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빛고래 Jan 22. 2022

칼세이건, 코스모스에 대한 철학적 단상(4)

칼세이건 [코스모스]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같은 유기화학적 원리가 지상의 생물들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진화의 코드를 통해서 변신해 왔다. 따라서 지구의 생물학은 철저하게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구 생물에게는 단 한 가지의 생물학만으로 충분하다. 생물학을 음악에 비유해 볼 때, 지구 생물학은 단성부, 단일 주제 형식의 음악만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형식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해 놓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풀피리 하나로 연주되는 지구 생명의 이 외로운 음악 하나가 우리가 우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음악일까?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 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66~67쪽 >


지난 몇 년간의 공부에서 내게 필요한 건. 나를 이끌어줄 스승과, 함께 정진하는 도반의 존재였다. 스승과 도반의 부재는, 가고자 하는 길에서 목적한 방향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현재 어디쯤 위치해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태와 같았다. 나를 객관화할 수 있는, 나를 비춰볼 거울이 없었다. 칼세이건은 말한다.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65쪽 >라고. 그렇다. 외계 생명체의 발견은 곧 우리가 누구인지를 비춰볼 계기가 되는 사건이다. 기존에 없던 전혀 다른 생명체와 우리를 비교하며 인간 존재를 다양한 층차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외계 생명체로부터 촉발되는 새로운 관점과 개념을 통해 인류는 진일보할 것이다. 나 또한 기본학교에 입학하며 절실히 원했던 스승과 동지들을 만났다. 앞으로 5개월간의 여정 속에서 생각과 관점, 의식과 지적 높낮이가 모두 다른 동지들을 통해 35개의 층차로 나를 비춰본다. 그리하여 내가 향하는 방향, 지적 높이, 채워야 할 것, 덜어내야 할 것, 쏠려있는 것, 균형 잡힌 것을 가늠할 것이다. 이것이 혼자였으면 단선율로 구조될 수밖에 없는 나의 멜로디를,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의 세계로 확장하는 것이 아닐까? 교수님과 동지들을 통해 내 생명의 단선적 멜로디가 풍부하고 장엄한 푸가로 진일보하는 순간이다.




작가의 이전글 칼세이건, 코스모스에 대한 철학적 단상(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