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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고래 Feb 20. 2022

칼세이건, 코스모스에 대한 철학적 단상(11)

칼세이건 [코스모스]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벨리코프스키 건의 가장 서글픈 면은 그 가설이 틀렸다거나 그가 이미 입증된 사실을 간과해서가 아니라, 자칭 과학자라는 몇몇 이들이 벨리코프스키의 작업을 억압하려 했던 데에 있다. 과학은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했으며 자유로운 탐구가 곧 과학의 목적이다. 어떤 가설이든 그것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그 가설이 지니는 장점을 잘 따져 봐 주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을 억압하는 일은 종교나 정치에서는 흔히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이런 자세의 과학이라면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 누가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할지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자기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한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195쪽 >


프톨레마이오스는 천동설을 정교화시켜 16세기까지 사람들의 우주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해 왔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대두되고, 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들을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관측해 낸다. 지동설이라는 가설이 천동설을 밀어내고 진리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가설은 때로는 인간의 인식을 전환의 경계에 세운다. 기존의 이론과 관념이 새로운 가설로 인해 부정되고, 진위의 저울대에 오르는 것이다. 진위의 저울대는 이쪽과 저쪽 사이의 경계다. 하여, 이쪽에 쏠려있던 진실을 확고한 신념으로 가진 이들이게 가설이라는 진위의 저울대는 곧 불안이다. "어떤 가설이든 그것이 아무리 이상하더라도 그 가설이 지니는 장점을 잘 따져 봐 주어야 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생각을 억압하는 일은 종교나 정치에서는 흔히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리를 추구하는 이들이 취할 태도는 결코 아니다."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195쪽 > 창조와 창의를 향하는 자에게 경계의 불안함과 모호함을 마주하는 건 숙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숙명을 견디며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자신이 경계에 위치함은 물론이고, 타인이 경계에 위치하는 것까지도 포함된다. 경계의 불안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한쪽으로 선택하여 어떠한 신념과 관념에 갇히는 순간. 존재의 창의와 창조는 딱 거기까지다.


창의적 인간으로서 탁월해지기 위해서는 모호한 불안정을 품으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음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 지금에 갇히는 것이며, 머무르거나 안주함은 곧 퇴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결과에 심취하지 않고, 결과에 거하지 않으며, 창조적 행위로써의 건너가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 불안정과 불균형 속에 뛰어들어 경험한 적 없는 미지를 향한 오직 건너가고, 건너가는 것만이 있을 뿐이다. < 정재윤, 창의적 인간으로서의 안정과 불안정, https://brunch.co.kr/@friseunsang/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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