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침과 말 그리고 '절대적 상생'

[ 인문 에세이 ]

by 은빛고래



나는 지식인 공동체에서 인문철학을 공부하며 지성과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 글은 그곳에서 진행된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강의를 통해 지난 일주일간 내 존재의 변이를 기록한 에세이다.




평소 나는 격주로 한 번씩 진행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은 정해진 주제로 각자 집필해온 글에 대하여 토론을 하며 진행된다. 구성원은 대부분 젊은 직장인이며, 채 두 번을 참여하지 않고 사라지는 뜨내기들이 대부분이다. 가입이 쉽기에 막연히 글쓰기에 대한 동경으로 모임에 참여하지만, 창작에 대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의 내용 또한 그 의지만큼이나 빈곤하다. 대부분 피상적으로 사유와 통찰, 질문이 결여된 일기 수준의 이야기들을 써온다. 몇 달 동안 이러한 모습들이 되풀이되는 걸 봐왔기에 타인에 대한 기대는 접어둔 채 모임을 방편 삼아 꾸준히 글을 써보겠다는 마음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때문에 모임의 목적을 내 글의 생산과 공유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타인에게는 배울 점이 없겠다는 생각에 그다지 집중을 하지 않았다. 토론 시에도 상대방의 글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적인 생각들을 함구한 채 속으로만 평가하며 냉소적인 마음을 품고 있었다. 물론 항상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도 있었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모임을 규정하고 있었다.


"글쓰기를 잘하는 것과 책을 잘 읽는 능력은 곧 내가 만나는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능력과 같다. 사람을 나누고 상대하는 것은 사심이며 그러한 사심이 모든 비리의 원천이다.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당당히 자기 역할을 하며 사심을 부리지 않아야 한다." -고미숙-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최선을 다해야 함은 항상 견지하고 있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분별심을 가지고 나와 동등하거나 내가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최선을 다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러한 마음이 바르지 못한 간사스러운 사심의 마음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글쓰기 모임에 임하였던 나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그리고 다짐하였다.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사심도 부리지 않으며 온전히 집중할 것을.


마주침에서 당당하게 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타인에게 나를 표현할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것은 말하는 능력이다. 고미숙 작가는 말했다. 새로운 길을 여는 것. 욕망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또한, 다음과 같은 가르침으로 인해 나는 평소 추상적으로만 생각하였던 말하는 능력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말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자기 안에 갇히는 것은 무능력이며 자기기만이다. 이러한 생각으로는 절대 길은 열리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극복하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펼쳐야 한다."


우리는 흔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할 때 자신에 대한 의심과 타자들의 생각에 대한 두려움으로 말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포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은 무능력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자기기만일 뿐이라는 것. 또한 다짐하였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상대방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으며 나의 의견을 매끄럽게 펼쳐 보일 것을.


이처럼 나는 마주침과 말에 대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주 중에 있었던 글쓰기 모임을 참여하였다. 토론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글과 말을 열심히 경청하였다. 그리고 집중력을 꾸준히 유지하여 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거침없이 말하였다. 글을 주시하는 나의 주된 관점은 글 자체이기보다는 작가의 심리와 가치관, 사유, 논리에 관한 것들이다. 또한, 직설적이 상대방의 민감한 영역을 건드릴 수 있는 생각들을 말한다. 평소 내가 토론 시에 말을 아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듣는 이가 당황하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도록 절대 감정을 개입하지 않으며 논리적, 객관적으로 말하고자 하였다.


이 모임에서 가장 재미있는 점은 평범한 20~30대 젊은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말하였듯이 대부분 일기 형식의 에세이로 글을 써오다 보니, 글 안에서는 젊은이들의 고민과 삶의 모습들이 아주 리얼하게 펼쳐진다. 부모님과의 갈등, 사랑과 이별, 직장에서의 고충, 여행의 추억, 인생관, 연애관, 인간관 등등 문제는 젊은이들의 삶이 왜곡된 가치관으로 인해 위태롭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생각과 글을 관찰하며 공통으로 느꼈던 점은 사회적 통념과 종교적 억압, 광고와 미디어의 세뇌로 인해 삶이 특정한 표상과 이미에 갇혀버렸다는 것이었다. 또한, 기득권이 구축해 놓은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에서 다른 길을 찾고자 하는 욕망과 의식이 소거되어 버린 느낌이었다. 허망한 이미지에 갇혀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서 방황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들이 글에 투영되면 나는 그동안 공부하며 미력하게나마 축적되었던 지성을 풀어내어 그러한 왜곡됨을 환기하는 코멘트를 쏟아내었다.


면의 사람들에게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는 솔직한 생각들을 말하였지만 그들의 반응은 생각 외로 차분하고 신중하였다. 그리고 나의 노력은 사람들에게 객관적으로 평가되었다. 코멘트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의견과 차분하고 조리 있게 말을 잘한다는 의견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나 또한 배움으로 축적된 지성들을 상대방의 상황에 맞도록 짧은 순간에 적확하게 도출하고 정리하여 코멘트를 함으로써 스스로의 가능성을 확 수 있는 아주 충만한 경험이었다.


여기까지가 지난 강의로부터 촉발된 깨달음으로 인해 지난 일주일간 나의 존재가 변이되었던 광경이다. 마주침과 말하기의 전심을 다 함은 타인과 나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고, 내가 마주했던 인연의 장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극대화하였다. 나는 앞으로도 사람들과의 마주침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혜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매끄럽게 말할 수 있는 능력으로 내 생각들을 정확하게 전달할 것이다. 그리하여 분별심을 소거한 지성의 나눔을 통해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가 충만할 수 있 '절대적 상생'의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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