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전한길 진보는 김어준이 말아먹을 것이다.
김어준이 200만 명의 팬덤을 무기로 정치판, 특히 민주당의 상왕 놀이를 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을 오라 가라 할 정도의 권력을 휘두른 지도 오래다. 물론 국회의원이 김어준을 진심으로 상왕으로 모실 작정을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김어준 팬덤이 숫자로나 세력으로나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하니 그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속셈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잇속을 위한 배 맞추기 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참다운 진보 더 나아가 좌파 진영은 더욱 주변부로 몰리고 진보의 이념은 더욱 희화화될 뿐이다. 김어준의 상왕 놀이의 대척점에는 전한길의 유튜브가 있다. 국민의힘이 전한길의 언행에 휘둘리고 민주당이 김어준의 상왕 놀이에 휘둘리는 것이 한심하기 짝이 없는 한국 정치판의 수준을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김어준이 누구인가? 지금은 진보와 좌파의 좌장쯤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김어준의 과거 이디에서도 좌파 아니 운동권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B급 찌라시인 딴지일보를 만들어 일찌감치 온라인 매체의 길을 개척하고 나서 결정적으로 조선일보의 김대중을 '까는' 기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자다. 그런데 조선일보를 깐 것으로 바로 좌파의 선두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논리적 비약이다. 김어준은 학생운동권에 있어본 적도 없고 좌파 이데올로기를 연구는 고사하고 건드려 본 적도 없는 자다. 그런데 오늘날 김어준은 조국과 더불어 진보 더 나아가 좌파 진영의 선두에 선 장군쯤으로 숭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무슨 코미디인가? 한국 정치판이 워낙 '개판'이라서 함량 미달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만큼이나 함량 미달의 조국이나 김어준이 좌파 진영에서 목에 힘주는 것도 모자라 상왕 놀이에 심취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니 실질적으로는 한국 정치판에서 밥그릇을 유지하는 이른바 정치인들이 이런 코미디와 다름없는 상황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그런 정치인 못지않게 공부하지 않는 얼치기 좌파 무리에게도 책임이 있다. 좌파와 진보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좌파와 진보의 기본 원리에 대한 이해와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윤석열 같은 얼치기를 몰아내는 것을 진보의 목표로 삼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실 윤석열은 방향을 상실할 뻔 한 민주당의 길을 확실하게 열어준 공로가 있는 자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만만한 먹잇감인 윤석열이 있었기에 조국과 김어준이 지금의 자리매김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날이 갈수록 더 분명히 밝혀지는 것처럼 윤석열은 대통령은커녕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을 수준이 안 되는 함량 미달인 자였다. 그런 자를 비난하는 것은 누가 하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마침 그 일을 조국과 김어준이 주도적으로 치고 나간 것이다.
김어준의 과거를 보면 대학 졸업 후 룸펜 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딴지일보를 창간하여 뜻하지 않은 성공을 거둔 것뿐이다. 그 후 이런저런 일을 하다가 TBS에서 고정 프로그램을 맡아 재미를 보았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른바 '탄압'을 받아 쫓겨나고서 유튜브로 플랫폼을 옮겨 성공적으로 정착을 하게 되었다. 이 또한 좌파나 진보의 이념에 투철해서라기보다는 유튜브가 주도적인 대중매체가 된 시대정신에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학문적 논리성, 보도 내용의 정확성, 확실한 검증 가능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매체다. 그저 그럴듯하게 주장하고 선전선동에 성공하여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구독자수를 늘릴 수만 있으면 권력이 되는 매체다. 그런 특성을 지닌 알고리즘과 플랫폼에서는 그 어떤 진중한 이념도 희화화되기 마련이다. 아무리 깊은 역사적 배경을 지닌 좌파나 진보 이념이라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일회성 상품으로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자본주의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메커니즘을 가장 잘 구현한 것이 바로 유튜브다. 그런 속성을 잘 이용한 김어준의 능력은 존중한다. 그러나 그뿐이다.
조국이나 김어준이나 매체를 이용하여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사회 개혁을 통한 빈부 격차의 극복도 아니고 사회 갈등의 해소도 아니다. 그저 사회 갈등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 좌파의 선두를 자처하면서 사회적 영향력 행사와 돈을 긁어모으는 것을 궁극 목표로 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조국과 김어준의 입진보 놀이의 비참한 결과다. 그리고 이런 입진보 놀이라는 마약에 취한 그들의 팬덤이 실질적으로 진보 좌파의 역동적 발전을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흔히 조국과 김어준의 팬덤은 그들이 윤석열이라는 희대의 악의 화신을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고 찬미 찬양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윤석열은 자멸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자멸 과정에서 거리에 나선 시민들이 결정타를 먹인 것이다.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럼에도 조국과 김어준의 팬덤은 두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어 숭배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이다. '강남좌파'와 '입진보'의 상왕 놀이와 돈벌이가 윤석열이라는 공공의 적을 물리치는 이른바 '대업'에 가려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조국이 보여준 자기의 사당인 조국혁신당에서 벌어진 성추문에 대한 태도와도 연결된다. 조국의 눈에는 자기와 같은 대업을 이룰 인물의 일정이 바빠서 '하찮은' 성추문 정도는 나중에 간단히 정리해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런 무지와 오만이 지금의 조국혁신당의 붕괴를 야기했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비대위 위원장 자리를 맡을 모양이다. 이렇게 하여 조국이 먼저 자멸의 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쩔 것인가? 다 하늘의 뜻이다. 주역에 나온 대로 모든 것은 성하면 기울게 되어있다. 그러니 조국과 김어준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사양길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겠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의 곽상언 의원이 한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지금 광야에서 외치는 세례자 요한고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민주당에서는 그를 다음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 뻔하다. 감히 상왕 김어준을 공격하는 무엄한 짓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곽 의원의 일갈은 오멘이다. 그의 말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이 원칙은 수구 세력만이 아니라 진보 좌파 진영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것이다. 그러니 두고 볼 일이다. 민주 국가의 정당정치가 과거의 행적이 불분명한 입진보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한심한 꼴은 끝장나는 것이 마땅하다. 워낙 선진 정치의 프레임이 정착되지 못한 척박한 땅이니 김어준이나 전한길이 저리 설쳐대도 아무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찍소리도 못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한심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선전선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참다운 민주 정치의 프레임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시작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영웅 만들기 놀이의 타파가 아닐 수 없다. 그 첫 대상이 조국과 김어준이 되어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