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번째 고자질
엄마. 오늘 나 충격적인 소리를 들었어. 아이들은 말이지 정말 너무나 솔직해.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상황에서도 말이야. 그래서 오늘은 좀 속상해.
우리 반에 마음이 쓰이는 여자아이가 있어. 4학년임에도 성장이 빠른 편이었어. 얼굴에는 여드름이 많이 났고. 사실 살이 많이 쪘어. 살이 접히는 데는 피부가 많이 상해있었지. 아이가 성격이 있어서 남자아이들이 놀리진 않았어. 다만 여자아이들도 함께 놀기 싫어했어. 피부나 체형보다 중요했던 건 아이의 위생상태였어. 늘 씻지 않아서 떡진 머리랑 며칠 빨지 않은 같은 옷이었어. 근처에 가면 좋은 냄새가 날 리가 없었지.
4학년이라지만 여자아이니까. 그리고 나는 남자 선생님이니까. 행여 상처 받을까 봐 엄청 조심스러웠어. 남자 녀석이면 내 옷이라도 입히고 한 번씩 샤워장에서 머리라도 감겨줄 텐데 말이야. 더 예민할까 봐 말 한마디가 조심스럽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집으로 전화를 드렸어. 잘 안 받으셔서 몇일만에 통화가 되었어. 전화상으로는 큰 문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어.
예상했던 대답. 내가 좀 바쁘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그렇다. 살이 쪄서 같은 옷만 입으려 한다. 이른 사춘기라 예민하다 같은 말들이었어. 내가 딸을 안 키워봐서 여형제가 없어봐서 여자아이를 평균 생활을 잘 모르겠어. 원래 그런 건가. 그래도 지금이 정상적이지는 않았어. 잘 씻고 옷만 잘 갈아입어도 아이들이 피하진 않을 텐데. 사실 준비물이나 가정통신문 회신도 잘 안 가져왔어. 전화가 잘 안돼서 문자를 보내기로 했지. 나 나름 최대한 예의 있게 꼭 필요할 때만 보내드렸어. 아이의 상태가 너무 안 좋을 때나 지각이 잦을 때, 필수 회신 서류가 있을 때. 물론 답장이 오진 않았어.
우리는 자주 이야기를 나눴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시간이 날 때 말동무를 해주는 거였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린아이 같지 않게 속도 깊고 생각도 많았어. 꿈도 확실했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어. 친구들의 무관심이 속상해 하긴 했지만 친구들을 비난하거나 외모를 원망하진 않더라. 그래도 마음은 안 그런지 종종 눈물을 흘릴 때면 정말 안타까웠어. 정말 아까운 아이였어.
그러다 한 날은 아이가 내게 말을 했어.
“엄마가 선생님 귀찮데요. 이런 것 좀 안 보내면 좋겠데요”
라고 말이야. 전 날 내가 문자를 보내긴 했었는 데 가만 보자 뭐라고 보냈더라. 바쁘셔서 답장이 없었는 줄 알았는 데 그냥 그런 거였나 싶었어. 하긴 내가 문자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었거든. 내가 여태 뭘 한 걸까. 아니야 어쩌면 아이가 내가 엄마한테 문자 보내는 거 알고 스트레스받아서 일부로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어.
하... 나도 알아 이건 아닌 거 같지? 결국 일 년 동안 아이의 부모와 제대로 된 연락을 주고받지도 얼굴 보고 이야기해보지도 못했어. 상담주간에는 신청을 안 하셨고 개별로 연락드릴 때마다 바쁘다며 피하셨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더 할 수 있었을까
시간이 지나도 나는 문자 보낼 때마다 그 말이 떠올랐고 대답 없는 아우성에 지쳐버렸어. 그래서 연락을 점점 뜸해지다 비겁하게 결국 그만하게 되었어. 속상해. 내가 뭐가 속상한지 왜 속상한지 정확히 모르겠어. 근데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