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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Oct 23. 2020

비트코인 에세이

2018년, 그때와는 다른 암호화폐의 흐름


헛! 그때 그 비트코인?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까지 어마어마한 광풍이 만들어졌었다. 그때쯤인가 보다, 내가 ‘비트코인’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다 아는 비트코인의 정의는 접어두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트코인 배너광고를 처음 접한 것이 2011년쯤으로 기억한다. 포탈이나 일반적인 인터넷 사이트보다는, 주로 ‘토렌트’ 또는 ‘와레즈’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자주 보이는 것이 비트코인 배너 광고였다.

와레즈(warez): 불법의 온상, 불법 소프트웨어를 버젓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의 총칭.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에 엄청나게 유행했었다. 그때는 다음 한메일 계정을 와레즈 주인장이 요청을 하면, 네티즌들이 계정을 빌려주어 그 안에 프로그램을 압축파일로 잘게 썰어 넣어 다운로드하여 갈 수 있게끔 했었다. 현재 대다수 P2P 사이트 히스토리의 시작은 와레즈를 따라간다.


그때, 배너 한 번만 눌러봤더라면...


구독료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때에, 토렌트를 보다 빠르게 이용하기 위해서 비트코인을 구매해야 했고, 일종의 암거래 형식으로 비트코인을 환전하고 보유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런 배너는  잘못 누르면 바이러스에 걸리는 줄 알고 아예 건드려 보지도 못했다. 내가 조심성이 없었거나 또는 호기심이 아주 강했더라면 지금쯤 몇몇 비트코인 정도는 소유하고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지난한 아쉬움 정도가 남는다.


국내 최대의 컴퓨터 바이러스 사건:
‘다크 어벤저’ 바이러스라고 있었다. 요즘 세대는 모르실거고, 70년대생 컴퓨러 분들은 너무나 잘 아실 거다. 지금 기술로 보면 단순한 컴퓨터 바이러스일지 모르겠으나, 91년도 발생 당시 대한민국을 마비시킨 장본인이다. 안랩 V3가 어벤저 바이러스를 잡음으로써 명실공히 국내 바이러스 백신 최고 회사가 된 계기가 되었다.



아무튼, 2018년도 비트코인 광풍이 몰아칠 때에도 나는 코인 투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당시 JTBC 뉴스룸 긴급토론에서 유시민의 촌철살인(?) 같은 암호화폐의 부정적 의견과 뉴스가 엄청났었기에, 감히 나 같은 홀쭉한 간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에게 ‘코인투자’는 불신지옥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찰나에 돈을 몇 천을 벌었네 하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 나도 들어갔어야 했나’하는 욕망의 물텅이가 머리에 한 바가지 쏟아지고는 했다. 특히 외주 협력업체 직원이 비트코인으로 순식간에 번 돈으로 다시 강남에 부동산을 구매해 1~2년 사이에 몇 십억을 번 사실은 대단한 부러움이었다.


나도 투자나 해 볼까?


올해 초 문득, ‘나도 비트코인에 투자나 해 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알다시피 올해 모든 뉴스는 코로나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기에 바빴고, 예전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보다는 종종 긍정적인 기사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내 호기심 또한 어느새 부정적인 생각들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지고, 아주 근원적인 생각들로 비트코인에 다가서고 있었다. 그게 뭔지 그리고 그게 나중에 어떻게 쓰일지 직접 알아보고 분석하고 싶었다. 당장 관련 뉴스부터 찾아보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bit coin이다. bit는 데이터의 단위다.

비트는 하나의 비트는 0이나 1의 값을 가질 수 있고, 각각은 참, 거짓 혹은 서로 배타적인 상태를 나타낸다. 바이트는 비트가 여러 개 모인 것으로, 원래는 크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현재는 대개 1 옥텟인 8비트가 1바이트이다(출처: 위키백과)

보아라. 누가 보더라도 비트코인은 이름만으로도 전자화폐처럼 들린다.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장부에 기록된 숫자다. 어차피 지금 월급과 다르지 않다. 월급날엔 숫자 코드가 들어왔다가 어느새 빠져나가곤 하는, 결국 마지막 남은 잔금마저 ‘카카오페이’ 숫자로 존재할 뿐이니까.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논문도 읽어봤다. 어렵다. 한국어로 번역하여 수정 버전(ver 1.2)까지 나왔지만, 두 번 봐도 어렵다. 똑똑한 녀석 같으니라구. 나카모토가 이름인지 일본인인지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찾아봤지만 그는 실체가 없고, 다만 정말로 세상에는 똑똑한 사람도 많다는 것에 새삼 놀라웠다. 차분히 앉아서 그 똑똑함을 아이디어로, 문서로 남기는 그 자세 또한 따라갈 수 없는 역량이다. 그건 좀 부러웠다. 진득이 앉아서 생각한 것을 깔끔하게 풀어놓을 줄 아는 능력 말이다.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9쪽짜리 논문
https://bitcoin.org/bitcoin.pdf


비트코인 1만 2천 달러 돌파, 연준 디지털 화폐 검토 기대감(2020/10/21)


드디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제롬 파월 의장이 IMF 총회에서 “디지털 화폐의 잠재적 비용과 편익을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의미가 어렵지만 암호화폐를 포함해서, 디지털 화폐의 가치를 인정하는 데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들렸다.


미국 핀테크 대기업 페이팔, 비트코인 거래 및 결재 허용(2020/10/22)


호올~ 비트코인을 비롯하여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서 투자자들을 혹하는 뉴스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온라인 금융 거래의 원조격인 페이팔에서 비트코인을 인정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현재 기준으로(2020/10/22) 2,400억 달러가 넘으니, 그 자산시장을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의 유통은 당연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뉴스도 그렇고 미래를 쳐다보더라도, 시가총액이 이 정도가 되는 시장은 함부로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것이 사기든, 부정거래든, 보안이 허술하든... 10년이 넘는 동안 글로벌 개인을 넘어서 기관까지 투자하고 있는 비트코인의 미래는 분명 ‘사라지지 않을 그것(The thing that will not disappear)’이다. 블록체인이라고 하는 강력한 인증과 간섭받지 않고 통제받지 않는 화폐의 기능은, 분명 미래적이다. 어느 정도 저항도 지났고, 그 저항의 시간 동안 아주 탄탄해졌다. 비난하던 일부도 슬그머니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은 마음을 떠나서 현실적으로 대세를 따르는 것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다. 뭐 이런 상황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인은 투기이니 조심하십시오 라는 문장은 앞으로 절대 쓰지 않겠다.


2020년10월23일 오늘,

비트코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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