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공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

[ 감정 탐구서 ]

by 은빛고래





[ 부드럽고 따뜻한 긍정의 감정 ]


감사란 상대방이 나에게 향하는 마음, 언어, 행위가 인식되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발현된다. 감사는 상대방이 나의 욕망을 충족케 하였을 때. 물리적, 물질적, 정신적으로 나에게 도움과 이익이 되었을 때. 느껴지는 마음의 충만함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인간을 웃음 짓게 하며, 우리의 마음을 고양하는 긍정적인 감정이다. 감사는 매우 보편적으로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른 감정들에 비해 우리가 주시하지 않으며 지나치기 쉬운 감정이다. 하지만 소소한 만큼 타인과의 소통과 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감정이기도 하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를 쉽게 맺을 없을 것이며, 누구의 신뢰도 받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소소하지만, 인간사에 없어서는 안 될 감사라는 감정의 근원을 탐구하고자 한다. 인간은 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 공존을 위한 인간의 본능 ]


사전에 정의된 감사의 의미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으로 정의되어 있다. 어원은 느낄 감(感)에 사례할 사(謝)이다. 고맙게 느낌을 사례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감사함은 상대방으로부터 느낀 고마움을 표현하여, 상대방의 그러한 마음에 사례하기 위함이 주된 목적이다. 표현되지 않은 감사는 혼자만의 자의식으로만 남아 흩어지는 무의미하며, 이기적인 감정일 뿐이다. 고마움과 감사함은 반드시 상대방에게 표현되고, 전달되어야만 그 가치가 온전히 발현된다. 감사는 타인을 향한 마음을 촉발하는 촉매제와 같다. 타인이게 보낸 마음이 적절한 보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만약 감사의 감정이 없었다면 친절, 호의, 봉사, 헌신, 희생 등과 같이 오직 타인을 위한 행위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을까? 이렇듯 감사의 마음은 끊임없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 존재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생존과 공존을 위한 필수적인 감정인 것이다.



[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 ]


우리는 감사해야 할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 가장 감사한 것들은 아주 당연하듯이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 후기 동학에서는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삼경 사상이 있었다. 경천(敬天)이란 내 몸과 마음에 대하여 감사하고 공경한다는 의미다. 모든 것은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신의 주어진 몸과 마음에 감사하며 스스로를 공경하는 것은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기 위한 초석이며, 더 나아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경인(敬人)은 사람에 대한 감사와 공경의 의미다. 부모형제에 대한 감사와 관계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경. 또한, 상생의 마음으로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에 대한 공경을 말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운다. 경물(敬物)은 자연과 사물에 대한 공경이다. 공기, 물, 햇빛, 흙, 하늘, 땅, 산, 바다 그밖에 동식물까지 생명에 필요한 필수요소들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하는 자연에 대해 우리는 감사와 공경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까지의 사상은 현대인의 보편적인 상식 수준이기도 하다. 자신과 타인에 대한 존중, 자연에 대한 감사와 보호는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으며, 공감하고 있는 바이다. 하지만 동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영역을 일깨운다. 인간이 인간답고 자 하여 인권을 주장한다면, 모든 만물 또한 만물답고 자 하는 권리. 즉 물권이 있다는 것이다. 생명에 대한 공경심을 넘어 무생물에 대한 감사와 공경까지도 말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밭일을 끝낸 후 사용했던 농기구를 밭에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다고 한다. 그날그날 사용했던 농기구는 반드시 냇가에서 씻기고, 바람이 잘 통하는 담벼락 밑에 놔두어 밤새도록 말렸다고 한다. 한번 간직된 물건은 소중히 다뤄 그 쓰임이 다할 때까지 평생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었다. 우리 시대 모습은 어떠한가? 넘쳐나는 상품과 충동적인 구매는 과소비로 이어지고, 쉽게 얻은 상품들은 그 쓰임과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버려진다. 그리고 또다시 새로운 물건을 사들이는 패턴을 평생 반복한다. 하지만 모든 물건은 자연으로부터 얻어지는 천연자원을 원료로 하여 생산된다. 인간의 욕망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의 파괴와 자원의 소모는 지구온난화, 이상기후, 초미세먼지 등의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자연과 만물에 대한 공경함이 없이 인간은 마음껏 자연을 이용하고 짓밟아도 된다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자연재해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삼경 사상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만물이 위계에 의한 지배와 억압의 관계에서 벗어나 서로에 대한 감사와 공경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절대적 상생'을룸에 그 뜻을 두고 있다.



[ 감사는 조화와 균형의 힘이다. ]


우리는 일상에서 타인에게 고마움을 받고, 그에 보답하기 위해 감사의 뜻을 표하여 상대방이 나를 향한 마음에 대한 균형을 이루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균형은 상대방과의 더욱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어 낸다. 인간과 자연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에 대한 공경심으로 자원의 착취를 최소화하고, 자연과 생태계를 보전하여 균형을 이루는 것 만이 지구 상에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감사는 인간, 자연, 사물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서로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하는 힘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기에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타인들과 만물에 대해 나의 마음이 언제든지 균형과 조화를 이루게 하도록 그 소소함의 성격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격정적인 감정은 시시때때로 일어날 수 없으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주지하듯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모든 유기체와 무기체가 그 역할을 다함으로써 서로를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생명 공동다. 감사는 이러한 공동체의 소중함과 고귀함을 우리에일깨운다. 하여, 감사는 소소한 감정이지만, 감사하지 않음은 결코 소소하지 않은 파괴력으로 자신을 해할 수 있음을 환기해야 다. 공동체적 삶에서 감사하지 않음은 고립과 불통을 낳기 때문이다.


감사의 마음을 아낌없이 베풀어 자신과 이웃의 행복과 더 나아가 모든 만물의 권리와 행복까지도 이루게 하는 조화와 균형의 삶을 추구할 것인가? 고립과 불통의 늪에서 자신을 불행으로 이끄는 삶을 추구할 것인가?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며, 감사는 행복을 피워내기 위한 씨앗과도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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