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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포걷달 Oct 25. 2020

안녕하세요? 범수 형님!

카카오 김범수 찾아 삼만리

안녕하세요 범수 형님!


나는 범수 형님을 안다. 그는 PC방을 운영했고, 삼성SDS를 다녔고, 서울대를 나왔고 그리고 못 살았다. 단칸방에 꽤나 많은 가족이 살았다 하니,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넉넉한 환경은 절대 아니었을 거다. 게다가 그분은 키도 작고 잘생기지 않았다. 라이언을 닮았다 할까? 그냥 수더분하다. 그리고 중요한 건, 내가 이만큼 아는데 범수형은 날 코털만큼도 모른다는 것이다.


김범수
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다. 1966년생이고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태어났다. 위로 누나 둘, 아래로는 남동생과 여동생이 있다. 86년에 서울대를 입학했고, 92년에 대학원을 졸업, 그 해에 삼성SDS를 입사하여 97년에 퇴직했다. 98년에 PC방을 먼저 차리고 이어서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다. 그리고 ‘남궁훈’을 영입했다.


어느 날부터 범수 형님을 만나고 싶었다.

이유도 없었다. 그냥 이 형님은 유명하고 또 카카오톡도 만들었으니까. 그를 알고 싶었고 나의 특기 중 하나, ‘그도 모르게 다가서기’를 시전 하고 싶었다. 얼굴만 알고,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이메일도 모르고 SNS와 전화번호 다 모른다. 그래서 우선 책 하나를 사서 형님을 읽었다.


biography 김범수
바이오그래피 매거진은 인물을 다루는 책이다. 한 호에 한 명만 다룬다. 명사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그의 삶에 우리를 비추어 보이는 역할을 한다. 사람을 통해 배움을 깨닫는다.
- biograpy 김범수, 스리체어스, 2017 -


범수 형님을 만나게 되면 ‘나를 왜 만나고 싶었냐고’ 물어볼 테니 계획도 짜야한다. 어쨌든 범수 형님은 늘 바쁠 테고, 그러나 생각보다는 고독할 테니 그 점에 있어서는 내가 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종의 근자감이다.


밥은 당연히 그가 살 것이고 나는 커피를 살 예정이다. 비싼 밥보다는 탄수화물이 적게 들어간 음식점을 가자고 할 것이다. 내가 요즘 ‘저탄고지( 일명 키토제닉 다이어트)’에 빠져서 한 달째 음식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으니까. 생각해 보면 가장 맛있는 음식은 ‘탄수화물’이 흠뻑 들어간 음식들이다. 그리고 형님은 법인카드로 밥을 살 테지만 나는 그럴 형편이 못 되니 ‘개카’로 커피를 긁을 예정이다. 멋지게, 카카오 체크카드를 꺼내는 거지. 거기엔 나름 큼지막하게 ‘라이언’이 그려져 있다. 내 생각엔 ‘개카’ 1만원은 ‘법카’ 10만원의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꿀릴 게 없다.


너 혹시 유명한 사람, 아는 사람 없어?


범수 형님을 만나야겠다는 목표를 잡고, 책도 읽고 나니 ‘왜 그를 만나야겠는지’ 정리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서가 바뀌기는 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남궁훈’이 시작이었다.


나름 비즈니스 살롱을 구상할 때였다. 어떤 인물들을 만날까 고민 중에 후배 J에게 물어봤다. “너 혹시 유명한 사람, 아는 사람 없어?” 후배는 곰곰이 생각하다 딱 한 명을 언급했는데, 그게 ‘남궁훈’이었다.

   “그 사람이 누군데?” 나는 당연히 들어본 적도 없으니까, 유명한 사람인지 몰랐다. 후배 말로는 대학생 때 나름 친한 동호회 선배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하고는 달리 학생 때부터 사업하기 좋아했고, 말아먹기도 수 차례 한 듯하고, 힘들었을 때 맥주도 사주고 그랬나 보다. 지금은 ‘카카오게임즈’ 대표라는데? 라는 말 한마디에 ‘오호~ 유명하겠네? 당장 만나야겠다’라고 하니, 연락 끊어진 지 17년도 넘었댄다.

음... 당장은 어렵겠군.


남궁훈
현재 카카오 게임즈 대표이다. 1972년생이고 어린 시절 수산청 공무원이셨던 아부지를 따라 하와이에서 지내기도 했었다. 89년 경복고와 91년에 서강대를 입학했고, 통신동호회 활동과 수많은 아르바이트 및 개인사업을 병행했으나, 기업 경험을 이유로 97년에 삼성SDS를 입사하여 98년에 IMF 명예퇴직했다. 그리고 그 해에 김범수를 따라갔다.


남궁훈씨를 따라가다 보니 결국 범수 형님이 나왔다. 그래, 어차피 범수 형님이 좀 더 유명하니까, 그 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나는 ‘카톡’도  쓰고 ‘선물하기’도 종종하고,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에 ‘카카오페이까지’ 상당히 우월한 고객이니까. 유명한 사람을 비즈니스 살롱에 초대하는 목표를 범수 형님으로 잡는 것이 훨씬 좋아 보였다. 아.. 생각만 해도 기분 좋았다.


혹시 카카오에 아시는 분 계시는 분?


라이언 형님을 만나려면 속담에도 그런 말이 있듯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카카오 소굴로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을 법 한데, 우선 아는 지인분들을 동원해 보기로 했다. “혹시 카카오에 아시는 분 있어요? 조금 윗 분들” 뭐, 내가 아는 지인분들이 많지는 않으니까, 역시 쉽게 나오지는 않았다. 우리 회사에서 카카오와 협업을 논의하시는 분도, 이전에 남궁훈씨를 알만한 사람을 찾아 물어보는 일도, 아니면 현재 카카오에 들락날락하시는 영업맨도... 선뜻 연결점을 찾지는 못 했다. 뭐 맨날 일도 안 하고 여기저기 물어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메가존 의장께서 ‘범수 형님과 딱 밥 한 번’ 먹었다고 하는데, 옆옆옆 자리라 눈길만 주었을 뿐이라고. 조금 더 친해지면 알아보겠다고 해서, 어쩌면 내 생각 보단 빠른 속도로 범수 형님과 악수 한 번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게 뭐라고 여까지 왔어?


목표를 잡으면 계획을 하게 되고 학습하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카카오의 범수 형님을 만나고 싶다는 것은 목표이지 목적은 아니다. 목적은 ‘그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다. 네트워크가 좋은 사람보다는 네트워킹에 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나에게는 조금 더 좋아 보인다. 네트워킹에 ‘그냥’은 없다. ‘그냥’ 만나는 것은 허울 좋은 ‘가오’ 일뿐, 만남에는 ‘유익함’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익한 만남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에 계속해서 매치시키는 노력’은 필수인 듯하다.


왠지 범수 형님을 보면 웃길 것 같다. 한 마디 하시겠지. “이게 뭐라고, 여까지 왔어?”


김범수,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열심히 살폈다. 전체적으로 김범수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사업을 시작했던 시기가 내가 일했던 시기와 맞물려서 그때 그 시절이 회상이 된다. 세월은 빠르고 서로의 위상은 달라졌다. 무엇이 성공한 인생이냐를 보면 당연히 김범수다. 나는 아직도 먹고사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그는 행복한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김범수는 선택을 잘 했고, 나도 선택을 잘 해왔다. 김범수는 모험적인 선택을 했고, 나는 안정에 기반한 모범적인 선택을 해 왔다. 투자와 수익이 맞물려 돌아가는 부분이다. 김범수도 실패를 했을 때는 한강에 뛰어들 생각을 미리 하고 있었다고 하니, 나는 한강에 뛰어들 생각은 없었고 다만 북 카페에 앉아 이렇게 한강을 바라보기만 해왔다.

지난주 지인 한 분이 내게 말했다. 회사에서 나와 무언가를 새롭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회사에서 나오지 않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하시기 바란다고. 웃었지만, 명언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아주 적절한...


- 비즈니스 살롱 ‘푸라이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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