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정 탐구서 ]
[ '절망' 가장 치명적인 감정 ]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극단으로 치닫게 하여 파멸케 하는 강력하고도 무서운 감정이 있다. 삶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저버리고 체념케 하는 절망이라는 감정이다. 절망이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감정 중에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감정이다. 절망을 겪는 대부분의 사람은 심연에 늪에서 허우적대며 몸과 마음이 파괴당하는 경험을 한다. 또한, 절망에 빠진 자는 그 무게와 고통, 슬픔에 지배되어 때때로 삶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절망은 인간의 생과 사를 넘나들게 하는 매우 강렬하고도 위험한 감정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절망하는 것인가?
[ 우리는 왜 절망하는가? ]
애인과의 이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절박한 시험에서의 낙방, 경제적 궁핍, 치유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상태, 세상에 혼자 남겨진 외로움, 간절함이 수포가 되었을 때 등등 절망은 우연 또는 필연적으로 찾아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심연으로 빠뜨린다.
1) 생로병사의 절망
출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은 누구나 생로병사의 마디를 겪으며 삶을 살아간다. 그러한 마디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자아실현과 경제 활동, 욕망의 충족을 위해 학업, 취업, 일, 연애, 결혼, 인간관계 등을 이루며 삶을 추동해 나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시작과 근간에는 희망이라는 싹이 품어져 있다. 하지만 삶이란 결코 마음먹은 대로 뜻대로 되지 않기에 희망은 곧 절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절망은 자신의 삶에 커다란 의미와 희망이 되었던 사람, 물질, 신념, 가치 등을 의도치 않게 상실하였을 때 그 괴로움과 공허함을 수반하여 찾아온다. 또는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다해 존재를 모두 걸었지만, 최악의 결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무력 해질 때 우리는 절망하게 된다. 이처럼 생로병사의 절망은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이 겪어낼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감정이다.
2) 불가항력의 절망
절망은 예견된 순서를 밟으며 찾아오기도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급습하여 우리의 삶을 폐허로 만들기도 한다. 사고로 인한 본인 또는 주변인의 변고, 가족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 급성질환으로 인한 병고 등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절망은 평온한 일상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같이 미처 예견할 수 없었기에 어떠한 절망보다도 심한 고통일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운명의 작용은 인간을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든다. 자신의 영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갑작스레 찾아든 절망은 억울하고도 억울하다. 이렇듯 세상은 수많은 변수로 이루어져 있다. 예측하지 못한 삶의 변수에 휩쓸리게 되었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의미한 원망을 거두어 절망의 터널을 의연히 보내는 것만이 자신을 지켜나가는 방법이다.
3) 자작자수의 절망
상기의 절망은 생로병사의 절망과 그 작용의 원리는 같지만, 상황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필연적으로 절망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자작자수(自作自受)의 원리를 내포하고 있다. 이기심과 탐욕에 지배된 인간들은 자신의 그릇된 욕망의 충족을 위해 사회적 규범과 법률을 어기거나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일들을 행한다. 그러나 스스로 저지른 악은 스스로 그 악과를 받는다는 자작자수의 원리와 같이 범죄를 저지른 자는 곧 법의 심판으로 처벌과 함께 절망의 늪에 빠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악행은 결국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피해를 준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에게까지 절망을 가져다준다. 비근한 예로 국정을 농락한 최순실 게이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의 끝을 알 수 없는 탐욕이 결국 자신을 절망으로 몰아넣었고 그와 관련된 많은 사람까지도 절망으로 이끌게 되었다. 자작자수의 절망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소멸과 생성 - 절망의 패러독스 ]
우주와 자연의 운행 그리고 인간의 삶에는 일정한 순서가 있다. 자연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리듬이 있듯이 자연의 일부인 인간에게도 생로병사의 삶이 있으며 우리가 행하고 겪는 모든 상황과 사건에는 기승전결이라는 리듬이 있다. 절망 또한 고유의 리듬이 있다. 절망은 어떠한 인연이나 상황, 사건의 종말 단계에서 느껴지고 발생하는 감정이다. 이렇듯 절망은 곧 겨울이자 모든 순서의 마지막 단계임을 의미한다. 겨울은 소멸과 적막, 침묵의 계절이다. 봄의 소생, 여름의 분출, 가을의 혁명이 지나간 겨울에는 기나긴 추위 속에 모든 생명 활동이 고요하고 미약하게 이어지며 새로운 봄을 기다린다.
우리가 겪는 절망 또한 이와 같다. 희망을 품고 시작하였던 것에서 최악의 결말을 맞이하였을 때 우리는 심연의 늪에서 절망하고 숨죽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숨 고르기를 한다. 이처럼 절망은 소멸과 또 다른 삶의 씨앗을 낳는 상대적 모순이 혼재하는 패러독스의 감정이다. 하여, 절망은 곧 희망을 내포하고 있기에 우리는 절망을 충분히 긍정할 수 있는 것이다.
[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절망은 마약이다.
절망은 생각을 무관심으로 잠재울 뿐이다.
- 찰리 채플린 -
주지하듯 절망은 아프고 괴롭고 고통스럽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처절함이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절망의 굴레는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다. 항상 비슷한 패턴으로 기승전결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우주와 자연의 운행에는 봄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일정한 순서가 있고 이러한 순서는 매년 반복된다. 하지만 동일한 반복이 아닌 항상 새로운 반복이다. 우주는 단 하루도 동일한 날씨를 반복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연은 늘 새롭고 생동감이 넘친다. 우리는 어떠한가? 비슷한 절망을 되풀이하는 사람들과 또는 절망을 반면교사 삼아 이전과는 다른 삶으로 반전하는 이들이 있다. 전자는 지나온 삶의 동일한 반복일 것이며 후자는 지나온 삶의 동일하지 않은 반복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스스로 하여금 동일하지 않은 삶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
삶의 모든 여정을 배움의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자신을 타자화하며 현실을 직시할 수가 있기에 자신의 나아감과 물러감을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 항상 안주하지 않으며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려 하기에 지옥에서도 나를 포기하지 않는 힘을 가질 수 있다.
- 행복과 불행은 공존한다.(정재윤) -
그렇다! 우리를 항상 새롭게 하여 어제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바로 지성과 배움의 자세이다. 지성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철하게 보여주는 힘을 지니고 있다. 하여, 절망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으며 끊임없는 지성으로 삶을 추동해 나아가야 한다.
생을 마감할 때까지 항상 똑같은 의식구조로 비슷한 삶을 되풀이하며 살아갈 것인가?끊임없는 지성으로 자신의 존재를 항상 거듭나게 하여 새로움과 생동감이 넘치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 항상 똑같은 의식구조로 똑같은 행위만을 반복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노예와 기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