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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OB Jul 14. 2023

디자인 피드백을 슬기롭게 받는 기술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로 살아남기




언젠가도 한번 했던 이야기. 디자인은 디자이너 혼자 달리는 레이스가 아니다.


디자이너가 혼자... 자체적으로 기획 및 진행하는 자체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대부분의 디자인 작업은 협업의 형태를 가진다. 각양각색의 타인들이 제시하는 의견들을 듣고 모아... 몇 번의 수용/반영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최종 결과물이 도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과정을 얼마나 슬기롭게 거치느냐에 따라서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 그래서 이번 주제는 [디자인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작업물이 하나의 프로젝트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간략히 축약해 보아도... 디자인 분석/기획부터 시작해, 디자인 개발/제작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로 도출되기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긴 여정이 숨어 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여정 중에는 수많은 과정과 절차, 변수, 이해관계가 뒤따른다. 그래서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필연적으로 그 과정에는 비단 작업자(디자이너) 한 명의 의견만 반영되어 있을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기 마련.


그 하나하나의 의견들.

언제나 이 의견들이 문제다. 수용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나의 디자인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갈 때, 각 과정마다 한 마디씩 얹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아마도... 해당 프로젝트를 망치고자 의견을 내뱉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 고민의 정도와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을 염원하는 마음, 혹은 태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모두가 더 좋은 디자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라도 얹으려는 것일 터이다. 한마디라도 그와 같은 조언을 하는 데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고, 새겨듣다 보면 분명 디자이너 스스로가 발견하지 못했던 허점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그 감사한 마음들처럼, 그 의견들을 모두 모았을 때 항상 더 좋은 결과물을 건질 수 있을까?


경험상 하나보다는 열이 낫고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이 언제나 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라는 말이 더 적절할 경우가 많고, 프로 기사들의 장기나 바둑 대국을 둘러싼 일반인 구경꾼들의 훈수에 가까운 경우가 더 많다. 각각의 의견에서 장점만 취하면 되지 않겠냐고? 그러면 십중팔구 어느 순간, 끔찍한 혼종(지옥에서 올라온 황천의 디자인)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어쨌거나 그런 타인의 의견이 영양가가 있건 없건... 타인의 피드백을 받는 것은 디자이너의 숙명과도 같다.

아직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면 교수님, 주니어 디자이너라면 사수나 팀장, 혹은 대표, 그것도 아니면 해당 디자인 프로젝트와 별반 관련도 없는 디자이너 본인의 가까운 지인들을 비롯한 각각의 컨펌과정마다 있는 각 결정권자의 주변인들, 하다못해 최종적으로는 해당 디자인에 대한 최종 결정권이 있는 결정권자(클라이언트, 회사의 대표 등)의 니즈나 의견이라도 반영되기 마련.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피드백은 어렵다. 그리고 어려워야 한다.

피드백을 주는 자도, 받는 자도 마찬가지다.


피드백을 받는 디자이너는 디자이너 대로 그 많은 의견들 사이에서 옥석을 가릴 줄 알아야 하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들은 말 한마디를 하더라도 신중하게 하여 작업에 쓸데없는 혼란을 주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말은 안 하니만 못한 법.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는 타인을 컨트롤할 수 없기에 보다 중요한 것은 디자이너 스스로 피드백을 슬기롭게 받을 수 있는 기술을 연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디자이너가 조금이라도 더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스킬은 무엇이 있을까?



#01. 디자인의 히스토리와 맥락

좋은 디자인 피드백을 받고 싶다면, 결과물만 짠하고 보여주고 의견을 듣는 방식은 좋지 않다.
다소 구구절절하게 느껴지더라도 해당 디자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전후사정과 맥락을 함께 제시하도록 하자. 만약 그렇게 하는 와중에 구구절절하게 말하지 말고 결과물만 가지고 오라는 사람이 있거든 그 의견은 걸러 듣는 것을 추천한다.

"결과물만 봐도 느낌이 팍 꽂혀야 좋은 디자인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디자인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좋다. 디자인에는 결과물만큼이나 그를 둘러싼 맥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02. 피드백을 판단할 기준

디자이너는 스스로 디자인을 개선하기 위한 판단의 기준을 세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언제나 ‘고객’으로 할 것을 추천한다.
피드백을 받는 디자인이 해당 피드백을 반영했을 때, 그 디자인을 경험할 고객에게 보다 나은 경험을 줄 수 있는가. 해당 고객의 성향에 더 적합한가. 그런 것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피드백의 옥석을 가리는 데 분명 도움이 된다. 
#03. 자기 객관화

디자이너는 자신의 작업물에 조금이라도 더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작업과 반대되는 피드백을 받았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작업물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항상 이를 경계하고 냉정하게 판단의 기준을 세우고, 그에 따른 결정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기준에 따라 판단했을 때 조금이라도 피드백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면 깔끔하게 승복할 줄 아는 미덕을 가지도록 하자. 괜한 자존심을 세우며 기존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하거나 받은 피드백에 조금이라도 기존의 아이디어나 방향을 섞으려 들지 말자. 
#04. 피드백은 받아야 할 사람에게만

불특정 다수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독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절대다수가 좋아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
이런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그런 디자인은 그만큼 어중간하고 이도저도 되지 못한 디자인일 확률이 높다. 우리는 명확히 목적한 대상이 선호할 디자인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불필요한 대상의 의견이 섞여드는 것을 경계하도록 하자.
그리고 생각보다 타인은 우리에게 무관심하고 섬세하지 않다는 것도 염두할 필요가 있다. 간혹 해당 디자인과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전무한 사람들의... 제삼자의 시선에서 의견이 필요할 경우도 있겠지만,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생각보다 극히 드물다. 또한 그런 사람들은 나름대로 성심성의껏 피드백을 준다고 해도, 경험상 그렇게 통찰력 있는 피드백이 나오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았다. 


이 밖에도 더 많은 팁들이 있겠지만, 이 정도만 잘 지키며 피드백을 수용해도 결과물이 산으로 가는 경우를 꽤 줄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싸우지 말자.


피드백은 반대되는 의견일지라도 일단 들어보고 킵해놓는 것이 좋은 습관이라 할 수 있다.
피드백을 주는 면전에서 바로 반박의 목소리를 높일 경우 상대방 또한... 괜한 오기가 생길 수 있다.
일단 듣자. 뭐라고 하는지 일단 들어 보기나 하는 거다. 그리고 뒤돌아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하지 않은 피드백이라 판단이 든다면 반영하지 않으면 될 뿐이다.
괜히 그 자리에서 서로의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울 이유가 없다.



만약 피드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대상(예를 들면 클라이언트 같은 최종 결정권자)의 피드백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말했듯이...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대가 아닌가.

굳이 싸우려 들 필요가 있을까.

한두 번 좋은 말로 설득을 시도해 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더 이상 소통의 여지가 없다고 느껴질 때는 마음 편히 반영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은 디자이너에게 있어서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물론 많이 아쉽겠지만, 디자이너가 원래 그런 직업이라는 것 또한 받아들이도록 하자. 여기서 기를 쓰고 설득하겠다고 달려들면, 오히려 상대에게 고집스럽고 외골수라는 이미지만 심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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