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시민이 틀린 말을 했나?

한국 사회의 집단의식일 뿐이다.

by Francis Lee

유시민이 김문수의 아내를 폄하한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 작은 소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마디로 고졸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여자가 서울대 출신 남자를 만나 대통령 후보라는 '높은' 자리까지 올랐다는 말이다. 구조적으로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학벌주의가 강력한 한국 사회에서 서울대 출신 남편을 만나 '출세하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김건희 아닌가? 출신이 여전히 '신비'에 가려져 있는 김건희가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결국 윤석열이라는 '숙주'에 기생하면서부터 문자 그대로 팔자가 핀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김건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을 보면 유시민의 진단은 김문수의 아내보다는 윤석열의 아내에 더 잘 맞아떨어진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여전히 매우 낮다. 그래서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일 정도다. OECD 회원국 가운데에서도 한국이 남녀평등이 가장 저조한 나라에 속한다. 임금은 물론이고 사회적 '출세'에서도 여자는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 그 결과 여자는 사회적으로 남자보다 모든 면에서 열세에 놓여 있다.

그런 사회에서 자라난 유시민이니 그의 의식도 그런 집단의식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없다. 유시민이라고 신은 아니지 않나?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께서 유시민에게 너는 정치하지 말라고 충고할 정도로 정치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이니 더욱 그의 그릇이 '고만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힘은 유시민이 여성 비하와 학벌주의에 물든 발언을 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어제 이준석이 한 여성 비하 발언에 대해서는 별 반응이 없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인데 말이다.


사실 이준석과 유시민만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이 여성 비하와 학벌주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더구나 다른 사회, 특히 남녀평등이 역사적 투쟁의 과정으로 제도화되고 정착되고 있는 유럽의 여러 선진국과 비교해 볼 기회가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비유하자면 5%의 염도인 물속에서 살던 물고기는 자기가 사는 물이 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3% 염도의 물속에 들어가 봐야 비로소 자신이 짠물에서 살았다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법이다.


그렇다고 그런 깨달음을 얻고자 모든 한국 사람이 유럽 선진국에서 이른바 '1년 살기'를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이런 여성 비하와 학벌주의라는 집단의식은 분명히 사회악이다. 그러니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유시민이 보여준 것과 마찬가지로 자타가 공인하는 진보 논객인 유시민의 의식도 이런 집단의식에 무의식적으로 물든 상황이니 그런 싸움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시대가 되면 바뀔까? 희망을 버릴 수 다. 이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한국민은 위대한 국민이 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5000년 역사를 이런 식의 허접한 논쟁으로 말아먹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프란치스코 교황의 혁명은 미완으로 끝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