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있다 - 멱살잡이

열 번째 고자질

by 낭만똘짱

엄마 어제는 비가 억수같이 내렸어.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아빠가 종종 학교까지 차를 태워주곤 했는 데. 요즘에도 그럼 부모님들이 많아.


우리 학교 입구는 폭이 좁고 일방통행이라 좀 위험해. 사고 난 걸 본 적은 없지만 늘 조심해야 해. 심지어 아침에 화물차가 길거리에 주차되어 있어. 교장선생님이 한번 전화로 부탁했는 데 해결이 잘 안 되나 봐.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이면 아비규환이 따로 없어.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학부모의 차가 학교 안으로 들어오면 출근하려는 차와 나가는 차가 겹쳐서 길이 막히고 아이들은 그 사이로 지나가야 하고 위험해. 물론 차에 탄 아이는 안전하고 편하게 등교할 수 있겠지.


교장선생님께서는 남교사 몇에게 이런 날에만 조금 일찍 와서 교통지도를 해달라고 부탁하셨어. 일 년 중에 몇 번이나 되겠어. 또래 남교사들은 특수부대나 된 듯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정했지. 형들은 입구에서 들어오는 차를 막고 나는 도로가에서 내린 아이들을 챙기는 걸로.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는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우산 하나 들고 나섰어. 바지도 신발도 물에 흠뻑 젖었지만 재미있었어. 몇몇 학부모님께서 해주시는 인사도 좋았고. 등교시간이 끝날 무렵 일이 터졌어.


학부모가 체육선생님의 멱살을 잡았어. 그것도 빗속에서. 마치 예전에 봤던 박종훈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본 것 같았어. 다만 안타까운 건 아이들이 보는 앞이었다는 것이야. 급하게 말렸어.

“니 깟게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며 큰소리를 치셨어.”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봤는 데 체육복 바람이라 공익인 줄 알았데. 공익이라도 그래도 되나 싶어. 아빠의 마음으로는 아이가 최대한 비 안 맞게 학교 깊숙이 데려다주고 싶었겠지. 선생님 마음으로는 그렇게 한 두 개씩 들어오기 시작하면 걸어오는 아이들이 위험해서 막았던 거고.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고 나서야 화가 조금 누그러진 아이 아빠의 얼굴 뒤로 아이가 눈에 들어왔어.


찻속에의 아이를 보았어. 아이는 잔뜩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어. 난 그 아이를 알아. 우리 반 애 동생이야. 지금은 괜찮은 데 작년에 뇌수술을 했다고 들었어. 부모 마음에 그런 아이가 더 마음 아팠을 테고. 물론 체육선생님은 그걸 알리가 있었겠어.


다음 날 교장실로 찾아온 아이 아빠는 체육선생님하고 좋게 해결했어. 서로 감정이 앞섰다며 오해도 잘 풀었고. 누가 잘못한 걸까. 학교를 먼저 생각한 선생님일까 아이를 먼저 생각한 아빠일까. 별일도 아닌 걸로 얼굴 불혀서 죄송하며 웃으며 악수하는 두 어른을 보며 아이는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해.

엄마 난 그냥 차라리 비가 안 왔으면 좋겠어.

적어도 아침 8:30까지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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