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흐를수록 성숙한 인간이 되어갑니다. 한 편 어떤 이들은 혈기왕성한 청년기를 지나 중년에 접어들어도 미성숙한 상태에서 저지를 법한 인생의 실수를 되풀이하며 살아갑니다. 불가(佛家)에서 일컫는 윤회(輪廻)와 같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번뇌와 업에 시달리며 인생을 허무하게 탕진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합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러한 삶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자신과 타인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노력하는 의식 있는 인간으로, 자아실현과 인격적 성숙을 이루고 사회로부터 존경받기를 원합니다. 그렇다면 성숙한 인간이란 어떤 인간상을 말하는 것일까요? 성숙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성숙(成熟)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현상이 충분히 발전하여 무르익은 시기에 달함 또는 경험이나습관을쌓아익숙해짐입니다. 성숙이란 지성, 경험, 연륜이 어우러져 어떠한 일이나, 사건, 상황, 관계를 마주함에 있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모자라거나 넘침이 없는 탁월함에 이를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따라서 성숙의 상태란, 한 분야에서 인간이 밟아가는 단계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상태입니다. 그리고 지성과 경험, 연륜이라는 성숙의 필수요소와 더불어 모든 성숙의 기저에는 인격적인 성숙이 전제됩니다. 기능과 기술을 통달한 성숙도, 물질과 비물질을 관통하는 성숙도, 사회적 정치적인 성숙도, 인격적인 성숙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인격적 성숙은 인간의 성숙을 가능케 하는 근원적인 토대입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모든 활동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 나아갑니다. 인격적인 성숙은 배품, 인내, 용기, 관용, 공감, 연민, 겸손의 덕목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루게 합니다. 인격적인 미성숙은 모든 활동에서 주변과의 마찰을 야기합니다. 이러한 마찰은 지금 당장 나의 발목을 붙잡는 족쇄가 되거나, 이후에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운명을 짓누르게 됩니다. 인격적 미성숙은 관계를 단절시키고 협소하게 하여 자신을 고립시킵니다.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미움과 냉소 더 나아가 원한과 분노를 갖게 합니다. 이로 인해 부정적으로 형성된 활동의 장은, 자신을 가장 높은 수준의 성숙으로 결코 닿을 수 없게 합니다. 성숙된 인격은 윤리적 덕목으로 세상과 관계합니다. 윤리적 인간은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롭게 하려는 의지를 가집니다. 이러한 의지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노력과 경험이 합쳐지면 우리는 성숙의 단계를 체득하게 됩니다.
성숙은 외부와의 끊임없는 교섭 속에 항상적으로 유지되어야 합니다. 세상에 발현되는 성숙된 노력과 경험의 산물이 외부와의 교섭을 외면한 채 고착화되면 자신이 가진 것이 절대화됩니다. 절대화로 고착된 성숙은 교만과 아집, 고집과 편협으로 언제든 탈바꿈합니다. 인간의 활동은 사회의 흐름, 즉 시대와 함께 호흡합니다. 가치, 관념, 문화, 제도는 고정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언제나 요동칩니다. 시대의 요구를 반영하는 못하는 경직된 성숙함은 높아진 그 위치로 변화와 새로움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전락할 뿐입니다. 따라서 성숙은 고착하거나 경직되지 않아야 합니다. 성숙은 더욱더 깊은 성숙의 길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겸허와 겸손은 우리에게 끊임없는 성숙을 유발하는 요소입니다. 새로움 또는 낯선 것으로부터 자신을 비우고 낮추게 하여 배척이 아닌 수렴으로 존재를 더 깊은 성숙으로 이끕니다. 인격적인 성숙 또한 같습니다. 인격적 성숙이란 결국 나와 다른 타인을 수용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에게 유리한, 나에게 이득만을 추구하는 관계를 취하고자 합니다. 한쪽만의 세계에 집중하는 협소함으로는 인격적 성숙을 이룰 수 없습니다. 타인을 향하는 나눔, 용서, 수용, 연민은 결코 자신을 내어주어 자신이 가진 것을 축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영향력이 발현되어 세계 안에 나의 존재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타인의 아픔을 끌어안기 위한 공감과 연민. 끊임없이 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한 겸허와 겸손. 이는 성숙한 인간의 길을 향한 알파이며 오메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