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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빛고래 Jun 22. 2022

4. 무엇을 원하는가?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 무엇을 원하는가? >

각자의 불행에 몸부림치는 세 부자. 미망을 헤매는 삶에서 똑같이 내뱉는 말이 있다. "미래가 뭔지 난 몰라. 내가 무엇을 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22쪽) 비프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믿음의 부재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지 못한다. 자신이 바라는 걸 어렴풋이 떠올리지만, 성공이라는 표상에 가로막혀 내면의 소리는 늘 무시된다. 내면의 욕망과 성공의 표상. 서로 일치하지 않는 양단의 사이를 배회하며 어떤 것에도 마음을 다하지 못한다.

"내가 뭘 위해 일하는지 모르겠어... 매달 내는 집세 좀 생각해 봐. 미친 짓이지.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게 내가 항상 바라던 일인걸. 내 아파트, 내 자동차 그리고 여자들. 그런데도 빌어먹을, 난 외롭다고."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24쪽) 해피 또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떠한 삶을 살고 싶은지 전혀 모른다. 오직 물질적 조건을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착각한다. 물건과 상품, 진심 없는 관계에서 어떠한 충만함도 느낄 수 없는 해피. 형제는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혼란에 빠져있다.

"형님,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100쪽) 평생 몸담은 직장에서 해고되고, 예순이 넘어 삶의 방향을 잃은 윌리. 생의 끝자락에서 자기 삶이 송두리째 부정되는 참담함을 느낀다. 실패한 자신의 인생을 상징적으로 말한다. "아, 서둘러야겠다. 씨앗을 좀 구해야겠어. 씨앗을 지금 당장 구해야 해. 아무것도 심지를 않았어. 땅에 묻어 둔 게 아무것도 없어."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147쪽) 그가 늘 꿈꾸던 장밋빛 기대와 환상은 없다. 씨앗을 심고, 채소와 닭을 기르는 소박한 삶. 죽음을 목전에 두고 그제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토한다. 윌리의 죽음 후 비프는 아버지에 대해 말한다. "꿈이 잘못된 거죠. 완전히 완전히 잘못된 꿈이었죠... 자기 자신을 끝까지 알지 못했어요."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172쪽)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자신이 누군지 탐구하는 질문. 자신이 원하는 걸 발견하는 질문. 삶의 지도를 그리는 질문. 세 남자는 가장 먼저 나를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낯선 존재다. 자신을 찾지 못한 채, 오직 외부에서 평가하는 자신에 집중했다. 세일즈맨 가장은 자신을 어루만지지 않았고, 자본의 부속품으로 철저히 이용당하다 파멸했다.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도 각성하지 못한 형제. 결국 아버지와 비슷한 말로를 겪게 될 것이다. "아버지는 진실을 알아야만 해요. 아버지는 누군지, 나는 누군지!"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159쪽) 모든 이가 자신을 찾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면. 누군지도 모르는 채.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주어진 삶에 매몰되어 미망을 헤맬 것이다. 삶의 고비에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과 갈등에서.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리는 평생 자신을 향한 질문을 품어야 한다. 치열하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을 확신할 것이다. 결코 비프의 절규를 내뱉지 않을 것이다. "왜 원하지도 않는 존재가 되려고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야?" (아서 밀러,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160쪽) 원하는 존재가 되는 고귀한 삶은 자신을 어루만짐에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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