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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고래 Sep 05. 2021

1. 삶은 부조리다

알베르 카뮈 [페스트]

알베르 카뮈 [페스트]




< 삶은 부조리다 >

천지 불인(天地不仁)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함. 곧 천지는 만물을 생성화육(生成化育) 함에 있어 어진 마음을 쓰는 것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행할 뿐이다.
<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5장 >


천지(天地)는 불인(不仁)하다. 자연은 정해진 마음이 없다. 선후(先後), 시비(是非), 호오(好惡)와 같은 인위적인 기준 없이 나름의 법칙으로 스스로 그러하게 생성화육(生成化育) 한다. 생성화육하는 천지는 우연 또는 필연으로 인간 문명과 마주치며 무수한 사건들을 만들어낸다. 페스트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또한 마찬가지다. 문명의 위협이 되는 바이러스의 출현은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쓰나미에 휩쓸리듯 인간의 삶을 파괴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죽음, 이별, 단절, 소외, 공포, 곤궁, 번민으로 몸부림친다. 이처럼 삶은 불합리, 불가해, 온갖 모순이 상존하는 부조리(不條理)의 총제다. 부조리는 곧 인간의 숙명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천지로부터의 숙명적 부조리에 더하여, 인간 스스로가 부조리를 생기(生起)한다는 것이다. 소설 페스트에서는 느닷없이 발생한 끔찍한 전염병이라는 부조리한 상황과 더불어 그 안에 드러나는 인간들의 부조리를 목격하게 된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페스트의 공포로부터 고통을 받고 있을 때, 어떤 이들은 이러한 상황을 통해 이득을 얻고 또한 페스트의 지속을 염원한다. 페스트는 결국 신의 뜻이며 하늘이 내리는 벌이라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한 성직자의 노력은, 비과학적인 태도로 정작 페스트를 더욱 확산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될 뿐이다. 특정한 맹목과 신념으로 무장된 인간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던 그들과 그 주변까지 전염병의 공포로 물들게 하며 공포에 이용당하게 한다. 편협된 맹목과 신념이 스스로 전염병의 확대를 촉발하는 요소가 되듯이, 인간의 존재형식 또한 부조리함 그 자체이다.


그렇다면 자연과 문명의 끝없는 부조리 속에서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페스트와 코로나가 뒤덮은 디스토피아에서 인간은 한없이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부조리에 직면하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카뮈의 페스트에서 삶의 부조리에 몸부림치는 이들을 목도한다. 또한 그것은 코로나19와 맞서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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