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가 있다 - 얼마면 돼?

아홉 번째 고자질

by 낭만똘짱

번째 고자질 번째 고자질

엄마. 오늘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하루에 보통 6교시를 하는 데 그중에 한번 정도는 교과담임 시간이야. 한 과목만 담당하는 선생님이 계셔서 그 교과를 배우러 아이들이 가. 나 같은 담임교사들에게는 잠시 쉬거나 밀린 일을 할 수 있는 황금 같은 시간이지.


오늘은 점심 먹고 다음 시간인 5교시가 그런 시간이었어.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못했어. 점심시간이면 아이들은 밥을 빨리 먹어치우고 놀러 나가. 운동장이건 교실이건 건물 밖이건 학교에서 하락해준 모든 곳에서 신나게 놀아. 가끔은 같이 놀 때도 있고 교실에 남아 있거나 동학년 선생님끼리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


오늘은 좀 지쳐서 교실에 앉아 꼬맹이들 노는 거 구경하고 있었어. 갑자기 한 아이가 교실로 뛰어와서는 소리쳤어 “선생님 누구누구 가요 2층에서 떨어졌어요!” 그 소리와 함께 내 심장도 함께 떨어졌어. 짧은 시간에도 머릿속은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어. 얼마나 다쳤을까 왜 그랬을까 어디서 그랬을까. 복잡해진 머리를 무거운 몸뚱이에 달고는 아이와 함께 그곳으로 향했고 나는 울고 있는 꼬맹이를 발견했어.


큰 외상은 없었지만 아이는 걷지 못했어. 보건실로 향했지만 병원에 가봐야 한다는 말밖에 더 이상 해 줄 수 있는 건 없었어.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어디서 그랬는지는 묻지 않았어. 묻지 않아도 옆에 있는 꼬맹이들이 알아서 다 이야기해주거든. 일단 아이의 상태가 중요하니까 부모님께 전화를 했어. 아무도 받지를 않았어. 아이는 아프다고 울고 가정에서는 연락을 받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혹시 크게 다친 건가 싶어 나머지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께 부탁하고 5교시 외출을 달았어. 그리곤 아이를 업고 정형외과로 향했어.


다행히 마른 아이라 그리 힘들진 않았어.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 선생님을 만났어. 뒤꿈치에 실금이 갔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당분간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셨어. 참 다행이었어. 학교로 돌아오는 길이 돼서야 왜 그랬는지 물어봤어.


보도블록 위에서 놀고 있었는 데 동생들이 놀던 공이 현관 비막이 공간에 올라갔다는 거야. 그래서 자기가 꺼내어 주려고 2층 창문으로 넘어가 공을 던져줬지만 다시 창문으로 넘어오기에는 창문이 좁고 높아 그냥 뛰어내렸다는 거야. 하. 이걸 칭찬을 해줘야 할까 혼내야 할까.


그제야 아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어. 지금 아이를 데리러 오겠데. 보통 학부모와 연락이 안돼 부재중 통화를 찍게 되면 꼭 문자를 남겨.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연락 오면 많이들 불안해하시거든. 그래서 문자 먼저 보내고 전화하거나 용건부터 말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가 주차장에 도착해 내릴 때쯤 아이 엄마가 도착하셨어. 그리고는 첫마디가

“얼마예요?” 였어.


9800원.. 진료비 7000원에 약값 2800 원해서 9800원. 크게 받을 생각은 없었어. 보험 처리할만한 금액도 아니었으니까. 근데 얼마냐는 말이 훅들어오니까 얼떨결에 “9800원입니다”라고 말해버렸네. 아이를 차에 태운 학부모는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하나를 꺼내 주고는 갔어. 그러고는 갔어. 나 200원 번 거야?


내가 고맙다는 말을 기대했던 걸까. 아니면 그 짧은 시간에 사방에서 놀고 있는 모든 아이들을 관리 감독 못한 나를 탓하신 걸까. 너무 바빠서 빨리 가셨어야 하나. 아니면 경황이 없어서 그랬을까. 잘 모르겠어. 그렇게 교실로 돌아왔고 음악실에서 노래를 부르던 아이들도 교실로 돌아왔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하루 일과가 지나갔고, 학교의 모든 계단 창문에는 못이 박혔어. 아이들이 못 나갈 정도로만 열리게.


난 퇴근길에 그 꼬맹이에게 주려고 200원짜리 춥파춥스를 사서 주머니에 집어넣었어.

주머니 속에 넣은 손으로 아까 그 만 원짜리가 만져졌어.

그 돈으로 편의점에서 맥주나 사가야겠다.


수입맥주 4캔 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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