을 넘길 수 없다는 절실함 때문이다. 마치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선전해 왔으니 이재명 정권의 등장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전망이 보수 진영이 버티게 만드는 마지막 핑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제 모든 국민이 목격하지 않았나? 보수가 밀었던 윤석열이 어떤 인간인지 말이다. 그러니 보수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경상도와 70대 이상의 '노인네'의 지지만으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이다. 보수 진영의 가장 결정적인 한계는 인물이 없다는 데에 있다. 설쳐 대는 한동훈은 깜이 안 되고, 입만 놀리는 홍준표는 경상도에서 벗어날 재간이 없다. 그렇다고 '또 다른 윤석열'을 용병으로 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한 번 속지 두 번 속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결국 배타성과 사회 분열로 버텨온 보수 진영의 궤멸은 예정된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겨우 극우 보수 유튜버로 버텨온 보수 진영이 이렇게 무너지다니 불쌍하기까지 하다. 서양 선진국에서 목격한 바대로 한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의 ‘건전한’ 대결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균형 잡힌 민주 사회가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가 다 필요하다. 그것도 상식적이고 건전한 보수와 진보 말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보수가 무너지면 어찌 될까? 진보가 독점하는 한국 사회도 위험하다. 그래서 보수가 필요하다.


사실 기존의 ‘어설픈’ 그리고 ‘무능한’ 보수 진영이 무너지고 이른바 ‘건전한’ 보수가 새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독재자 이승만의 만행 이래 보수가 건전해 보인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공짜로’ 들어온 민주주의는 진보와 보수의 건전한 경쟁으로 성숙한 단계로 가본 적이 거의 없다. 해방 이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거쳐 무려 40년 가까이 독재에 신음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윤석열이 보여준 대로 극히 취약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천지신명의 도움으로 기적적으로 윤석열의 만행을 막을 수 있었지만 이런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의 취약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에 건전한 보수가 단 한 번도 생성 발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보수 대표를 자처하는 국민의힘은 de facto 경상도 노인당일뿐 아닌가? 그러니 앞으로도 건전한 보수가 나타날 가망성이 거의 안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을 탄핵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탄핵 열기에 휩싸여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탄핵이 돼도 문제고 안 돼도 문제다. 윤석열이 문제가 아니라 궤멸 직전의 보수 세력이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일 표결 결과가 어찌 되든 나라 걱정을 멈출 수 없을 것이다. 오늘 신문을 보니 일부 보수 세력에서 북한이 윤석열의 계엄 실패와 탄핵 정국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위협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말이 되는가? 북한이 미쳤다고 자멸의 길을 가겠나? 보수 진영은 불리할 때마다 '북풍' 공작을 획책했다. 이번에도 그 방법밖에 생각할 줄 모르고 있다. 이것이 현재 한국 보수의 수준이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 이유로 북한을 들먹인 것과 연장선 상에 있는 사고방식이다. 이런 저렴하기 짝이 없는 보수 세력이 잔존하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계속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참으로 암울하다. 오늘 날씨는 이리도 청명한데 대한민국의 미래는 극히 어둡다. 어쩔 것인가? 윤석열을 선택한 1,600만 명의 국민이 아직도 윤석열을 지지하는 상황인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함석헌이 말한 깨어 있는 시민이 나타날 날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할 수도 없고. 정말로 앞이 캄캄할 뿐이다. 자기들이 불러들인 ‘용병’ 윤석열 하나 제압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보수의 몰골이 참으로 사납기 그지없다. 마치 게르만 용병을 불러들였다가 몰락한 로마 제국의 운명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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