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세이건 [코스모스]
탈레스는 신들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탈레스는 물이 모든 물질의 근본을 이루는 공통의 원리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우리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 쿼크에 근거해서 만물을 설명하듯이 말이다. 탈레스가 내린 결론의 옳고 그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가 택한 접근 방식에 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탈레스가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에서 이오니아로 가져온 천문학과 기하학 등의 새로운 씨앗이 그곳의 비옥한 토양 덕분에 튼실한 싹을 틔우고 과학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칼세이건, 「코스모스」, 사이언스북스, 348~349쪽 >
생각 중에 가장 높은 수준의 생각이 철학이다. 철학은 그것이 옳고 그름의 기준이 애초에 없다. 세상은 이렇다고 정하는 것. 세계를 자기가 결정하는 것. 이것이 철학적인 태도이다. 철학은 이 세계를 자기가 디자인하는 것이다. 토론하거나, 타협한 것이 아니다. 자기가 정한 것이다. 기존에 있는 것으로 진리성이 갖춰지는 것이 아니며, 옳고 그름은 궁극적인 문제는 아니다. 철학은 다른 것과 짜 맞춰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것들이 무엇인가를 짜 맞출 때 가장 근본적인 토대이다.
이것이 신의 시대에서 인간의 시대로. 믿음의 시대에서 생각의 시대로. 발상의 대전환을 이룬 탈레스에게 최초의 철학자라는 수식이 붙은 이유다. 인간이 건설한 문명은 모두 생각의 결과다. 문명은 곧 인간 스스로가 신적인 높이에서 이 세계의 질서, 의미, 방향, 가치를 정한 결과이다. 무엇에도 의지하는 것이 아닌, 바로 내가 신적인 경지에서 이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